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몇달이 지났다..
어느 휴일..
집에 콕박혀 딩굴딩굴하던 나..
당시 할부로 구입한 14인치 칼라 티비가 신기한듯 보고 또 보고..
그때는 전두환정권이 칼라티비 보급하고 프로 야구단도 창단 허용하여 중계방송에 공들이던 시절,,
아무튼 하루종일 그누무 칼라에 미쳐 신물나도록 보고 또 보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 초인종이 울린다.
나가보니 잠바 입은 건장한 중년의 사내 둘이 들어서며
"여기 000씨 사는 곳이죠?"..해서 내가 "제 동생입니다만..뉘십니까?"
"우린 이런사람입니다..정보과 형사입니다 " 하며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는데
"그래 내 동생이 뭔 잘못이라도 했단 말입네까?".."그게 아니라 워쩌구 저쩌구 저쩌구 워쩌구..."
"아무튼 일단 들어오세유"
두 형사가 들어와 내게 말한다.
동생 단속좀 잘 부탁한다고...그래 내가 말했다.." 들어올 때 현판 못보셨습니까?
우리집이 거수자 신고소입네다..그런 신고소에 선생님들 말씀대로라면 거수자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현판 걸땐 언제고 대체 이기 뭡네까?..내동생은 고저 평범한 학생으로 대학 학보사 편집장인건 맞지만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닌 전혀 문제없는 조용한 학생입네다..
이런 모범학생을 24시간 감시한다면 그건 국가적으로도 우스꽝스런 일이고
늘 애국충정으로 탱탱한 저 또한 기분 안좋습네다..
잠시 출타했는데 곧 귀가할테니 걱정하덜덜 마시고..
이 거수자신고소 소장 말 믿고..이만 돌아가시라요.."
봉봉 음료 한잔하고 그들이 나간후
밖을 내다보며 동태 살피니 계속 가지 않고 놀이터 벤치에 죽치고 있다.
아니 평범하고 연약한 내동생 하나 감시한다고 할일없이 그 아까운 중견 형사 인력..
그것도 둘씩이나 그것도 거수자신고소 현판 걸어놓은 집앞에 고정 배치하고 감시를..?
그때를 회상하면 참으로 답답한 시국이었다.
* 1983년,,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해로 기억합니다.
정초에는 미그 19기를 몰고 귀순한 이웅평..싸이렌 마구 울리며 전쟁발발을 걱정했다하고..
그런가하면 가공할 아웅산 폭탄테러,,대한항공 007기 피격..다대포 무장간첩 침투사건 등등
줄줄이 아주 크게 놀랠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한편으로는 중공 민항기가 춘천에 불시착..
이사건은 우방이었던 대만과 절교하고 중공과 수교하는
우리 정치경제사 큰변혁의 단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KBS 1TV 이산가족찾기 방송으로 우리는 참 이래저래 많이도 울었던 해였죠.
그때를 회상하다보니 무장간첩으로 다대포에 침투 생포된 전모씨..
그와 함께 근무했던 시절과 그시절의 직장동료들도 생각나고
또 1983년을 말하다보니 "1984 & 동물농장" 저술로 유명한 조지오웰도 생각나고..ㅎ
다음에는 동물농장을 글소재로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첫댓글 네 그해~~기억속에 있어요
그해..기억하시나 봅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누리세요...
내가 가을이 오면 님, 집 근처 갔다면 신고당할 뻔 했네요.
내가 좀 어정쩡하고, 약간 또라이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땐 날쌘돌이처럼 잽싸게 움직이고
형사처럼 남의 집을 샅샅히 살피는 성격의 소유자걸랑요.
신고는 무슨..신고 안합니다.
그나저나
박민순님은 통장직에 있으니
이웃들 동향을 잘 살펴보셔야 할 책무 있고..
그래 어련히 잘 하시겠습니까..ㅎ
안경벗고 읽으니
자꾸 제 거주지를 신고하라고 하는 것 같네요.
업무에 참고하세요.
도봉구 창동이 제 거주지이니까요.ㅎㅋ
아..창동입니까?
제가 한때 쌍문동 살아서..
그당시에는 창동하면 야구장도 있고..
도봉산 산행하려면 거쳐가는 곳이었는데..
아무튼 업무에 참고할테니 전화번호라도 주소...
당시 학보 편집장이면 사복형사들의 요시찰대상이었습니다
저도 그무렵 학생회관 개관식때 후배가 구호를 외치는 순간
사복들이 낚아채는걸 막은후 한동안 고생했었습니다
그런 고초를 겪으셨군요...
전정권 초기 과잉 단속의 부작용인거 같습니다.
그런 세월도 이제 아련한 추억이고..
오늘은 그산님 어디로 행차하셨을지
괜시리 그게 궁금해지네요..ㅎ
@가을이오면 넵 내년상반기중 이천호국원에 이장할 계획이라
이번이 마지막 성묘가 될것 같아 오늘은 형님부부와
우리부부 함께 한탄강너머 부모님 산소에 차례지내고
왔습니다.
우리 현대사 그 어느때도 격동의 시기가 아니었던 때가 없었지만
1983년 그해는 정말로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격동의 한해 였던 것 같습니다.
민항기 불시착, 이웅평 귀순,이산가족찾기등등...기억속에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동물농장얘기기 기대됩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뒤늦게 군대생활하고
제대한 때라 많이 기억됩니다.
비온뒤님..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