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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스님의 동자승 그림을 보면 마음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동자승의 해맑은 얼굴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순수하고 맑았으면 좋겠습니다.
동냥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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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아침에 궁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거지를 만나게 되었다. 왕이 거지에게 물었다.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내 소원을 다 들어 줄 것처럼 말씀하시네그려.˝ 왕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어허, 다 들어주고 말고. 그게 뭔가/ 말해 보게.˝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그러슈.˝ 왕이 재차 말했다. ˝그대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지. 내가 바로 왕이란 말일세. 왕인 내가 들어주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아, 그래요. 아주 간단한 겁니다. 이 동냥 그릇이 보이시죠? 여기다 뭘 채워 주시렵니까?˝ ˝그야 어렵지 않지.˝ 왕은 선뜻 대답하고 신하에게 명령했다. ˝이 동냥 그릇에 돈을 가득 담이아 줘라.˝ 신하가 재빨리 돈을 한줌 가져와 동냥 그릇에 담았다. 그런데 그릇에 담은 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신하가 다시 돈을 가져와 그릇에 담았지만 돈은 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돈을 갖다 부어도 거지의 동냥 그릇은 즉각 비워지는 거였다. 그러자 왕궁에서는 난리가 일어났다. 그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왕의 위신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마침내 왕이 말했다. ˝내 재산을 모두 잃어도 좋다. 난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저 거지에겐 절대 승복할 수 없다.˝ 급기야는 갖가지 보석들이 날라졌고, 왕궁의 보물 창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거지의 동냥 그릇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거였다. 그 그릇에 들어가기만 하면 뭐든지 즉각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왕이 조용히 나서더니 거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졌소이다. 당신이 이겼소. 딱 한 가지만 묻겠는데, 떠나기 전에 말해 주시오. 이 동냥 그릇은 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이오?˝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이거 말이오? 이게 뭘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모르겠소? 그건 사람의 마음이오. 별것 아니라니까. 그저 사람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거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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