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비행기 나란히 세워 美 10명·러 4명 맞교환
냉전식 해법으로 양국 외교 갈등 막아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알려진 미국·러시아 양국의 스파이 맞교환은 그 자체가 한편의 007 첩보영화였다.무대는 9일 오전 오스트리아 빈의 슈베차트 공항. 비행기 2대가 수분 간격으로 잇따라 착륙했다. 그리고 활주로의 먼발치에 가서 나란히 멈춰섰다. 서로 닿을 듯이 가까운 거리였다. 뉴욕에서 밤새 날아온 전세기 보잉 767-200과 모스크바에서 날아온 러시아 비상계획부 소속 야코블레프 야크-42 항공기는 이날 맞교환 대상인 스파이 14명을 옮겨 태운 뒤 다시 수분 간격으로 이륙했다. 작전에 소요된 시간은 불과 1시간여.
스파이 맞교환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양국은 각각 억류 중이던 스파이들이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하에 사면을 받는 형식으로 풀어줬다. 지난달 미국에서 잡힌 러시아 스파이 10명(남녀 각각 5명)과 오래전부터 러시아에 스파이 혐의로 복역 중이던 4명은 이날 빈에서 맞교환됐다. 중립국인 오스트리아 빈은 냉전시대부터 스파이 맞교환의 적소였다. 미·소의 각종 협약과 밀담 장소로도 애용됐다.
- ▲ 미·러 스파이 맞교환을 위해 각각 뉴욕과 모스크바에서 날아온 항공기 2대가 9일 오스트리아 빈 슈베차트공항에 착륙해 있다. 꼬리에‘비전’이라고 쓰인 미 전세기에서 러시아 스파이 10명이, 바로 뒤 러시아 비상계획부 소속 항공기에서 미국 등 서방측 스파이 4명이 내려 비행기를 바꿔탄 후 1시간여 만에 차례로 이륙했다. /AP 연합뉴스
같은 무렵 러시아도 미국과 서방의 첩자 노릇을 한 죄로 수감돼 있던 러시아인 4명을 석방하는 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서명했다. 양국 정보기관들에 의해 물밑에서 진행된 이번 일에 대해 NYT는 "냉전시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양국 외교의 새 출발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은 신속하게 '스파이 교환'이라는 카드로 사태 봉합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전략적 상황이 서로 손을 잡게 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대중(對中) 관계가 삐걱대는 중에 미·러 관계 '재설정'(reset)이 절실하다. 핵무기 추가감축, 이란 핵프로그램 저지, 아프간전 보급로 유지 등에서 러시아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러시아로서도 17년 숙원인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에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던 차였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우리가 도달한 합의는 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한 성공적인 해법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문에서 "이번 조치는 러·미 관계 개선이라는 포괄적 맥락 속에서 이행됐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공화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가 러시아에 너무 유화적이라는 공세를 펼지 모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미 하원 정보위 소속 피터 훽스트라 의원(공화당)은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듯하지만 나로선 러시아도 그렇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첫댓글 세상은 요지경~~~~
예로부터 정보력이 국가 경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