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어든] 아스날도 유럽의 빅클럽이라 부를 수 있을까
매번 자랑하는 것 같아 찜통 더위와 싸우는 독자들께는 죄송하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은 런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로마는 너무나 더웠었는데, 런던은 시원하고 상쾌한 날씨라 기분이 좋다. (물론 비는 좀 내리고 있다)
대학시절을 런던에서 보낸 나는 이 동네를 잘 알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이곳에서 직장을 잡아 몇 년 더 살았던 기억이 있다. 런던은 매우 빨리 변하는 도시다.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이곳에 돌아올 때마다 뭔가 변해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내가 런던으로 이사 왔던 1991년부터는 아스날이 늘 최고의 ‘런던 클럽’이었다. 아스날은 챔피언이었기에 나 역시 그들의 경기를 자주 봤다.
그 시절에는 축구장에 들어가는 회전문 앞에서 바로 돈을 내고 입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North Bank 스탠드가 무너지고 난 이후에는 좌석제가 도입되었다.
좌석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단은 공사 현장을 가리기 위해 커다란 포스터를 부착해놨었다. 팬들의 모습을 그려 놓은 엄청난 크기의 그림이었는데, 공사 장면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가짜 팬들을 그려 놓는 게 낫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논란도 있었다. 그림 속에 있던 수 천명의 팬들은 전부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아스날의 흑인 팬 비율은 런던의 그 어떤 팀보다도 높았다. (토트넘에는 유대인 팬들이 많았고, 웨스트햄과 첼시에는 흑인 서포터가 많지 않았다) 따라서 아스날의 흑인 팬들은 그 천막을 보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North Bank가 모두 좌석으로 채워지자 표를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 지역에 살고 있던 나는 경기 시작 5분 뒤까지 밖에서 기다리다가 싸구려 표를 파는 사람들에게 표를 얻어 경기장에 들어가곤 했다.
나는 예전의 하이버리를 무척 좋아했다. 내 관점에서는 최고의 축구장이었다. TV로 볼 때는 꽤 커 보이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놀랄 정도로 아담하고 편안한 축구장이 하이버리였다. 잉글랜드에 있는 대부분의 축구장은 그런 느낌이었다. 하이버리는 평범한 주거 지역의 한 복판에 위치해 있었는데, 주택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축구장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잉글랜드의 축구장들에는 좀 특별한 느낌이 있다. 그 구장들은 지역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이기 때문이다. 가정집들 뒤에 우뚝 솟은 경기장은 마치 거대한 우주선 같고, 경기장의 조명등은 온 동네를 다 비춰준다. 리버풀, 에버튼, 블랙번, 뉴캐슬, 토트넘의 구장들이 이런 분위기를 갖고 있었는데, 요즘의 추세는 도시 외곽에다가 지루하고 비슷한 구장을 짓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유벤투스와 아스날의 경기를 관전해보니, 에미레이츠도 나름대로 아름다웠고 새로운 구장이 주는 편안함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나긴 역사를 간직했던 하이버리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아스날은 오랜 기간 동안 런던의 최고 구단으로 군림해왔다. 70~90년대에는 가끔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역사에서 그들은 런던의 1인자였다.
(언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토트넘은 아스날의 뒤에서 2인자에 머물렀고, 80년대에는 아스날의 자리를 위협하기도 했다. 첼시와 웨스트햄에게도 좋은 시절이 있었지만 꾸준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60~70년대에만 반짝했던 별 볼일 없던 첼시가 모든 것을 바꿔놨다. 첼시는 아스날과 같은 성공의 역사가 없지만, 대신 그들은 유럽 정상급의 자금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아스날은 어떠한가? 아스날도 유럽의 빅클럽이라 부를 수 있을까?
빅클럽의 선수들이 계속된 이적 루머에 시달리는 것은 흔치 않다. 물론 호날두와 카카 같은 경우도 있지만, 빅클럽 선수들의 이적은 커다란 돈이 연관되기에 그다지 많은 루머가 나오지 않는다.
아스날은 이미 플라미니와 훌렙을 잃었고 아데바요르마저 떠날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아스날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로, 아스날의 시스템을 통해 좋은 선수로 성장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는 구단의 의지와 관계 없이 다른 팀으로 팔려갔다. (물론 많은 이적료는 받아냈지만) 이는 90년대 아약스의 상황과 비슷하다. 아약스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워내 1995년 유러피안컵을 우승했다. 데보어 형제, 세도르프, 다비즈, 오베르마스, 클라이베르트가 함께 뛰는 모습은 많은 축구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아약스가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자마자 ‘보스만 룰’이 발효됐고, 아약스의 유망주들은 순식간에 유럽 각지로 흩어졌다.
물론 아스날의 상황이 과거 아약스처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여름의 손실은 장기간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이제 다른 구단들은 아스날 선수들을 ‘구매 가능한’ 아이템으로 보고 있다.
아스날이 주급을 얼마 안주고 이적에도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정보가 돼버렸다. 이는 적지 않은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으며, 아스날이 트로피 획득에 필사적이지 않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사실 아스날은 1979년 FA컵 우승 이후 10년 동안은 아무런 우승도 하지 못한 팀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스날의 팬들은 당당하게 성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돈을 쓰기 싫어하는 구단의 태도와 돈 많은 클럽에 팔기 위해 어린 선수들을 키운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아스날 팬들의 걱정거리가 됐다.
베스트 11만 본다면 아스날은 여전히 강하지만, 스쿼드 전체를 보면 맨유, 첼시는 물론이고 리버풀보다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수비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아스날이 선수들의 주급과 이적료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별 의미가 없다. 진짜 질문은 ‘아스날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견뎌낼 수 있을까?’인듯하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http://cafe.empas.com/duerden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http://news.empas.com/issue/show.tsp/4249/20080807n15148/spo setFaceSize(0); |
흠..그렇긴하지;;그니까 벵거가 대단한거고 ㅇㅇ
듀어든은 참 글을 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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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이 유럽축구 기사 쓴거 보니까 신기한데? 그나저나 아스날 비에이라 비롯해서 프랑스 선수 많이 있을때 리그우승하지 않았나요? 시즌 무패 우승인가 한 걸로 아는데, 글에는 1979년 이후 우승이 없다고하니..
79년 이후로 10년간 무관이었다고 써 있네요..
케이리그님 민망 ㅋㅋㅋ
잉글랜드 내에선 맨유 아스날이지
그러니까 결론은 교수님이 존내 쩐다는거네
웽거이거보고 돈쫌풀어라 ㅋㅋㅋㅋ 다른빅클럽처럼 돈쓰면 너희는 지구최강
아스날사정 어떤지 아시고 그런 명령체 쓰시는지 ㅡㅡ
님은 어떤지 아시나보죠?
이글을 읽으면 웽거가 대단하다고 느낄 뿐이다..
흠 아스날 정도면 빅클럽이지 뭐.. 최근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어도 빅3중 하나인 프리미어 리그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고 챔스에 꼬박꼬박 나가고 있는데...
나두 이런생각 했었는데.. 아스날이 점점 아약스화 되가는 것 같다고.. 에미레이츠 경기장 후유증이 얼마나 갈런지..
몇년 안 남았습니다 그때 까지만 잘버티면 그리고 하이버리 빌라가 빨리 완공되어야
빅클럽의 조건이 빵빵한 스쿼드라고 글쓴이가 말하는건가? 아니면 이적루머에 시달리지 않아야 빅클럽이라는건가? 이글은 뭥미 ㅡㅡ;;;;;;
기자가 좀 비꼬긴하지만 .. 내용이 맘에안들긴하네
제목 맘에 안든다 ㅋㅋ
제목과는 판이한 내용전개ㅎㅎ
로마가 지금쯤 짜증나게 덥죠 ㅋㅋㅋㅋ
전 또 유럽의 빅클럽이라고 부를수있냐라길래 챔스우승트로피없다고 얘기하는줄알았는데 아약스화와 자금력 얘기였군요;
뭔가햇음
앞에 참 안좋은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항상 시작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생각해서 댓글을 달다 보면 저런식으로 길게 싸움날 일도 없을것이구요, 지금 처음 시작한 댓글때문에 다른분들만 싸우고 계신것 같네요
ㅊㄱㅇㄴㅇㅌㄷ라는 분이 삽질을..
아스날 팬이지만 인정하는 부분이네 -_ - 교수님이 돈을 안쓰고도 저런 성적을 내고 있다는 걸 듀어든도 인정하네 ㅋㅋ
교수님이 문제가 아니라 구단과 구단주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교수님이 이렇게라도 안하셨으면 완전 적자났을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진짜 아스날 내에선 교수님은 그저 감독이 아니라 재정등등 다 신경쓰는 거의 총책임자라고 생각됨;;
유럽에서 빅클럽 소리 들으려면 4대리그에서도 챔스에 꾸준하게 진출하고 챔스 트로피도 있어야 함.. 아스날은 유럽 대항전 우승컵이 없는게 약점..
아약스화.....ㅜㅜ 재정규모 큰 팀이 아약스화 되가서 빅클럽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평을..ㅜㅜ 근데 사실이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