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신 137/200418]용왕님께 안녕安寧을 빌고…
이 지난한 역병疫病시국時局에 서해 대부도의 노오란 유채꽃밭 속에서 제상祭床, 제물祭物 등 제법 격식을 갖추고 ‘2020 안녕제安寧祭’을 지내는 20여명의 무리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재경전라고6회 동문들이었다.
‘일동 참신재배’에 이어 한 친구가 낭랑하게 축문을 읽어내려갔다.
“서해를 비롯해 온 바다를 관장하시는 용왕님께 고하나이다/때는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산과 바다를 사랑하는 우리 전라6회 재경동문회/마남일 회장을 비롯한 20여명의 친구들이/여기 약소한 제물을 차리고 엎드려 절하옵니다/지구촌이 한마을임을 실감하듯, 작금의 세계는 전대미문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현상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하루빨리 이 몹쓸 전염병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해주옵소서/마스크 행진을 멈추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도 안되는 용어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주시옵소서/또한 불가항력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 현 정부가 세계 각 나라의 찬사를 받은 덕분에/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에 이제 비로소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하겠습니다/바라건대, 올해 통일을 앞당기는 물꼬가 다시 트이고, 우리 생애에 민족 최대의 숙제인 통일의 위업을 보게 해주소서/아울러 이제 ‘7학년’ 진입을 앞둔 우리 친구들의 앞날에도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하게 해주소서/또한 산이나 지상에서, 바다에서 세월호 침몰이나 히말라야 조난 그리고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돌봐주시기 바랍니다/이제 한 명 한 명씩 가정을 이루어가는 우리의 아들 딸들의 앞날에도/오직 발전만이 있게 해주옵소서/올해 처음으로 용왕님께 절을 드리지만,/바다를 사랑하는 갈치낚시의 달인인 친구들과 바닷고기를 즐기는 친구들이 많기에/용왕님이 결코 낯설거나 무섭고 두렵지 않습니다/비록 간단하게 차린 제상이지만/우리 친구들의 ‘안녕제’을 가납하시어/모처럼 뭍으로 올라오셔 흠향해 주옵소서/상향/2020년 4월 18일 오후 재경전라고6회 동문 일동>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듣보잡’ 용어에 예전처럼 3월중순 불암산 시산제를 지내기가 거시기해 생각해낸 것이 서해의 한 섬에서 ‘해신제海神祭’ 겸 ‘안녕제安寧祭’를 지내자는 회장단의 이벤트에 친구들이 기꺼이 동참한 것이다. 승용차가 5대. ‘방콕(방안퉁수처럼 집에만 틀어박혀 있음)’ 후 처음으로 한 나들이. 20여명이 대부도에서 반갑게 만나 12시 대부도 ‘우리밀칼국수집’에서 점심을 한 후 ‘해솔길’ 한바퀴를 1시간여 걸으며 ‘서해낙조 전망대’에 인증샷을 찍었다. 2시 30분. 마지막으로 합류한(방조제 도로의 체증으로 5시간이 걸렸다) 남원-임실팀 친구들과 함께 운좋게 노오란 유채꽃밭 한가운데에 제상을 펴고 안녕제를 거행했으니(고교 2년선배인 펜션 주인의 배려 덕분에 가능했다), 아무래도 올해 우리 친구들과 친구들의 가정에 ‘좋은 일’만 가득할 듯 싶다. 친구들의 얼굴이 모두 해맑았다. 날씨도 쾌청.
이어 인근에 있는 포도주공장 체험을 1시간여 동안 했다. 프랑스 등에서는 몇 번 가봤지만, 국내 ‘와이너리 투어’는 대부분 처음.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는 교장선생님 중학교때 제자가 팀장이어서 남다른 환대를 받았다. 와인 테스팅 한잔에 5천원이라는데, 우리는 세 종류의 와인을 씹sip하는 행운을 가졌으니. 와인의 종류, 와인을 마시는 매너 등 궁금한 것들이 많이 풀리는 좋은 시간이 되었고, 몇몇은 화이트·레드 와인 몇 병씩을 사기도 했다. 갈수록 섹시해지는 다양한 와인병 진열대를 보고 견물생심見物生心이 발동된 친구들도 있었다.
‘하이로 게임’을 벼르며 일박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절반은 상경 내지 귀향을 해야 하므로, 마지막 행사라 할 만찬이 해변가 횟집8호에서 베풀어졌다. 스끼다시로 일단 기를 죽이는 4인 한 상에 12만원(10만원으로 쇼부를 봤다). 자연산 광어와 우럭. 제주祭酒인 남원 이백막걸리는 금세 동이 났다. 회장님은 연신 고맙다하나, 고마운 것은 오늘 이런 이벤트를 만든 회장단이 고맙다. 잔치는 흥겹게 끝났다. 이제 ‘쌍륙절 소풍(매년 6월6일 거행하는 70여명의 부부동반 나들이. 연중행사중 규모가 가장 큰, 역사가 20년에 이른다)’에 만나자. 오늘 넘 좋았다. 운전 잘 하고 조심히 잘 가라. 고맙다. 친구들아.
명실공히 '성공적'으로 치러진 제1회 '길벗맛(길따라 벗따라 맛따라)' 행사를 준비하시느라 애써준 회장단에게 거듭 고맙고 애썼다는 말을 드린다. 이름들이나 한번씩 크게 불러보자. 마남일, 정영우, 윤중현, 김종진, 최규록, 장상수, 맹치덕, 최현석, 한상하, 박치원, 최규근, 김명중, 강우성, 김정권, 이병운, 박재수, 윤상천, 원탁희, 고병갑, 김환수, 민장식, 김용희, 최영록.
첫댓글 시산제에 이어 단군제. 이제는 해신제 안녕제.
기똥찬 생각들을 뽑아 내는 친구들의 창의성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