
국도변 신비 약수, 누가 와서 먹나요? 봉화-울진국도
깊은 산속 옹달샘엔 토끼들이 모여 들지만, 봉화에서 울진으로 넘어가는 국도 36번 길에는 오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멈춰 세우는 신비한 약수가 여럿 있다. 국도 36번이라면 아는 이들은 모두 알겠지만, 충남 보령시 청라면에서 경북 울진군 근남면에 이르는 길로 산과 계곡과 바다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 오전약수탕 주변 음식점
↑ 오전약수탕 계곡 단풍
↑ 오전약수탕
↑ 오전약수관광지
↑ 오전약수 가는 길
↑ 두내는 사과향으로 가득하다
↑ 다덕약수탕 토속음식상가
↑ 다덕약수탕 샘 주변이 붉다
↑ 다덕약수탕
↑ 다덕약수 가는 길
↑ 철분이 함유된 오전약수
특히 봉화-울진으로 이어지는 국도는 천혜의 산수와 빼어난 자연경관을 간직한, 태고의 멋이 살아 숨 쉬는 길이다. 한때 이곳은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혔으나 이제는 계곡 드라이브 코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오히려 손꼽힌다. 그 길목에 자리한 봉화의 3대 청정 탄산약수는 봉화사람들은 물론, 근처를 지나던 외지인들도 기대와 호기심으로 찾아가는 곳이다.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에 있는 다덕약수탕(경상북도에서는 '약수터' 대신 '약수탕'이란 말을 쓴다)은 국도36번 도로변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다. 옛날 스무나무아래 약수가 있어 이를 마시고 많은[多] 사람이 덕(德)을 보았다 하여 '다덕(多德)약수'라 불린다. 약수가 나오는 샘 주변이 녹슨 것처럼 벌겋게 변한 모습에서 알 수 있듯, 다덕약수는 탄산과 철분 등이 함유되어 톡 쏘는 탄산수 맛을 낸다.
그래서 피부병과 위장병이 있는 이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2001년 다덕약수관광지로 지정돼 약수탕 주변엔 토속음식단지가 형성되었고,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휴양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덕약수탕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울진 방향으로 가다 지방도 88번을 따라 춘양면으로 가면 두내약수탕이 기다린다. 두내마을은 전형적인 산촌으로 가을이면 온동네가 사과향으로 가득하다. 마을 지형이 말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두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 약수의 신비한 효험이 소문나서 한센병 환자 등 인근 피부병 환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마을사람들은 약수탕을 없애는 게 마을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해 약수가 솟는 샘을 묻어버렸다. 그래서 한동안 두내약수는 사람들에게 잊혀졌으나 1984년 당시 극심한 가뭄으로 물줄기를 찾다가 다시 샘을 발견해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이곳 물맛 역시 다덕약수탕처럼 탄산과 철분이 함유된 톡 쏘는 맛이다.
두내약수탕에서 주실령 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오전약수탕이 기다린다. 주실령은 옛날에 이곳까지 물이 차 배가 다니던 고개라 하여 배 '주(舟)' 자를 써서 주실령이라 부른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은 물야면 오전리 후평장과 춘양 서벽장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던 봇짐장수 곽개천이라는 사람이 발견했다고 한다. 장돌뱅이 곽씨가 서벽장을 보고 주실령을 넘어 후평장으로 가던 어느 날 쑥밭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에 산신령이 나와 이르기를 "네 옆에 만병을 통치할 수 있는 약수가 있다"고 했다. 잠에서 깨어 옆을 보니 과연 샘물이 솟고 있었는데 물맛을 보니 톡 쏘는 맛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전한다.
조선 제9대 성종(1469~1494) 때 발견한 이 약수는 이듬해 가장 물맛이 좋은 약수를 뽑는 대회에서 전국 최고의 약수로 뽑혔다고 한다. 오전약수에는 유리탄산·망간·마그네슘 이온·염소·중탄산·칼슘 이온·철분 등이 포함돼 있어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
오전약수탕은 앞서 소개한 두 약수탕보다 주변이 더 관광지로 번창해 있다. 오전약수탕이 자리한 계곡은 선달산, 옥석산 아래로 백두대간 남쪽 가장자리에 해당한다. 단군 환인이 천지를 순회하다 이곳에 이르렀는데 단군이 앉은 자리에는 옥돌이 솟았다고 해 옥석산(옥돌봉)이라 했다. 이 산 정상에 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 빛이 예천까지 빛난다 해서 '예천 바위'로 전해오며, 6·25 때는 치열한 격전지로도 유명하다.
백두대간 종주길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는 이곳은 사철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물줄기가 풍성한 계곡을 찾는 사람이 많고, 무료 야영장까지 갖추고 있어 피서지로도 널리 알려졌다. 최근 이곳에 맥반석 찜질방이 있어 약수 샤워도 즐길 수 있다.
* 맛집
오전약수관광지구에 있는 관광식당(054-672-2330)은 한약닭백숙을 선보인다. 황기·인삼·밤·녹두·대추·생강·찹쌀 등을 넣어 약수로 고아낸 닭백숙이다. 다덕약수탕 주변 토속음식점인 궁전가든(054-673-2000)에서는 오리 뱃속에 녹각·인삼·당귀·은행·밤·대추·팔각향·정향·찹쌀 등을 넣은 오리한방백숙을 맛볼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영주나 풍기 나들목에서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봉화-울진 방향으로 향한다. 군청이 있는 봉화읍내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울진 방향으로 8km 남짓 계속 가면 오른쪽으로 다덕약수탕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다덕약수탕이다.
두내약수탕과 오전약수탕은 주실령 고개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다. 찾아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다덕약수탕에서 물야면으로 진입하거나 춘양면에서 들어가는 코스다. 지방도 915번을 타고 물야면 -오전약수탕-주실령-두내약수탕으로 가거나, 88번 국가지원지방도로를 따라 춘양면-두내약수탕-주실령-오전약수탕으로 가도 된다.
- 이준애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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