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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의 딸’ 태국 이주 때 중진공 직원들 동원 의혹...
“본사서 신분 감추고 지시”
당시 중진공 방콕 센터장 인터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전 방콕센터장 A씨는 “당시 회사에서는 방콕에 집을 구하는 사람이 다혜씨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자를 소개해 주고, 집 계약이 끝난 뒤에도 A씨는 방콕으로 이사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한다.
A씨는 최근 본지와 한 통화에서 “2018년 5월쯤 본사 해외 조직을 관리하는 부서 담당자가 ‘처장님 지인이 방콕에서 살 곳을 찾는데 부동산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해 방콕 현지에 있는 한인 부동산 업자 B씨의 연락처를 본사에
전달했다”면서 “그때 집을 찾던 사람이 문다혜씨라는 사실은 최근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주하려는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는데, 본사 담당자도 ‘처장의 지인’이 누군지 모르는 것 같았다”며 “나중에 B씨에게
‘한 여성분이 집을 보고 갔고, 계약도 잘했다’는 연락만 받았다”고 했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달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취업’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즈음 부동산 업자 B씨도 조사받았다. 검찰은 A씨에게 전화한
중진공 직원과 처장, 지시한 윗선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사장이던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중진공 직원들을 동원해 비밀리에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왔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산하 기관 직원들을 사적인 일에 동원한 것 자체가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서씨를 채용한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는 “이상직 이사장이 직접 (서씨의) 이력서를 태국까지 들고 와서
채용을 지시했고, ‘월급은 800만원으로 맞춰주라’고 했다”면서 “서씨가 대통령의 사위라는 말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고 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했던 태국의 저가 항공사로, 다혜씨 가족에게 2억여 원의
특혜성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2018년 6~7월,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과 딸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는 마치
‘비밀 작전’처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해 3월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이상직 전 의원이 직접 나서 3개월여 만에 해외 취업과 이주 등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서씨는 그해 3월 다니던 게임 회사를 그만뒀다. 4월에는 자신 명의로 돼 있던 서울 종로구 구기동 빌라를 다혜씨에게 증여했다. 이 집은 3개월 뒤 매각됐는데, 앞서 부부간에 왜 증여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다음 달인 5월, 중진공 태국 방콕센터장 A씨는 본사 해외 조직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로 지시를 받았다. ‘처장님 지인이 방콕에 가려는데 그쪽 부동산을 좀 알아보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당시 본사
담당자에게 ‘부동산 중개인에게 처장님 지인의 연락처를 주겠다’고 했는데 본인도 그 사람이 누군지, 연락처도
모르고 있어서 거꾸로 부동산 정보만 전해줬다”면서 “중개인 B씨가 나중에 ‘집을 잘 보고 갔다’고 했을 뿐, 직접
방콕에서 (다혜씨와) 연락하거나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후 6~7월 서씨가 먼저 출국했고, 이어 다혜씨가 구기동 빌라를 매각한 뒤 아들을 데리고 태국으로 출국했다.
다음으로 서씨의 채용도 은밀하게 진행됐다. 박석호 당시 타이이스타젯 대표조차 서씨가 누구인지 모르고
채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나 “2018년 7월쯤 이상직 전 의원과 방콕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만나질 못했다”며 “사무실에 출근해 보니 이 전 의원이 서씨의 이력서를 놓고 가면서
‘취업시켜 달라’고 지시했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의원에게) 서씨 월급을 800만원으로 맞춰주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처음엔 이 전 의원 딸의 배우자가 될 사람인 줄 알았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측근들도 서씨가 누구인지 몰랐을 것”이라며 “그만큼 은밀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이어 “서씨가 이미 방콕에 들어와 있다고 하길래 연락해서 만났는데 누구 도움을 받았는지 이미 집을 구한 상황이었고, 너무 호화로운 집을 구해놔서 좀 저렴한 곳으로
옮기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대표가 당초부터 서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또 “서씨가 (항공 관련) 경력이 하나도 없어서 당황했다. 대통령 사위인 줄도 모르고 ‘낙하산’이라며
구박을 많이 했다”면서 “항공 일을 좀 배우라고 밤에 공항에 보내 근무를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실제
모회사 격인 이스타항공과 업무 협조하는 일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는 2020년 초까지 태국에 있다가 한국에 잠시 들어갔는데, 코로나 사태로 항공길이 끊겨 업무가 중단됐다고 한다.
박 대표는 “2019년 초쯤 언론 보도 등으로 서씨가 대통령의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 전 의원에게 연락이 와서 ‘박 대표가 알아서 잘하라’고 했다”며 “서씨 와이프는 딱 한 번 산책하는 것을 본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서씨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월급 800만원과 300만원가량의 집 월세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혜씨 가족이 가끔 한국을 오갈 때 이스타항공 여객기를 무료로 이용한 정황도 파악됐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 청와대 인사들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집중 조사 중이다. 최근에도 이사장 공모 및 임명 당시 중진공 내 인사 업무를 담당하던 실장과 실무자 등 3명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시기 청와대 인사수석이었던 조현옥 전 수석을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정부가 국내 중소 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 정책 자금 지원과 해외 진출 지원, 기술 컨설팅, 인력 연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기관 명칭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변경했고, 약칭 ‘중진공’이라고 부른다.
방극렬 기자 extreme@chosun.com
옮겨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