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친구가 성곽길을 걷고 싶단다.
3월 중순이면 출국할 예정인 친구는
가고 싶고, 걷고 싶은 길이 참 많다.
다른 친구들이 이젠 정상들을 못 가니
우리나라에 오기만하면 나만 붙잡는다.
몇년째 자기 스스로 '온화 바라기' 란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들어오기 무섭게
자가격리 끝나고 도봉산을 가자고 한다.
늘 가던 코스가 아니면 좋겠다 하기에,
송추계곡 쪽으로 해서 여성봉과 오봉을
마침 눈 온 다음날 설경 속에 올랐었다.
수락산도 당고개에서부터 학림사로 긴
코스를 정상까지 다녀와 좋아하던 친구.
불암산도 상계역에서부터 청암능선으로
정상에 올라 두손 번쩍들고 신이 났었다.
북한산도 오르자 해서 불광역에서 만나
탕춘대, 차마고도로, 향로봉을 다녀왔다.
이번엔 성곽길 백악산구간을 가자고한다.
예전엔 그 산성길이 대수롭지 않았는데
허리와 무릎수술 후 3년이 갓 지난 지금
흙길 산길은 오르내림있어 문제 없지만,
돌계단투성이의 직진 백악길은 걱정이다.
곧 캐나다로 돌아가면 또 언제 볼까 싶어
친구가 원하는대로 백악산성길을 올랐다.
발렌타인 전날인 13일 일요일 아침
경복궁역에서 만나 7022버스를 타고
청운동 윤동주 문학관 앞에서 내린다.
바로 창의문 안내소에서 표찰을 목에 걸자,
돌계단의 직코스는 내림도없이 올라간다.
돌고래쉼터에서부터 벌써 무릎 시큰댄다.
한 계단에 두발을 모으는 합보로 천천히
스틱의 힘으로 버텨가며 무사히 마쳤다.
쉴수 있는 쉼터가 나올 때마다 모두 쉬고
풍경이 근사한 곳만 나와도 마냥 쉬었다.
산행이라기보다 산보 산책의 느낌이었다.
미세먼지 나쁨수준으로 뿌옇게 흐리고
시계도 좋지 않아 멀리 볼 수도 없었지만
친구는 나랑 걷고 즐긴다는 사실 만으로
뿌듯하고 행복하다며 마냥 웃어댄다.
백악마루 342m정상, 청운대 293m,
숙정문 쉼터에서 서로 준비해온 과일과
떡, 샌드위치, 매실차 등으로 잘도 먹었다.
무릎이 부드러짐을 느끼기에 힘껏 걸었다.
발바위에서 표찰을 반환하고, 와룡공원과
혜화문으로 담장끼고 도는 듯한 성곽길을
숱한 우리들만의 이야기 나누며 내려왔다.
산까치가 우리들을 따라다니며 재잘댄다.
우린 누구랄것도 없이 동시에 노랠했다.
''산까치야 산까치야, 어디서 날아오니?
네가 오면 우리 님이 오신다는데
너마저 울다 저산 너머 날아가면은
이마음을어이하나, 너라도내곁에 있어다오.''
혜화문 아래 예쁜 카페에서 친구와 나는
다음 산행코스를 잡으며 커피를 마신다.
친구와 헤어질 날이 한달도 채 안 남았다.
몇 번이나 또 함께 산에 오를 수 있으려나.
친구가 원하는대로 맞춰서 다 해주고싶다.
그래그래, 무릎 조금 무리하면 어떤가.
친구가 저토록 좋아하고 크게 웃는데
함께 다녀와 충분히 쉬면 되지 않는가.
친구만큼 좋은 게 또 어디 있으랴!
창의문에서부터 백악산성길 출발!
경복궁역에서 7022버스를 타고 와서
창의문안내소에 들러 표찰을 받고
백악마루 백악산 342m에서 둘이둘이
남산타워 미세먼지 나쁨 속에 흐리다
청운대 작은 정상석에 멋드러진 소나무
숙정문에 서면 늘 숙연해지는 마음
하늘 향한 말없는 소나무의 운치가
산까치야, 너라도 내곁에 있어다오!
말바위안내소에서 표찰을 반환하고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이 희미하다
오후 해가 걸린 혜화문에서 산성길 맺으며
찐한 우정은 카페라떼 속 하트를 날리고
첫댓글 한양도성 순성길 백악구간을 친구분과 함께 다녀오셨군요. 결코 쉽지않은 코스인데 수고하셨습니다. ^^
네. 달사랑님의
쉽지 않은 코스라고
먼저 걸으신 애틋함으로
걱정해주신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쉽지 않은 백악산길을 친구분과 줄기시면서 걸으셨네요.
무릅수술 후에 재활치료를 위해서 많은 고통을 극복하시고 힘든 코스를 걸으시는 의지력 대단하십니다.
자신이 무릅 줄기세포 시술하고 2년 동안 재활치료를 해봐서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급경사,계단 내려가기 하실때 조심 하시길 바랍니다.
두분의 우정 부럽습니다.
멋진 사진과 후기 즐감 했습니다.
늘 줄거운 걸음 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 하겠습니다.
전광석화님.
고맙습니다.
무릎인공관절수술 후
2년 간은 길나섬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집 뒤의 야트막한 자락길
지팡이 짚고 천천히 다녔죠.
작년 봄부터 길 걷기 시작해
근육강화운동과 체력단련을
열심히 하면서 산행을 했죠.
많이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돌계단은 무리가
따름을 느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계단 조심조심 하려 합니다.
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즐거운 발걸음 하고 있습니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다는 온화한여자님의 마음이 너무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두분의 우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 네. 도날드님.
고맙습니다.
캐나다에서 귀국해오면
저만 바라보고 있는 친구니까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싶지요.
비록 저는 무리가 따르고
가지 않았으면 하는 길도
친구를 위해 동행하고 나니
마음이 뿌듯한 게
먼저 느껴져서 행복하답니다.
우정에 성원을 보내주시니
힘이 납니다.
이역만리 캐나다에서 잠시 귀국한 고딩 친구와 함께 해발 342m의 白岳山(城길) 우정도보한 온화한여자님의 후기, 쵝오!입니다. 작년 12월 19일 고교동창 산악회 비대면/그룹별 산행으로 道峯山 女性봉과 五봉 雪國산행을 같이했었던 바로 그 친구분인 듯 보이네요. 그 友情 영원하기를 소망하면서
제 고교동기들 5개 산악회 중 三角靈峰 산악회에서 월정기산행으로 창의문에서부터 성곽 계단을 올라 백악산 정상석 찍고 김순조 루트 - 팔각정 - 와룡공원으로 내려왔었던 날을 추억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네. 앵베실님.
저희들의 우정을
이쁘게 봐주시고
영원하길 소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돌계단이 걱정돼서
실상 백악산성길이 아닌
다른 곳을 가고 싶었지만
캐나다에서 잠시 온 친구가
원하는 바람에 조금 무리했죠.
그래도 마음이 뿌듯해요.
하도 친구가 좋아하니까요.
대신 오늘까지 무릎 쉬면서
찜질하고 쉬고 있답니다.
많이 좋아지고 있구요.
두 분의 찐 한 우정의 산행을 봅니다.
자하문 쪽에서는 계단이 더 가파른 오름 길인데...
무릎에 무리는 아니신지요?
헤어지기 섭섭하여 모든 것 다 해줄 수 있는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두 분의 애틋한 우정 영원하시기 바라며,
한양도성 백악산 길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네. 가곡님.
고맙습니다.
캐나다에서 온 친구가 원하니
무릎에 무리가 오는 줄
알면서도 흔쾌히 동행하고
함께 뿌듯해하는 걸 보면
친구가 좋긴 좋은가봅니다.
이틀 지난 지금도
꼼짝 못하고 찜질하면서
쉬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흔히들 자신이 먼저냐
상대방이 먼저냐고 묻지만
저로선 상대방을 우선할때가
더 많음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때로 손해도 보고
아픔도 일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을 위하는 일에 한발 먼저 디디게 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나이 늘어 갈수록 친구 소중함을 요즘 많이 느낍니다
친구를 위한 아름다운 마음씨에 멋진 봉사 박수 보내드립니다 짝짝~짝
영상도 마음에 담고갑니다
그쵸?
친구가 좋아서
뭐든지 다 해주고 싶지요.
중요한 것은
친구에게 바라지 말고
내가 친구에게 해주려는 마음
그리고 실천에 옮기는 행동
그것이라야 우정이 성장하고
발전하며 승화되더라구요.
좋은 말씀과
후기 잘 보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