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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
김형우는 이제 자신이 아들들에게도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깨닫는다.
이제 아들들은 제 아내와 자식들이 우선이다.
키워준 할머니의 제사 자신들을 낳아준 어머니에 대한 의무감보다는 아내와 아이들이 우선이고 삶의 전부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처음으로 비로소 허전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어머니가 생전에 왜 그리도 자신의 재혼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쓰시고 권하셨는지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김형우다.
이제 이 집안의 모든 것은 맏며느리의 손으로 넘어가 있다.
허지만 김형우는 경제권을 넘기지 않고 있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재산을 아직 아들들에게 상속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자신이 나갈 수 있는 직장이 있고 관리하고 지켜야 할 재산이 있기에 아들들이나 며느리들에게도 당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모든 제사를 어머니가 다니시던 절에 모신다.
이제 손자들이 학교에 다니고 그 손자들을 위해서 며느리는 늘 바쁘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잠시 자신을 위해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하고 오후가 되면 또 다시 아이들을 승용차에 태우고 학원으로 향하는 며느리다.
저녁이나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는 며느리는 다시 늦게까지 아이들을 공부시키느라 또 다시 바쁜 시간을 보낸다.
온통 아이들 위주의 삶이 된다.
월급만으로는 그 모든 것이 충당이 될 리가 없다.
김형우는 임대료에서 세 아들들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돈을 넣어준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임대료의 수익을 사등분을 한다.
재산세와 건물 관리를 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제외하고 세 며느리들의 통장으로 입금을 시키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어느 며느리 하나 고맙다는 인사말도 없다.
당연히 들어올 것이 들어온다는 반응들이다.
자신들의 것을 받는다는 식이다.
김형우는 그저 그러려니 한다.
휴일 날도 며느리는 집에 붙어있지 않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생각을 한다.
아들 역시 휴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외출을 하는 것이 가장된 임무고 도리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지내고 계실 아버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제사를 절에 모시고 난 다음에는 모두들 참석을 한다.
그런대로 김형우 역시 자식들의 뜻을 따르고자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그것도 두어 번 뿐이다.
평일이라는 이유로 아이들 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말로 참석을 하지 않는다.
아들들만 두어 번 더 참석을 했을 뿐이다.
허나 삼년도 지나지 않아 아들들과 며느리들은 돈만 보내는 것으로 자신들의 의무를 다 했다는 듯 기일이나 명절에 참석을 하지 않는다.
김형우는 혼자서 기일이나 명절에 참석을 한다.
참으로 서글프고 한심스러운 일이지만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당시 완강하게 반대를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를 해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다.
김형우는 승용차에 올라 핸들을 잡는다.
그리고 서울 외곽으로 빠진다.
어디든 혼자서 드라이브라도 나서려는 생각이다.
가진 돈은 얼마든지 있다.
허지만 그 돈을 즐겨 쓸 수 있는 곳이 없다.
퇴직을 하고 난 다음 빌딩 관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니다.
매달 임대료가 들어왔는지 확인을 하고 사무실이나 상점마다 불편한 것이 있으면 손을 봐주곤 하는 것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시키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실상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생각할수록 명절이나 기일에 참석을 하지 않는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괘씸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속마음을 나타내 보일 수도 없다.
한 집에서 살고 있는 한 며느리와 마음을 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저 참고 또 참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직장을 나가고 있을 때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이겨낼 수가 있었는데 막상 퇴직을 하고 보니 그 모든 것들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집에서 밥을 한 끼도 먹을 수가 없다.
아침이면 간편하게 먹는다는 이유로 빵조각과 계란프라이와 커피나 우유를 마신다.
평생을 아침이면 국과 밥을 먹고 살아온 김형우로서는 마땅치가 않다.
그렇다고 자신만을 위해 밥과 국을 준비하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저녁 또한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카레나 자장밥 아니면 돈가스 외식을 한다든가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피자를 주문해서 먹곤 한다.
김치 또한 집에서 담그는 것이 아니고 주문을 해서 먹는다.
김형우의 입맛에는 형편이 없는 맛이지만 맛이 없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김형우는 잠시 차를 길가에 정차를 하고 내려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길게 한 모금 빨아 드리고 나서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 뱉는다.
자신이 집에 있거나 없거나 자신에게 신경을 쓰는 자식들이 없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다시 어머니의 기일이다.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어머니가 얼마나 서운해 하실지 눈에 보인다.
아들들에게는 할머니가 아닌 어머니 대신이었다.
할머니가 아니셨더라면 지금의 자신들이 있기나 했을 것인가?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당신이 하시는 모든 일들을 접으시고 모든 정성과 애정을 쏟아 부으며 키워온 손자들이다.
이제 기일조차도 챙기지 않는 자식들에 대해서 김형우는 몹시도 서운해지고 괘씸한 생각이 들지만 표현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 대해서 화가 난다.
“어머니!
어찌 합니까?
이대로 모른 척 방관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요?“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소리 대신에 지나가는 자동차의 요란한 경적소리만 들린다.
큰며느리의 성품은 매우 강한 성품이다.
어머니가 생존해 계실 때는 느끼지 못했던 며느리의 성품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신이 모든 것을 맡아 안주인의 역할을 하면서 아랫동서들과 시동생들을 한
손으로 휘어잡고 윗사람으로서의 권위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성품이다.
둘째 며느리 또한 보통이 아닌 사람이다.
그러나 때로는 사근사근하기도 하고 그래도 셋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기도 한다.
막내며느리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냉정하고 차가운 구석이 많은 아이다.
이해타산에 빠르고 모든 것이 계산적이며 절대로 자신에게 손해가 가는 일은 하지 않는 성품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때로는 아무도 모르게 시아버지를 찾아 자신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얻어낸다.
집안일이라면 무조건 뒤로 빼고 나 몰라라 하는 성품이기도 하다.
김형우는 많지도 않은 자식들이 하나도 마음에 드는 자식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뜻에 따라주는 자식들이 없다.
김형우는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지만 딱히 갈 곳도 없다.
시간은 어느 사이에 늦은 오후가 되어가고 있다.
아침을 사 먹고는 하루 종일 거의 빈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장 끼가 돈다.
다시 차를 돌려 서울로 되돌아간다.
집으로 바로 들어가려다 근처의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가 또 한 끼를 사 먹는다.
이른 저녁시간이지만 점심을 먹지 않은 김형우로서는 한 그릇을 다 비워내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간다.
“어머?
아버님, 일찍 오시네요?”
유혜령은 생각지도 않게 일찍 들어오는 시아버지를 보며 난색을 표한다.
“어디 가려던 것이냐?”
“네!
아이들이 외식을 하자고 해서 아범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냐?
다녀 오렴!“
“아버님 저녁은 어떻게 하죠?”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리 전화라도 주셨으면 준비를 해 놓았을 텐데요.”
“고맙구나!
내 걱정 말고 어서들 나가거라!“
며느리의 말이 김형우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김형우는 그대로 이층으로 올라간다.
유혜령은 그런 시아버지는 잠시 바라보다 그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저녁을 드시지 않으시는 시아버지라는 생각을 한다.
유혜령은 시아버지가 참으로 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년퇴직을 하셨지만 집에서 귀찮게 하시는 일도 없다.
늘 바쁘시고 하시는 일이 많아 밖에서 살아가시는 시아버지의 생활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아버지에 대한 식사나 다른 것을 일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매달 주시는 돈을 다른 형제들과 똑 같은 금액을 주신다는 것이 불만이다.
맏이로서 맏이다운 대우를 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겉으로 내 놓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니 늘 불만이 쌓인다.
당신을 모시고 살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생각해서라도 다른 동서들보다는 조금은 더 생각해 주실 법도 하건만 늘 같은 금액이다.
빌딩에서 나오는 정확한 수입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맏이이고 보면 그 빌딩의 소유권 또한 맏이인 자신들에게 반은 돌아올 것이고 그런 것을 생각하면 수익의 반은 주셔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을 하면서 시댁에 들어와 살 결심을 한 것도 모두 재산 때문이다.
자신이 맏이로서 모든 것을 물려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유혜령의 마음이다.
“아버님이 들어오신 것을 보고 나왔어요.”
남편과 만나자 마자 시아버지에 대한 말을 한다.
“그럼 아버지 저녁을 어떻게 하고?”
“알아서 드신다고 나가라고 하셨어요.”
“그런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왔다는 말이오?”
“언제 아버님이 집에서 식사를 하시는 분인가요?
아마 드시고 들어오셨거나 다른 약속이 있으시겠지요.“
성일이는 잠시 집에 혼자계실 아버지를 떠올려본다.
그러나 늘 바쁘신 분이다.
아마 아내의 말대로 또 다른 저녁약속이 있으실 것이라고 마음을 돌린다.
성일은 가족들을 데리고 비싸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선약을 해 놓은 것이다.
“아빠!
나 맛있는 거 먹을 거야!“
큰아들이 식당에 들어서자 메뉴판을 본다.
이제 두어 달만 있으면 중학생이 될 큰아들이다.
“그래!
너 먹고 싶은 거 시켜!“
아이들은 음식이 나오자 음식을 먹기에 바쁘다.
“여보!
아버님께 말씀을 드려서 매달 나오는 수익금을 더 달라고 해요.“
”지금도 적게 주시는 것이 아니잖소?“
성일은 아내를 바라본다.
“당신은 우리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얼마인지 알기나 해요?”
“글쎄?
아버지가 말씀을 해 주시지 않으시는데 내가 어찌 알겠소?”
“그러니 답답하다는 말입니다.
당신이 장남이면서 그 정도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으니 정말 답답해요.
그러다 만일 아버님께 어떤 변고라도 있으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변고라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요?“
성일은 화를 낸다.
아내의 말이 무섭다는 표정을 짓는다.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당신도 곰곰이 생각을 해 봐요.
우리가 맏이면서 그런 것을 알면서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요?“
”...........................“
”그리고 우리가 왜 서방님들하고 같은 액수를 받아야 해요?
재산 상속권을 따진다고 해도 임대료의 반은 우리 몫이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직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소?
모든 것은 아버지가 하시는 대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오.“
”당신은 참으로 답답해요.
왜 자신의 몫도 챙기지 못하고 살아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내 몫은 악착스럽게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이번 아이들 방학 때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올래요.“
“무슨 벌써 어학연수를 가?
고등학교나 들어가면 모를까?“
”당신은 대학교수면서도 그렇게 몰라요?
더구나 영어교수면서도 어떻게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그렇게 무관심해요?
아버님께 말씀을 드려서라도 연수비용을 타 줘요.“
”..........................“
성일은 아내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학연수는 어려서부터 꾸준하게 다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알겠소.
내가 말을 해 보리다.“
“말만 해서는 안 돼요.
반드시 아이들을 위해서 연수비용을 달라고 하세요.
그동안 아버님은 많은 돈을 모으고 계실 것입니다.
손자들을 위해서 돈을 쓰셔야 하는 것이 맞는 거 아닌가요?“
”알겠소.“
성일 역시 아버지의 수중에 많은 재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내의 말대로 그 재산은 자신에게 상속권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버지의 금고를 열게 할 생각을 한다.
아버지는 당신을 위해서도 함부로 돈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제 아버지는 그 모든 재산을 자식들에게 상속을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 부부는 식사를 하는 동안 아버지 재산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화제로 삼는다.
어떻게 하든 동생들보다 많은 상속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외식을 하고 있는 시간 김형우는 주방으로 가서 라면을 끓이고 있다.
라면을 넣고 냉장고를 열어 김치를 찾아보았으나 김치는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아이들 먹을 것들만 가득 채워진 냉장고 속이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