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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설악산 문학기행
봄이 오는데 꽃 아닌 것, 신비스럽지 않은 것 있으랴. 꽁꽁 얼었던 겨울을 딛고 일어서는 새싹이며 녹아 흐르는 물소리에 부드러운 바람까지 어느 하나 놓치고 싶은 것 있으랴. 봄의 소리이고 봄의 표정이고 봄의 속삭임이고 생동감 넘치는 봄의 손짓이다. 봄이 오는데 어디 신비스럽지 않고, 꽃 아닌 것 있으랴.
여행을 떠납니다. 1박2일 설악산으로 문학기행을 떠납니다.『문학사랑』이라는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매개로 가족을 공모하여 봄이 무르익은 4월 말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잡다한 마음을 비우고 삶의 활력소를 채우러 갑니다. 그런데 여행은 아무래도 날씨와, 차편과, 잠자리와, 먹을거리기를 소홀히 할 수 없지요. 봄내 짓궂은 날씨와 미세먼지로 많이 시달렸는데 설악산 최고의 청정지역에서 맑고 고운 햇살 뚝뚝 떨어지는 푸른 하늘, 시퍼런 바다, 갓 피어난 청순한 신록, 청아한 바람, 낭랑한 물소리와 아직도 못다 피운 진달래와 철쭉, 벚꽃까지 함께하며 보고 듣고 나누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으니 뭐라 할 수 없지요. 차편 역시 비단길 관광버스 푹신한 자리에 여유가 있었고, 차분한 운전으로 안전운행을 하였으니 이것도 트집 잡을 일이 아니지요. 잠자리 또한 울산바위 아래『일성콘도』너른 방에서 삼삼오오 함께 하면서 마음껏 휘젓고 다녔으니 해결되었지 싶은데 누군가는 밤새도록 바람이 찾아와서 방문을 두드렸다지요. 먹을거리는 온 국민이 즐겨 찾으며 최고의 해장국으로 손꼽는『인제의 용대리 황태국』을 시작으로 어부들의 쓰라린 속을 달래준다는『양양의 곰치국』, 두부마을의 재래식『속초 순두부찌개』,『고성의 홍합섭국』으로 인근의 맛집 기행까지 하였으며『강릉 안목항 커피촌』으로 옮겨 커피로 입가심 하였지요.
백담사 셔틀버스를 타고 첫 마디가 그냥『아~』였지요. 물결처럼 굽이치는 계곡에 기암괴석과 쭉쭉 빵빵한 붉은 소나무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냇물이 빚는 비경에 말문을 잇지 못했지요. 마치 아직은 봄날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물가에 진달래까지 활짝 피었지요.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은 경관이지요.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이 삭발을 하고 수도한 곳으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유배생활을 한 곳으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지요. 김시습의 시비도 보이고 마당에는 야광나무 하얀 꽃이 소담하게 피어 마음을 넉넉하게 하였지요.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애써 님의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요. 한계령에서 잠시 굽이굽이 넘는 고개와 산세의 아름다운 선을 바라보면서 세찬 바람도 그렇고 오만함도 그렇고 은연중 가슴을 여몄지요. 오색약수터에서 약수를 한 구기 마시고 용소폭포까지 주전골을 오가면서 걸었지요. 물과 함께 걷고, 바위와 함께 걷고, 바람과 함께 걷고, 걷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요, 오랜만에 케이블카 타고 권금성에 오르고 싶었는데 바람이 중간에 나서서 안 된다고 하네요. 두 팀으로 나뉘어 신흥사를 거쳐 흔들바위로 가고 비선대로 갔지요. ‘비선대 계곡’도 어제의 ‘백담사 계곡’이나 ‘주전골 계곡’에 결코 뒤진다고 할 수 없지요. 계곡마다 개성 같은 것이 있으면서 그것이 매력이기도 하지요.
비록 설악산의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백담사, 신흥사 양대 사찰을 들러보았고 백담사계곡, 주전골, 비선대 3개 계곡을 걸으며 둘러보았네요. 각자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산을 품고, 바다를 안고, 바람을 토닥거리며 서로 마음 풀어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였으니 이 또한 보람된 일이라 하여도 좋겠지요. 이제 1박2일 동안 한 가족으로 얼마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끼를 자랑할 수 있는 마당도 펼쳐 스트레스를 휘휘 날려버렸지요. 모두가 더 밝아진 얼굴로 일정에서 크게 벗어남 없이 돌아왔으니 다행이지요. 여기에 좋았다. 참석하기 참 잘했다는 마음가짐이면 더 좋겠지요. 사실 여행은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자신을 구속하며 괴롭히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힐링이라지만 편안함에서 얻기보다는 고생하면서 추출해내는 것이기도 하지요. 무언가 특별한 추억거리가 만들어졌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지요. 그래도 명색이 문학기행인데 작품 하나쯤 얻었다면 그만한 가치와 성과로 남겠지요. - 함께 하셨던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고 두루두루 감사합니다. - - 2018. 04. 28. ~ 04. 29.『문학사랑 문학기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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