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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야흐로 ‘초개인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 접속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과 음악을 족집게처럼 골라 눈앞에 펼쳐놓는다. 소비자의 취향과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학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큐레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선을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 현장으로 돌려보면 풍경은 사뭇 달라진다. 수많은 공연과 전시, 축제가 울산 곳곳에서 쉼 없이 열리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번 주말에 어디서 무슨 공연을 하지?”, “나한테 맞는 전시는 어디 없을까?”라는 물음에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반면 문화기획자와 예술인들은 현수막을 내걸고 포스터를 붙이며 열심히 알리지만 관객 동원에 늘 어려움을 겪는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내게 꼭 필요한 정보는 닿지 않는 ‘풍요 속의 빈곤’, 이것이 바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공급자 중심 문화 홍보의 현주소다.
이제 울산 문화예술 생태계는 일방적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철저히 시민의 눈높이와 라이프 스타일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인공지능 기반 초개인화 문화 큐레이션’이 있다.
기존의 문화 정보 전달 방식은 소비자가 직접 포털 사이트나 지자체 홈페이지를 일일이 뒤져가며 일정과 장소를 확인해야 하는 ‘능동적 검색’을 요구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탐색 과정은 또 다른 피로감으로 다가왔고, 결국 문화 향유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능형 문화예술 플랫폼이 도입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AI 알고리즘은 단순히 날짜순, 장르 순으로 나열된 게시판형 정보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용자의 연령, 거주 지역, 주 활동 시간대, 과거 관람 이력, 플랫폼 내 체류 시간과 관심 키워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개인별 맞춤형 추천 피드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주말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외출하는 30대 학부모에게는 이동 동선이 편리한 가족 참여형 체험 전시와 키즈 클래식 공연을 우선 제안한다. 평일 저녁 퇴근길에 힐링을 원하는 직장인에게는 회사 근처 소극장의 어쿠스틱 콘서트나 야간 개장 미술관을 매칭해 주는 식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플랫폼은 단순한 예매 창구가 아니라, 나의 취향과 일상을 섬세하게 배려해 주는 ‘내 손안의 똑똑한 예술 비서’가 되는 셈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맞춤형 추천 기술은 소비자인 시민뿐만 아니라 공급자인 지역 예술인들에게도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해 준다. 자본력이 부족한 청년 작가나 비주류 인디 예술인들은 대규모 마케팅을 펼칠 여력이 없어 관객과의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AI 큐레이션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 홍보 대신, 해당 장르에 잠재적 관심을 가진 타깃 관객층을 정확하게 찾아내 작품을 연결한다.
재즈에 관심이 많은 관객에게 지역 재즈 밴드의 단독 공연을 정확히 배달하고, 미디어아트에 호기심을 보이는 청년층에게 신진 미디어 작가의 기획전을 연결함으로써 마케팅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일방적으로 소리치지 않아도 내 예술을 진정으로 아껴줄 관객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최적의 매칭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도시의 문화적 품격은 얼마나 화려한 공연장을 지었는가가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얼마나 가깝고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가로 완성된다. 기술이 예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예술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문화 혁신의 본질이다.
좋은 문화도시란 시민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일상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공급자 위주로 돌아가던 지역 문화를 시민의 손바닥 위로 온전히 돌려놓는 출발점이다. 퇴근길 가볍게 들르는 소극장, 주말 아이와 함께 떠나는 전시 나들이까지, AI가 똑똑하게 찾아주는 맞춤형 문화로 울산 시민의 하루하루가 더욱 특별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