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햇살이 쏟아졌다』는 제 1 회 창작실험공모전 당선작이다. 창작실험이라는 말에 걸맞게 양민아 작가는 아동문학의 금기를 깨뜨리며 몇 가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홀로 고립되어 있으며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인물만이 판타지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는가?
무한 경쟁 시대에 내몰린 이 시대 어린이들이 과연 순수한 동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
주인공 현우는 성공만을 강요하는 어머니에 내몰려 장애를 가진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며 자기분열적인 모습을 보인다.
결국 무대 위에서 무너져 내린 현우는 현실에서 도망쳐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살 속으로,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현실의 이면이라고 할 수 있는 판타지 세계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위장한 엄마, 아빠, 누나를 만난다. 그곳에서 자신이 괴롭혔던 장애인 승재는 마법사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판타지 세계 속에서 거미신으로 위장한 엄마를 물리치고 현실로 돌아온 현우는 승재에게 용서를 빌고 판타지 세계 속 아나현이었던 누나를 만나러 간다.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되는 학대 앞에서 작가는 쉽사리 희망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작품은 현우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현실 속으로 뛰쳐나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햇살이 쏟아졌다』 작품 뒤에 이재복 평론가의 쟁점토론을 실었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리며, 이 작품이 아동문학이 한 걸음 더 나가는데 많은 논쟁의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작가>
양민아 작가는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그림책과 동화책에 부쩍 더 관심을 가졌지요. 한겨레 아동문학 작가학교와 판타지 창작학교에서 동화를 공부했고, 읽는 사람의 마음을 출렁이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신진 작가입니다.
『햇살이 쏟아졌다』는 출판놀이에서 주최한 제1회 창작실험 공모전 당선작으로, 작가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날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소년으로부터 시작된 모험 가득한 감동적인 판타지 동화입니다.
<그림 작가>
홍석기 작가는 2021 네이버 지상최대 공모전으로 데뷔한 후 ‘섯끼’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 네이버 웹툰에 『내남친 킹카만들기』를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물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그려 내는 작가는 『햇살이 쏟아졌다』에서 주인공의 내면을 모험 가득한 판타지의 공간으로 펼쳐 내고 있습니다.
@sutggi
<추천사>
학대 받는 아이의 아픔에 응답한 동화
『햇살이 쏟아졌다』는 학대로 인해 고통 받는 아이의 아픔에 응답했다는 점에서 ‘창작실험’의 정신을 충분히 담고 있다.
부모의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데, 학대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 앞에 마주 서게 된다. 아이를 죽음에 이를 정도로 학대하는 어른들 대부분이 친부모라는 사실이다.
작품 속 현우도 엄마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 현우의 성격은 기존의 판타지 작품과는 다르게 기묘하게 뒤틀려있다. 매우 이중적인 것이다.
물론 현우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전형적인 착한 아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엄마 말도 잘 듣고, 학교에서는 어려운 아이를 위해 봉사도 잘 하는 아이이다. 그런데 이런 아이가 엄마의 학대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도덕적인 금기를 깨버리는 행동을 한다. 내면에 쌓이는 분노로 인한 공격성을 방어 능력이 가장 약한 장애아를 대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현우는 자기가 저지른 행동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일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서술하기 때문에 더욱 더 주인공의 이중성, 위악성이 증폭되어 드러나 보이는 지점이 있다.
작가가 장애아의 문제를 외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설정에는 무언가 기존의 통념을 깨는 어떤 숨어있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닐까?
보통 판타지 작품에서처럼 빛이 되는 순수한 동심의 주인공이 고난을 겪게 되어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피해와 가학 모두를 내면에 가진 회색의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매우 특이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화적인 사유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은 대개는 마법사의 힘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누구든지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다.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누구든지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다. 다시 상상력을 조금 더 확대해서 보면 현실 공간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 뚜렷하게 겉으로 드러나게 장애의 아픔을 겪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용감하게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며 앞서서 인간의 운명인 삶과 죽음의 두 공간을 매개하는 상징으로 우뚝 서 있는 마법사와 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의 신화적인 본질을 이해한다면 장애아를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함께 세상을 해쳐가는 영혼의 안내자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판타지 공간 속에서 승재가 정령의 모습을 취하여 마법사의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승재는 현우를 판타지 공간으로 이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판타지 공간에서 현실로 나올 때에도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주인공 현우는 일종의 빛으로만 남는 영웅이라기보다는 반쪽의 영웅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엄마로부터는 그 어떤 사랑의 신호도 받지 못하고 작품은 끝이 난다. 달리 말하면 사죄를 받아야 할 엄마의 시선은 생략되어 있고, 현우는 엄마로부터 받은 폭력의 대상인 누나를 찾아가는 걸로 결말이 나고 있다.
판타지 공간의 주인공인 이 반 영웅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까? 나는 이 현우란 인물이 그 어느 때든 잡아먹는 모성의 신화적인 대상인 이랑카와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한 사람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그래서 기존의 근대 가족제도의 어두운 단면에서 벗어나, 오히려 진정으로 엄마와 아이 양쪽의 욕망의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 공생하는 친구로 재탄생하는, 가족의 개념을 새롭게 형성하는 그런 한 사람의 인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재복(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