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세회피지역(Tax Heaven)'에 적을 둔 헤지펀드들이 코스닥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몇몇 펀드들은 장기투자보다는 '치고빠지기'식 행태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하마와 버뮤다, 케이맨군도, 모리셔스 등에 적을 둔 애머랜스 엘엘씨, 디케이알 사운드쉐어 오아시스 홀딩 펀드, CIPALTD 등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5%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이후 새롭게 지분을 확대하거나 늘린 펀드 52곳 중 25곳이 이들 지역이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중장기 투자펀드의 지분매입이 주가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헤지펀드는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짜 중소형주 눈독
버뮤다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디케이알 사운드쉐어 오아시스 홀딩 펀드는 지난 18일과 8일 전환사채권(CB) 취득 및 행사를 통해 제일엔테크와 제이엠피 지분을 늘렸다. 제일엔테크와 제이엠피 보유지분은 각각 14.63%, 14.52%다. 디케이알은 지난 2일에도 조이토토 지분 8.80%를 확보했다고 신고했다. 유로 공모시장에서 발행된 조이토토의 CB 318만4157주를 1000만달러에 취득한 데 따른 것이다. 컨딜 에셋 매니지먼트는 지난 8일 코리아나화장품 지분 9.2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케이맨군도에 거점을 둔 펀드의 코스닥 사냥도 잇따르고 있다.
애머랜스 엘엘씨는 지난 7일 인피트론 지분 15.21%(132만5766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유로공모시장에서 발행회사의 CB 500만달러를 인수해 지분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씨아이피에이엘티디(CIPALTD.)와 디에프제이 이플래닛 벤처스 엘피는 잇따라 신규 상장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CIPALTD는 티엘아이의 신규 상장으로 최초 14.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에프제이 이플래닛 벤처스 엘피도 포인트아이의 신규상장으로 11.21%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모리셔스에 국적을 둔 씨에이엠-지티에프엘티디(CAM-GTFLTD)도 텔레칩스 주식 44만4803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 5.49%를 새롭게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펀드 성향 파악하고 투자해야
피델리티나 캐피털 템플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장기투자펀드의 지분매입은 그 사실 자체로 주가에 호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펀드는 뛰어난 정보력과 치밀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투자대상을 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움직임은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실제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차익을 챙겨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모델라인이엔티(애머랜스), 삼우이엠씨(디케이알), 쓰리소프트(케이먼), 큐로컴(디케이알) 등에 투자했던 18개 펀드들이 최근 잇따라 지분을 매각하거나 축소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케이맨 군도를 비롯한 조세회피지역에 근거를 둔 헤지펀드들이 코스닥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다"면서 "조세회피지역 펀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 정부도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외국인 매수 종목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일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원천징수절차특례 적용지역(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이를 강화할 움직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