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둑을 두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이창호는 별명이 돌부처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만큼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카드게임을 할 때 패가 좋으면 당장 얼굴에 희색이 돌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금세 낌새를 알아차리게 되어 내 패가 노출되어
불리하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래서 포커페이스란 말이 있다.
패가 나쁘게 들어왔거나 좋게 들어왔거나 상관없이 무표정한 사람을
포커페이스라고 한다. 그래서 포커페이스가 되려면 내공이 상당히 쌓여야만 가능하다.
오늘 아침에 인터넷으로 신문을 뒤지다 보니
어느 신문에 "유럽패키지 여행시에 아웃도어 등산복 차림을 자제해 달라"는
여행가이드의 안내문이 실려있었다.
등산하는 것도 아닌데 고색창연한 성당이나 성채 기타 오래된 문화유적지 같은 곳을
둘러보면서 떼거리로 알록달록한 복장으로 다니면 때와 장소도 구분할 줄 모르는
촌넘들이란 곱지 않은 현지인들의 시선뿐만 아니라 소매치기의 집중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실 비싼 옷은 입으면 편하다. 그러나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내가 영국에 있을 때 영국의 하숙집 아주머니는
한국사람들은 내의와 양말이 어떻게 똑 같은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가졌었다고 했다.
혼자 있으면 불안하다는 심리와 마찬가지로 공동체 속에 끼여 있어야 소속감을 느끼듯이
옷이나 양말 나아가 사는 아파트까지 똑 같아야 된다는 경쟁의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지하철을 타 보면 입고 있는 옷이 십중팔구는 '노스페이스'다.
그 모습을 보고 어느 외국인은 '노스 페이스'가 국민재건복이냐고 물어보더라고 한다.
'노스 페이스(North Face)'란 뜻도 모르고서 다른 사람이 유명 브랜드를 입고 다니니
나도 입어야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노스 페이스'란 영화도 나왔었다. 콜리아 브란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으로
1936년 죽음의 산이라 불리는 아이거 북벽 초등 정복에 나선 산악인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을 그린 영화다.
나는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놓쳐서는 안될 장면들이 들어있다고 한다.
산을 오르고 싶다는 도정정신과 열정으로 당시의 변변찮은 산악장비와 악천후 속에서도
끝까지 고군분투한 산악인들의 삶과 두 남여의 안타까운 사람이 커다란 감동을 안겨준 영화로 알려져 있다.
내가 유럽여행시 스위스 체르마트에 갔을 때
어느 성당 아래에 있는 공동묘지에는 그곳 80도에 가까운 돌산(무소 뿔이라는 별명의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 나오는 봉우리)을
등산하다 떨어져 죽은 산악인들의 무덤이 여러기가 있었다.
그들은 왜 죽음을 무릅쓰고 그 위험한 산을 오르려고 했을까?
한국사람들처럼 알록달록한 아웃도어복으로 평지나 돌아다니지 않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