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몰래 식욕억제제를 먹여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돼 충격에 빠진 여성이 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인데요. A씨는 남자친구를 만나며 조금씩 살이 붙었지만 본래 마른 편이었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남자친구도 겉으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남자친구는 최근 한달간 데이트를 할 때마다 커피나 율무차 등 음료수를 챙겨왔습니다. A씨는 자신을 배려하는 연인의 모습에 매우 고마워했습니다. 그런데 가끔 몸이 평소와 다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입이 바짝바짝 말랐으며 불면증이 생기고 식욕도 사라졌습니다. 어디가 아픈 줄로만 알고 남자친구와 함께 건강검진도 받았지만 병원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문제의 진실은 A씨와 남자친구가 카페를 갔던 날 드러났습니다. 잠시 통화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남자친구가 A씨 커피에 하얀 가루를 타고 있었던 겁니다.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A씨는 가루의 정체를 따져물으며 말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화를 냈습니다.
남자친구는 그제서야 그동안 알약으로 된 식욕억제제를 빻아서 가지고 다니며 A씨의 음료에 탔다는 사실을 실토했습니다. A씨가 살이 붙는 모습이 싫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남자친구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는 A씨는 바로 이별을 통보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요. A씨는 법적인 책임도 묻고 싶습니다.
◇이상 없더라도 동의 없이 약물 먹이면 상해죄
남자친구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A씨는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한 뒤 최대한 빨리 진단서를 끊는 것이 좋습니다. 간단한 혈액검사 후 몸 안에 식욕억제제 성분이 남아있음을 확인한다면 남자친구의 유죄를 증명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동의 없이 타인에게 약물을 먹이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흔히 상해죄라고 하면 피가 나거나 상처가 생기는 장면이 떠오르지만 약물을 먹여 상해의 결과가 나타났을 때도 죄가 됩니다. 상해죄에서의 '상해'란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훼손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남에게 약물을 몰래 먹었어도 신체적인 피해가 없었다면 상해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적인 신체 손상이 없이 정신을 잃기만 해도 생리적 기능이 손상됐다고 봐 그 자체로 상해를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A씨는 식욕억제제 성분 탓에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생겼고 이 때문에 기절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남자친구가 먹인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의 주성분은 펜터민입니다. 의존성이나 내성을 유발할 수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A씨가 겪은 불면증이나 입마름 등은 펜터민 섭취 시 대표적으로 찾아오는 부작용이며 심한 경우 고혈압과 판막성 심장병과 같은 병을 동반합니다.
이런 위험한 약물을 본인 동의도 없이 몰래 다른 사람의 몸에 주입시키는 행위는 그 약물 반응으로 어떤 부작용이 현실화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입니다. 건강검진 당시 이상이 없었다 하더라도 약물로 인해 신체 내부의 때때로 호르몬이 변화하거나 혈압이 상승했다는 등의 사정이 발생한 것만으로도 생리적 기능에 장애가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처방약 함부로 남에게 줬다간…
A씨가 남자친구에게 '약은 어디서 났냐'고 묻자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을 받았다고 대답했습니다. 본인 이름으로 직접 처방받은 약을 남에게 먹인 건데요.
약사나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일반의약품 혹은 처방약을 판매하거나 무료로 제공하면 약사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큰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처방약은 환자의 개인적인 건강상태가 반영된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이를 함부로 남에게 주거나 먹였다가는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가 먹인 펜터민은 특히나 더 위험합니다.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성분 탓에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등록된 약물입니다.
항정신성의약품은 법으로 정한 마약류관리자나 이들에게 허가를 받은 사람만 적법하게 소지하거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타인에게 항정신성의약품을 건네거나 먹이는 행위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1조)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은 온전히 환자 본인만을 위해 제조된 것이기에 남에게 주면 안 됩니다. 약의 성분에 따라 심한 경우 아주 큰 처벌을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