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여름이 막 시작 될 무렵이었다. 차의 엔진소리가 이상해지고 냉각수 보충 표시불이 자주 들어와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냉각수는 분명 보충했지만 하루나 이틀 지나면 다시 보충통이 텅텅 비어있었고 처음 부을 때는 초록색인데 남아 있는 찌꺼기 색은 진한 갈색이었다. 바빠서 미루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것 같아 가까운 정비소에 차를 끌고 가서 그간의 상황에 대해 말했더니 차가 너무 오래되고 엔진 속에 녹이 들기 시작한 것 같다고 그만 차를 폐차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결국 고철 값에 차를 처분하고 인터넷을 통해 아주 저렴한 중고차를 알아보았다. 얼마 되지 않아 값도 아주 싸고 활동하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오래된 지프차를 하나 발견하였다. 전화를 해보니 아직 아무도 차를 보러 온 사람이 없다고 빨리 와서 구경해 보라고 하여 서둘러 중고 자동차 매매업소를 찾아가 인터넷에서 본 그 차를 보여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중개인 하는 말이 그 차는 사고가 너무 심하게 났던 차라서 거의 운행하기 힘들 거라고 하면서 더 좋은 차가 있다고 하면서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 갔다. 가서 보니 차 값이 너무 비쌌다. 더 싼 차는 없냐고 물으니 내가 생각하는 가격에 판매되는 차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인터넷에서 읽었던 중고차 살 때의 유의사항이 퍼뜩 지나갔다. ‘아, 나도 낚시밥에 낚였구나!’
‘속임수에 안 넘어가면 되지. 이것저것 다 알아보고 왔으니까 괜찮을 거야. 설마 스님에게 바가지 씌울까?’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나마 저렴하면서 쓸모 있는 차를 찾아 한 참을 이차 저차 살펴보는데 좀처럼 조건에 맞는 차를 구하기기 쉽지 않았다. 몇 시간을 온통 차에 신경쓰다보니 점점 몸은 지쳐오고 머리는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중개인이 정말로 스님에게 맞는 차가 있다고 하면서 더 먼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한 참을 걸아가 보니 외관상 괜찮아 보였고 가격도 이제 까지 봐왔던 차보다 저렴했다. 더 이상 차를 본다는 게 귀찮기도 하고 시간이 없어 그냥 그 차를 계약하고 끌고 왔다. 다음날 아는 분들에게 내가 산 차를 보여주었더니 다들 왜 이런 차를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사왔느냐고 난리다. 세상 물정 모른다는 구박까지 덤으로 받았다.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지요!”라고 말하면서 애써 좋은 의미로 이미 저질러진 상황을 받아들여보지만 찜찜한 마음은 그 차를 볼 때마다 한 동안 지속되었다.
맛지마 니까야 중 ‘작은 소치는 사람의 경’에서 부처님은 어리석은 목동이 우기에 불어난 강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소 때를 건너게 해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처럼, 잘 알지 못하거나 잘못된 믿음으로 이끄는 사람 혹은 가르침을 따르게 되면 오랜 세월 이익이 되지 않고 고통이 될 것이라 역설하셨다. 그런데 이런 삿된 믿음과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 중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잠깐 맛을 보여주고는 이내 본색을 드러내 결국은 욕망과 어리석음이 더 커지게 하는 내용의 기도나 의식을 강요하는 자들이 있다.
또한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를 들먹이다가 영원한 자아나 절대자를 믿게 하는 자들도 있다. 다들 답답하고 힘들어 찾아 갔겠지만 이것도 다 부처님 가르침이라고 교묘히 엮어 넣는 그들의 어리석음과 장사 속에 빠져들면 괴로운 윤회의 시간만 더 길어질 뿐이다.
서울 대원정사 주지
988호 [2009년 03월 02일 13:37]
첫댓글 관세음보살()()()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3.gif)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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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 ()()()
감사히 봅니다...관세음보살 _()()()_
스님이 마음씀이 아름답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이고 싶습니다,,
목련님.. 감사합니다. ()()()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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