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판타지] ▶마지막 유희 <1>

[서은휘]

머리가 울리면서 두통이 찾아왔다.

"으으..."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내 입에서 신음소리가 났다. 휴우, 살아있긴 하나보네.

왼손으로 머리를 누르면서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에는 큰 나무들이 우거져있어서 햇빛 한줌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도대체....여긴 어디야?"

교복에 묻은 풀들을 털어내고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어디론가 가야된다는 생각에 남아있는 힘을 모두 소진해서

걷고있던 도중에 신의 도움인지는 모르겠지만 밝은 빛을 보았고 그 속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신의 저주인지 더이상 걸을 힘도 없었고 서있을 힘조차 없어서 나무를 붙잡고 간신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봐, 신! 도와줄거면 확실히좀 도와주라고!

내 외침을 신이 들은 것일까 그들이 나를 발견하고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래, 얼른 와서 나좀 데려가란말이야.

"TmfjwlsrjfRkdy!?"

"rmfjsrjtrkxrns. djffms wkqdkrkwl."

저건 도대체 어디말인거야? 나 정말로 이상한데 떨어져버린거잖아....

근육질의 남성들은 나와 멀찍이 떨어져서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다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이 다가오기도 전에 난 나무를 붙잡을 힘도 없어져서 쓰러지고 말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젠장, 오늘 하루만 해서 몇번이나 정신을 잃은것인지. 이건 남자의 수치야, 크흑!

조심스레 눈을 뜨자 갑작스레 들어오는 빛때문에 눈이 아파왔다.

"정신이 드나보군."

내가 살던 곳의 언어와는 확연히 달랐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이곳에서 살던 사람처럼...

".....파."

"뭐?"

"배...고파..."

내 말을 들은 붉은 머리의 사내는 잠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방을 나갔다.

굶고있는 사람을 버리고 갈정도로 어이없던 말이었을까? 하긴, 깨어나자 마자 배고프다는 말을 했으니

그럴만도 하겠구나... 하지만 저렇게 냉정하게 배고픈 사람을 버리고 갈수가 있는거야?

아아... 이곳 사람들은 박정하구나, 흑!

혼자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는데 그는 다시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왼손에 밥이 들린채로!

갑자기 그의 몸에서 광채가 나는 환상을 느꼈고 그의 얼굴이 너무나도 아름다워보였다.

그 이유는.... 말 안해도 알겠지만.

"먹어라."

그는 침대 위로 식사를 올려뒀다. 그것은 밥이 아니었다. 빵과 수프가 있었고 물이 담긴 컵이 전부였다.

물론 양이 꽤 되긴 했지만.....

난 배가 심하게 고팠기 때문에 허겁지겁 그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몇분 되지도 않았는데 그것을

다 먹어버린 나를 보며 질린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3일씩이나 죽은 듯이 잠만 자더니 먹기도 굉.장.히. 잘 먹는군."

3일? 3일씩이나 내가 잤단말이야?

"저기.. 여기가 어디죠?"

"여기는 노예상인 갈리프의 저택이다."

"노... 노예요!?"

노예라니,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노예제도가 사라진지 얼마나 오래됬는데 아직도

사람을 사고 파는 행위를 하는 나라가 있는거지!?

"나는 갈리프가 고용한 용병이다. 엘프를 잡아와달라는 의뢰에 숲속으로 갔었는데 우연히 널 주웠고

엘프를 잡을 수 없어서 대신에 인간인 널 갈리프에게 넘겼다."

엘프? 엘프는 상상속의 종족이고 판타지속에서만 나오는 종족이 아니던가.

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다르게 해석했는지 그는 다시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의 머리칼과 눈동자는 흔치않은 색이다. 게다가 네 흑발은 최상품이라고 갈리프가 그러더군.

아마 귀족에게 팔려나갈 듯 하니 그것이 너에게도 좋을 것이다."

"잠깐만! 노예로 팔려간다는데 뭐가 좋다는거야!? 당신 미쳤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반말이 튀어나왔지만 그는 새파랗게 젊은 놈에게 반말을 듣는 것이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냉정한 표정을 유지했다.

"내 판단으로는 넌 지금 돈도 없고 갈 곳도 없다. 그런 녀석들이 귀족가 노예로 팔려가는 것이 쉬운일인줄 아는가?

넌 얼굴이 곱상하니 노리개쯤으로 사용되겠지만."

노... 노리개라니!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난... 난.... 남자라고!"

이 말을 듣고도 그는 아까처럼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비웃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귀족들중에는 남색가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남색가라니... 난 도대체 어디로 떨어진거야!

귀족들이 있는 것을 보아하니 계급사회고 엘프가 나오는 것을 보아하니 설마...

난 몇달 전에 연후선배가 추천해줘서 보게 된 판타지 소설이 생각났다. 엘프와 드워프, 드래곤 등 여러 몬스터들이

존재하고 마법사와 소드마스터들이 있는 곳.

"저기... 이곳에 마법사와 소드마스터가 있나요?"

"...도망가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아라."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라구욧!"

".....5써클 마법사가 우리 용병단에 있긴 하지만 소드마스터는 보기 쉬운 존재가 아니다."

허허, 정말로 있네? 그럼 난 상상속에나 존재할 것만 같은 판타지 세계로 떨어진 것인가?

젠장... 이제 난 어떻게 되는거야.....

"하아..."

꼼짝없이 노예로 팔려나가야 되는 신세로 내려가버린 상황을 겪는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현재 내 대답은 '한숨만 나오네.'이다. 젠장, 이젠 신따위 믿나 보자구! 도와달라고 했더니만은 이런곳에 보내주기나하고!

일단 배를 채웠으니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상한 곳으로 떨어지더니만은 이제는 노예로 팔릴 신세라니... 잡일같은건 어렸을 적 험하게 자라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노...리개따윈! 흥흥흥, 누가 순순히 팔려갈줄알고!?

"곧 시녀들이 올것이다."

"시녀들이라니요? 노예한테 무슨 시녀가..."

그는 내 말을 뚝 잘라먹고는 자기가 할 말을 이어갔다.

"오늘 새벽에 노예시장이 열린다."

노예시장이 열릴테니 최대한 치장을 하고 나가야 된다... 라는 말인건가? 훗 역시 내 상황판단력이란.

자...잠깐만! 이게 아니잖아! 오늘 새벽이라니이이이!! 난 이곳을 탈출할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단말이야, 흑.

난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촉촉히 젖은 눈망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끼자

헛기침을 하더니 내 머리위로 손을 올리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봐, 난 쓰다듬는걸 원하지 않았다구!

"크흠, 그런 눈으로 바라봐도 소용없다."

나는 삐진 척을 하기 위해서 입을 삐쭉 내밀었다. 뾰루퉁한 얼굴이 드러났고 그는 살짝 당황했다.

오호라, 너란 인간도 당황이라는걸 한단말이야?

본격적으로 삐진 척을 하기위해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메이드복장을 한 여자들이 들어왔다.

"저 노예입니까, 루이님?"

"그렇다."

루이라니, 풋. 저런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용병...이 아니구나!

살짝 놀란 마음에 나는 천천히 '루이'라 불린 붉은머리 사내를 관찰했다.

확실히 근육질의 몸매이긴 하지만 적당한 신체비율 덕분에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의 귀족같은 외모가 그를 용병답지 않게 만들었고 귀족 영애들이나 후리고 다닐 외모였다.

루이는 한창 그의 외모를 감상하고 있었던 나를 번쩍 안아올리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루..루이? 어디로 가는거야?"

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살짝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으으, 또 뭐라고 하는거 아니야?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다르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욕실로 가는 길이다. 그곳에서 목욕과 전신마사지를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제대로 된 반항도 못하고 욕실로 직행했다.

욕실은 내가 살던 곳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고 그 안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여러 소년들이 목욕을 하고있었다. 아마도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신세일 것이다.

그는 날 내려놓고는 시녀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욕실을 빠져나갔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갈색머리를 한 시녀가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앗, 뭐하는거야!?"

"넌 목욕할때 옷입고 하니? 웃기는 아이네."

갈색머리 시녀는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

크흑, 첫키스도 못해본 신유한. 이렇게 첫 순결을 빼앗기는 것인가!

마음속으로 혼자서 처절하게 울고있던 나의 표정을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대충 짐작이라도 가는 듯

피식 웃고는 안심하라는 듯이 말을 걸었다.

"걱정하지마. 우리도 너희같은 노예들의 '그것'따윈 보고싶지 않으닌깐."

그녀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행히도 속옷은 벗기지 않았다.

맨살에 닿는 공기가 차가워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욕탕의 물은 약간 시원한 온도였고 장미 꽃잎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부류(?)의 소년들이 이곳에서 씻겨지고있었다.

힘 좋고 몸 좋은 소년(?)들과 힘도 없고 잘 꾸미기만 하면 여자같아 보이는 소년들.

난 별로 후자쪽에 끼고싶지 않다굿! 흑

대충 목욕이 끝나자 시녀들이 내게 달려들어 피부마사지를 시작했다.

워낙 손길에 민감한 나는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으학, 으흐흐흐 크크큭.. 그... 그만! 크크크크."

고상한 웃음소리(주관적인 판단이지만)와 함께 몸을 비틀며 손길을 거부하자 그녀들은 급기야 내 팔과 다리를

고정시키고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으흐흐흐....."

눈물이 다나올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것이 끝났다. 그리고 나는 시녀들과 함께 이곳을 빠져나와 옆 건물로 넘어갔다.

그곳에선 나풀거리는 여러 옷들이 즐비해있었고 시녀들은 기쁜표정으로 이옷 저옷을 내게 대보더니

차마 입기도 뭐한 그런 옷을 나에게 주었다. 이런 악마같은 것들.

"저기... 이걸 입으라고?"

"그래, 얼른 입어! 시간 없어 죽겠는데!"

원래 살던 곳에서도 이런 옷따윈 입지 않았다구! 이곳 사람들 패션세계가 왜이래?

아까부터  날 담당하던 갈색머리 시녀가 내가 머뭇거리자 닦달하기 시작했다.

결국 난 투덜거리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완전 계집애잖아?"

그녀의 말을 듣고 방에 있는 전신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보게되었다.

...젠장, 저건 내가 아니야!

현재 내 모습을 대충 묘사해주자면 검은 빛을 띄는 와이셔츠 하나만을 걸치고있었다.

하지만 얇은 재질이었고 그 덕분에 희끗희끗 살이 비쳤다. 와이셔츠가 길어서 허벅지의 절반정도까지 내려와있었다.

그리고 바지는 정장바지같았지만 완전히 스키니였다. 맞춤옷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내 다리길이와 두께까지 거의 정확했다.

나중에서야 알게되었지만 착용자의 신체에 맞게 변화하는 마법이 걸려있었다고 한다.

옷을 고르러 오기 전에 약간 화장을 당했는데 그 덕분에 촉촉해 보이는 입술과 고혹스러운 눈매 덕분인지

누군가를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이녀석 나르시즘인가!)

"갈리프님께서 좋아하시겠어. 넌 분명히 높은 금액에 팔려나갈거야."

그녀는 칭찬인지 악담인지 모를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그럼 따라와."

"어디로가는데?"

"너, 노예주제에 말이 너무 많은거 아니야? 나중에 팔려나가서도 그렇게 입을 나불거리다가는 한대 얻어맞는다구.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나는 입을 다물고 그녀를 따라갔다.

...절대로 맞는게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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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관심가져주신분들 모두 사랑합니다♡

그럼 2화에서 뵈요!

[동그리hs]

재밌을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서은휘]

♥댓글감사해요

[엘키리아]

흑... 노예상인... 엘퀴네스가 생각나네요 낄낄 잘봤습니다~ ^^

[서은휘]

노예라는 소재가 좀 흔하긴하죠(?) 그래도 유한이는 꼭 노예로 팔려갑니다. (응?) ♥댓글감사해요.

[냐옹이줘]

ㅋㅋ잼있어요 >_<//

[서은휘]

♥댓글감사해요.

[운호(♡)]

... 하필이면 노예상단에게 걸려서는<... 불쌍하네요T_T

[서은휘]

뭐.... 지 팔자겠...죠? (죄책감제로) ♥댓글감사해요

[Toxic。]

노예상단이라... 노예.... 꽃돌이와 꽃순이들이 많겠네요~<-???????????

[서은휘]

후후후후. 안그래도 다음편에서 흐흐흐 < ♥댓글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