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간첩? 북은 오늘도 양성
황건강2024. 8. 17. 00:01
━
‘전직 남파간첩’ 김동식 북한전략센터 이사장
대북 정보전의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블랙요원’들의 명단과 신상정보가 중국인을 거쳐 고스란히 북한으로 넘어간 정보사 기밀유출 사건으로 허술한 방첩망이 도마위에 올랐다.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어렵사리 구축한 대북 첩보망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됐다. 나의 실패는 상대방의 성공으로 직결되는 법이다. 이번 사건을 뒤집어 보면 북한의 대남공작이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북의 입장에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김동식(61) 사단법인 북한전략센터 이사장만큼 북한의 대남공작 실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자신이 20대에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고 차관급 대우를 받았던 거물 남파공작원 출신인데다, 전향 후 최근까지 국군기무사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30년 가까이 북한의 대남 공작과 정보 분석에 종사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파란만장’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의 개인사는 최근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콘텐트 서비스인 더중앙플러스에 ‘스파이전쟁’이란 이름으로 연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9년 훈련, 공화국 영웅 칭호·차관급 입지
남파 공작원 출신인 김동식 북한전략센터 이사장은 북한은 여전히 남파 공작을 하고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칼을 벼리고 있는데 한국의 방패는 무력화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Q : 1990년대 남파공작원으로 내려와 충남 부여에서 군경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체포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침투 임무는 무엇이었나.
A : “나는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 들어가서 4년, 졸업 후 5년간 혹독한 훈련을 받고 공작원이 됐다. 1990년이 되자 임무가 떨어졌다. 남한에서 암약하던 여성 고정간첩 이선실과 접선하고 지하당 조직을 구축하라는 명령이었다. 이선실은 노동당 서열 22위의 거물이었다. 1990년 5월 30일 새벽에 제주도 남쪽 바다로 이동해 서귀포시 인근 해안을 통해 상륙했다. 당의 명령대로 이선실과 접선에 성공하고 복귀할 때 그를 데리고 갔다. 또 노동운동가 황모와 운동권 출신 손모를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무전연락과 암호해독 등 초보적 지식에서부터 지하당 결성, 관리 방법까지 하나하나 지도하고 황모를 북으로 데려가 교육시켰다. 내 임무 수행은 대성공이었다. 남로당 이후 최대 규모의 지하간첩망을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으면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고작 28살 때 신분이 수직상승한 것이다.”
Q : 남파는 한 차례였나.
A : “1995년 8월에 2차 침투 명령이 내려왔다. 이번에는 운동권 인사들을 대거 포섭하라는 명령이었다. 명령에 따라 1995년 9월 2일에 반잠수정을 타고 또 다시 제주도로 잠입했다. 그 때 이인영· 허인회·우상호·함운경 등 학생운동 출신과 시인 고은씨 등 명망가들을 각각 만났다. 그들은 수배 중이거나 물밑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행방을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인물들인지라, 나중에 수사관으로부터 ‘우리도 찾아내기 힘든 사람들을 만났다니 참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의 제의를 이런 저런 이유로 거부했다. 나를 프락치로 생각한 사람도 있었고, 민주화 운동은 (북의 도움없이) 우리 힘으로 한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그 뒤 충남 부여 정각사에서 ‘봉화 1호’를 만나라는 당의 지령을 받고 갔는데 정보가 새는 바람에 매복해 있던 경찰들과 총격전이 벌어졌다. 나는 장딴지에 총을 맞고 체포됐다.”
김동식씨가 1996년 1월 26일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Q : 전향하게 된 계기는.
A : “처음에는 전향을 거부했다. 생포 위기에서 자결하지 않은 것만 해도 배신자인데 전향하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위험해진다. 그러다가 2년 정도 지난 뒤 남파 간첩으로 검거된 최정남을 만나 가족들이 모두 숙청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버지는 노동당 간부로 30년간 당에 충성을 다한 사람인데 아들이 체포됐다고 하루아침에 숙청하는 게 말이 되나. 내게 남파를 지시한 것은 당인데, 평생을 당에 충성한 부모에게 책임을 지운 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전향을 결심했다.”
Q : 공작원은 어떻게 양성하나.
A : “내 경우를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황해남도 용연에서 고등중학교를 다니던 중 18살 때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 선발됐다. 한국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을 북한 최고의 대학이라 여기지만, 진짜 엘리트는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 모인다. 북한 내에서 유일하게 노동당이 직접 관장하는 대학이다. 매일 20㎏짜리 배낭을 메고 구보로 행군한다. 태권도·유도·합기도 등을 혼합한 종합 무술인 격술(擊術)을 4년 내내 훈련했다. 무도를 배우는 게 아니라 실대련 위주다. 수업은 김정일 혁명역사와 주체철학 등 사상 무장과 함께 국사·지리·역사·철학· 한문·영어·경제학·수학·물리·화학·군사학 등 다양한 과목을 듣고 남조선 정세도 공부한다. 교육이 혹독한 만큼 최상의 생활수준이 제공된다. 1인용 침대를 제공하는데 호텔처럼 침구를 갈아주고 음식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자부심을 안가질 수 없다. 남파공작원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연간 5~6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판사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의 독립기관으로 대우하는 것처럼, 북한에선 공작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의 기관처럼 대우한다. 가령 명절 때 북한에선 각 기관 명의로 최고 영도자에게 축전을 쓰는데, 공작원은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이 쓴다.”
충남 부여에 침투한 무장간첩 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 1995년 10월 25일자 1면. [중앙포토]
김 이사장의 ‘개인사’를 듣는 동안 의문이 들었다. 그건 30년 가량 지난 ‘옛날 이야기’에 불과한 게 아닐까.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굳이 리스크가 높은 남파 공작을 할 필요가 있을까. 김 이사장은 “북한이 남파 공작을 중단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며 “북한은 여전히 칼을 벼리고 있는데 한국의 방패는 무력화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굳이 사람을 보내지 않아도 많은 정보를 얻어 낼 수 있고, 이미 남한에 포섭해둔 사람들을 통해 북으로 정보가 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직접 공작원을 내려보내야만 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포섭해 둔 남한내 간첩은 어떻게 관리하고 지령을 내리나. 해외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직접 국내에 잠입해 포섭해 둔 조직을 관리하는 공작원도 있다. 예전만큼 무장 남파간첩의 침투가 포착되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공작은 진행되고 있다. 요즘은 해외를 우회해 침투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국적을 세탁하고 제3국 여권을 확보해 합법적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방식이다. 물론 공작선으로 침투해 접경 해안지역 인적 드문 곳에 공작금을 묻어두고 도로 넘어가는 사례도 여전히 있다.”
북, 공작원 한 사람을 한 기관처럼 대우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Q : 최근 수년 간 청주간첩단, 창원간첩단, 제주간첩단 등을 적발했다. 그런데 막상 잡고보니 직위가 높은 거물급이 아닌데다가, 그들이 실제로 한 일이 대단치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딨냐, 혹은 있어봤자 무슨 위협이 되냐는 생각들이 퍼진 것 같다.
A : “얼핏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안이한 생각이다. 가령 민노총 간첩단 사건에서 북한이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를 통해 청와대 전기 배선, 구조도 등을 수집하도록 지령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얼마만큼의 정보가 넘어갔는지 알 수 없지만, 청와대를 한방에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옮긴 이유 중 하나로 이런 보안상의 고려가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뿐 아니다. 해군 2함대 사령부가 있는 평택의 군사기지와 국가기간시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LNG 보관 탱크와 부두를 마비시킬 준비를 하라는 지령이 실제로 전달됐다. 포섭된 사람이 거물급이 아니라고 해서 위험하지 않다고 할 수 있나.”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ㅁ
이종철(40)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 대표 `주사파 고백`-2012.5.24.조선외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1187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다. 북한이 무너지기 전까지 절대 종북세력은 바뀌지 않는다." ―남파 간첩 김동식씨는 "종북주의자는 북한에 대해 지도자, 세습, 북한체제(사회주의), 주체사상, 인권탄압 등 다섯 가지는...
간첩의 `잠복 기간` - 2017.3.11. 조선 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3783
간첩질은 했겠다). 긴 호흡으로 갈 경우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얼마 전 남파 공작원 출신 김동식씨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이 간첩은 386 학생운동 지도부를 포섭하려던 인물로 유명하다). 남한...
ㅁ
첫댓글 https://v.daum.net/v/2024081700014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