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 깊은계곡 양지녘에
바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고향 초동친구 두곤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비목 / 한명희 작시 / 장일남 작곡
〈비목(碑木)>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곡 중의 하나입니다.
한명희 님이 지은 시에 작곡가 장일남 님이 곡을 붙였습니다. 1969년에 처음으로 발표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명희 님은 강원도 화천 백암산 부근에서 십자 나무만 세워져 있는, 무명용사의 돌무덤의 비목을 보고, 조국을 위해 죽어간 젊은이들을 기리는 내용의 시를 지었고, 이를 장일남에 보여주자 즉석에서 곡이 만들어졌다고 전합니다.
제가 강원도 화천 백암산에 군인으로 간 게 1979년 4월입니다. 풍산리 7사단 신병교육대에서 8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부대 배치를 받은 곳이 백암산 아래 주파리 안쪽의 8연대 휘하 소충중대였습니다.
1979년 6월 6일 바로 오늘에 처음으로 휴전선에 섰습니다.
당시 우리 중대는 전방 철책근무를 끝내고 바로 뒤에 나와 있었는데 철책선 작업에 차출되어 처음 휴전선을 봤고 그 아래 금성천과 북한 땅을 봤습니다.
철책선 주변에 오래 묵은 도라지들이 많았고 눈에 보이는 지뢰들, 철책을 지키는 벙커, 참호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휴전선에 서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날이 좋았습니다. 그날 철책선에서 들어온 뒤에 한 달이 자나고 백암산 넘어 철책선에 배치가 되어 다섯 달간의 휴전선 경계근무를 마치고 3연대와 교체가 되어 뒤로 빠졌고 한 달도 안 되어서 원주 하사관학교로 차출되었습니다.
그게 벌써 35년도 더 지난 일이 되었습니다.
제가 훈련을 받았던 신병교육대 부근도 가보았고, 거기서 멀지 않은 평화의 댐도 가봤고, 재작년에는 운이 좋아서 제가 철책근무를 섰던 그 부근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오늘이 현충일입니다.
나라를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오늘의 우리가 있도록 헌신하신 모든 분들께 대한민국의 영광을 바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