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회로부터 내란동조세력으로 몰린 이들이 헌법재판소 탄핵심리에 나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반죽이 좋다’란 우리말 표현을 떠놀리게 하네요.
‘반죽’은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놓은 것”이지요.
이 반죽이 잘 되면 뜻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고 말합니다.
이 뜻이 변해서 오늘날에는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않을 때”에도
‘반죽이 좋다’고 말합니다.
책임지겠다고 하신 대통령도 그 곁에서 힘껏 거든 장관도 장군들도 참 반죽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의 ‘반죽이 좋다’를 흔히 ‘변죽이 좋다’고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죽’과 ‘변죽’의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인데요.
‘변죽’은 “그릇이나 과녁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말이거든요.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 여기에서 나온 말이 ‘변죽을 울리다’인데,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 곧 ‘남이 눈치를 챌 수 있을 정도로만’ 말하는 짓입니다.
가령, “대통령 탄핵이 변죽만 울리며 몇 달째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말은,
금방 탄핵할 것처럼 헌재 주변에서 말들이 오갈 뿐
몇 달 동안 논의만 길어지고 민심 눈치만 본다는 뜻이 됩니다.
‘변죽’과 ‘반죽’은 서로 전혀 다른 말이므로 잘 구별해서 써야 하겠지요.
변죽, 반죽과 형태가 비슷한 ‘딴죽’이란 말도 있습니다.
씨름이나 태껸 같은 데서 발로 상대자의 다리를 옆으로 쳐서 쓰러뜨리는 재주를 ‘딴죽’이라고 하는데요,
발로 상대자의 다리를 걸어 당기는 동작을 “딴죽 걸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발로 남의 다리를 후려치는 동작은 “딴죽(을) 치다”라고 하고요.
이 말은 “서로 약은 체를 하고 딴죽을 걸고 있다.”와 같이,
“서로 동의했던 일을 어기고 딴청만 부릴 때”에도 비유적으로 쓰는 표현이기도 해요.
그 어떤 민생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탄핵정국을 바로 세우는 일에
여야가 따로 놀고나 변죽만 울리거나 딴죽걸고 딴죽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