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집 마당에서는 별들이 잘 보였습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과 은하수. 그때가 그리울 때면 별을 찾아 전국을 헤맸입니다. 지금은 강원도의 높은 산 등 도시의 빛 공해가 적은 지역에서나 은하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은하수는 별들이 모여 만든, 길게 이어진 희미한 별 무리입니다. 밤하늘에 우유가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영어로는 ‘Milky Way’라 하고, 순우리말로는 미르(용)가 날아가는 천이라는 뜻의 ‘미리내’라고 부릅니다.
서울 등 대도심에서는 육안으로 은하수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경상북도 포항 산기슭부터 강원도 쪽까지 '광해(빛공해)'가 없는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리산'과 '강원도'가 가장 좋습니다. 실제 은하수를 보려면 여름철이 가장 좋은데 6월에는 새벽 1시부터 2시 사이, 8월에는 주변에 빛공해가 없다면 저녁 9시부터 자정까지가 좋습니다. 7월은 장마철이 잦아 여름이라도 은하수를 보기 어렵습니다.
은하수의 관측 조건은 관측 방위에 따라 달라지는데, 장소마다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같은 북반구에서는 4~8월에 아치형의 예쁜 은하수를 볼 수 있는데, 4월엔 새벽 2시, 5월엔 자정, 6월엔 밤 10시부터, 7~8월에는 이보다 좀 더 이른 저녁,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바로 관측이 가능합니다.
일단 별을 잘 보려면 방해 요소가 없어야 합니다. 구름은 가장 큰 방해 요소입니다. 관측하는 날이 구름 없는 맑은 날씨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다음 별빛을 제외한 다른 빛이 없어야 또렷한 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은하수는 그믐달에 가장 선명하게 보입니다. 빛 공해가 적은 산이나 바다를 찾아가는 이유도 마찬가집니다. 그 외에 습도가 낮은 날, 미세먼지가 적어 대기 질이 좋고 깨끗한 날 은하수를 더 잘 관측할 수 있습니다.
BEST 6.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
강릉의 안반데기는 한국의 은하수 성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안반데기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 단지로, 해발 1,100m의 고원 마을입니다. 불빛의 방해가 적고 대기가 맑아 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으며, 사방이 탁 트여 은하수를 촬영하기에도 좋습니다. 마을까지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어 최근에는 사진가뿐 아니라 은하수를 보려는 일반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다음 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은하수가 아니더라도 자동차 안에서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고 쏟아지는 별을 감상해봅시다. 한편, 안반데기에는 풍력발전기, 고랭지 배추밭 등이 은하수의 운치를 더합니다. 8월 중순에는 배추밭을 배경으로 운해와 함께 일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은하수 관측 가능 시간(피크 시간) | 3월 03:00~05:00, 4월 01:00~03:00, 5월 23:00~03:00, 6월 21:00~03:00, 7월 21:00~03:00, 8월 21:00~03:00
BSET 5. 경북 포항 호미곶
정동진과 함께 대표적 새해 일출 명소로 알려진 포항의 호미곶은 은하수를 보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은하수는 동남쪽에서 떠오르기 때문에 새해 일출로 유명한 곳이면 어디든 은하수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해맞이광장에 위치한 조각상 ‘상생의 손’은 은하수를 촬영할 때도 유용한데, 마치 상생의 손이 은하수를 잡으려는 듯한 독특한 장면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은하수를 관측한 뒤 일출까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더 매력적인 여행집니다.
은하수 관측 가능 시간(피크 시간) | 3월 03:00~05:00, 4월 01:00~03:00, 5월 23:00~01:00, 6·7월 21:00~23:00
BEST 4. 경남 거제 홍포전망대
거제시 남부면 끝자락에 위치한 홍포전망대는 여차홍포해안도로 전망대로도 불립니다.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밤이면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은하수가 떠오르는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홍포전망대는 바다의 고기잡이배를 제외하고 특별한 광해(光害)가 없어 은하수가 잘 보이는 청정 지역으로 꼽힙니다.
대병대도와 소병대도, 크고 작은 섬 위로 떠오른 은하수가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파도가 거세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날에는 고기잡이배도 뭍으로 나와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를 한눈에 더욱 잘 담을 수 있습니다. 전망대가 잘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잠시 멈춰 서 은하수를 볼 수 있습니다.
은하수 관측 가능 시간(피크 시간) | 4월 02:00~04:00, 5월 00:00~02:00, 6월 22:00~00:00, 7월 21:00~23:00
BEST 3. 경기도 양평 벗고개
양평의 벗고개 터널 또한 오래전부터 별 관측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무엇보다 터널 안에서 은하수를 촬영할 수 있어 사진가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벗고개 터널에 도착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수 명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차량이 가끔 지나가는 새벽이라도 안전에 주의하며 별을 볼 것. 되도록 좌우 길옆에서 은하수를 보는 걸 추천합니다.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소중한 인연과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양평의 별을 담은 인생 샷을 찍어봅시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은하수 관측 가능 시간(피크 시간) | 4월 02:00~04:00, 5월 00:00~02:00, 6월 22:00~00:00, 7월 21:00~23:00
BEST 1. 충남 태안 안면도 운여해변
운여해변은 서해에서 근사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서해에서 가장 큰 섬인 안면도 남쪽에 위치합니다. 밀물 때면 밀려든 바닷물이 백사장 안쪽에 자그마한 호수를 만들어내는데, 여기에 별과 소나무가 비쳐 황홀한 풍경을 만듭니다. 서해답게 국내에서 가장 늦게까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운여해변의 솔섬 위로 수직으로 서 있는 은하수가 독특합니다.
은하수 관측 가능 시간(피크 시간) | 6월 02:00~04:00, 7월 00:00~02:00, 8월 22:00~00:00
관측지에 사람이 있을 경우 기본 매너
1.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최대한 빨리 끈다
2. 랜턴보단 휴대폰 불빛이 좋다(가만히 어둠속에 있으면 암적응이 됩니다)
3. 관측,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빛을 쏘지 말것
꼭 은하수가 아니라도 새까만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을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별이 하늘 가득 반짝이는 광경을 보고 싶다면 무작정 떠나기보다 별 보러 가기 좋은 곳이 어디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