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 종이로 만든 번호판을 붙이고 강남 일대를 운전한 50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는 지난해 1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습니다. 최근 A씨의 벤츠 차량이 운행정지 명령을 받은 후 번호판이 영치됐습니다. 그러자 그는 종이로 만든 자동차등록번호판을 차량에 붙이고 서울 강남 일대 약 10km를 운행했습니다.
A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지는데요. A씨는 번호판 자체가 타인으로 하여금 진짜라고 믿게 할 만큼 정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서울중앙지법은 "차량운행 모습 사진을 보면 일반인들이 진정한 자동차등록번호판처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행위로 잘못 믿을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A씨는 우습게 생각했던 종이번호판 때문에 꼼짝없이 감옥에 갇히게 됐습니다.
◇번호판 위조하면 무슨 죄?
사람에게 주민등록번호가 있듯이 자동차에게도 고유번호가 있습니다. 이 고유번호가 명시된 자동차등록번호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운전자와 차량을 식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조하면 사건·사고 발생 시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등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번호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가 있어야 붙일 수 있는 표식입니다. 이처럼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공기호(公記號)라고 부릅니다. 공기호를 위조 또는 부정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형법 제238조)
위조공기호행사죄가 인정되려면 '행사할 목적'이 있었음이 증명돼야 합니다. 가짜 번호판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위조 번호판을 붙이고 운전을 해 일반인의 시선에서 가짜 등록번호를 그 차량의 원래 번호로 오인하게 만들면 죄가 됩니다.
A씨는 직접 만든 번호판이 다소 조잡하고 정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일반인을 착각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고 결국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도1413 판결)
영화나 드라마에만 나오는 일인 것 같지만 실제로 자동차 번호판 위조 사건은 꽤 자주 일어납니다. 지난 2015년에도 종이 번호판을 달고 운전하던 여성이 경찰에 적발돼 기소됐습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져 과태료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번호판이 영치됐는데, 갑자기 친정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갈 일이 생겨 번호판을 위조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이 여성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자고 일어났더니 자신의 승용차 앞 번호판이 없어졌다며 종이에 매직펜으로 차 번호를 쓴 뒤 붙이고 다닌 남성이 위조공기호행사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담당 판사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운행정지 자동차, 맘대로 끌고 나갔다간
문제가 된 차량은 A씨가 채권 담보용으로 가지고 있던 것으로 최근 운행정지 명령을 받고 번호판이 영치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원 소유자가 A씨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A씨가 담보 대신 차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처럼 운행정지된 자동차를 임의로 운행해도 될까요?
자동차 사용자가 아닌 자가 차량을 운행하며 검사미필이나 각종 세금, 과태료 미납 등 각종 법규를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경우 자동차 운행정지명령 처분이 내려집니다.
운행정지 자동차가 적발될 시 차량이 발견된 지역의 담당 공무원이 운행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동차 번호판을 떼어간 후 소유자에게 알립니다. 체납된 징수금 환수를 위해 차량을 공매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운행정지 명령 후에도 속도위반, 신호위반 고지서 등 자동차가 계속 운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 소유자는 자동차의 주소지 상 등록관청에 자동차 직권말소를 요청해도 됩니다. 운행정지명령에도 불구하고 계속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자동차관리법 제82조 제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