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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서울 근교에 위치한 갈비전문집이다.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것은 이미 저녁식사 때가 지나서일 것이다.
김형우는 자리를 잡고 앉아 숯불갈비를 주문한다.
“술을 드시겠습니까?”
“운전을 하셔야 하는데 술을 드시고 싶으신가요?”
“맥주 한잔정도는 괜찮겠죠?”
맥주가 나오자 우민희의 잔에 술을 따른다.
“제가 먼저 드려야 하는데.........”
우민희 역시 김형우의 잔을 채운다.
“술을 좀 하실 줄 아세요?”
“글쎄요?
맥주 한두 잔 정도는 마시지요.
소주는 입에 대지도 못한답니다.“
”저도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요.
그저 서너 잔이면 얼큰하게 취하곤 합니다.“
김형우는 모처럼 만에 맛있는 식사를 한다.
혼자서 먹는 것보다 이렇게 누군가와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과 입맛이 살아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자리는 점점 손님들이 비워져간다.
김형우는 잠시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계산을 한다.
여자에게 저녁을 얻어먹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김형우다.
“집이 어디신지 모셔다 드리지요.”
“아닙니다.
전철역이 있는 곳에 내려주시면 됩니다.“
”어차피 집에 일찍 들어가나 늦게 들어가나 제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왕에 여기까지 왔는데 모셔다 드리는 것이 마음이 편안합니다.
댁이 어디신가요?“
”저는 불광동에 살지만 먼 곳입니다.“
”괜찮습니다.
저희 집에서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네요.
자, 이제 그만 나가실까요?“
김형우는 우민희를 앞장세우고 일어서 나선다.
우민희는 계단대로 간다.
“이미 계산을 했습니다.”
김형우는 살짝 우민희의 등을 밀고 식당을 나선다.
“제가 사 드린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어떻게 해요?”
“누가 사든 무슨 상관입니까?
맛있게 먹었으니 좋은 것이지요.“
”그래도 그렇게 신세를 지면 제가 무슨 염치로...........“
“그러시다면 다음에 시간을 내서 한번 사시지요?”
“정말 그럴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어려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내일 점심을 사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기대를 하겠습니다.“
김형우는 기분 좋게 대답을 하며 차의 시동을 건다.
참으로 모처럼만에 기분이 들떠지고 마음은 허공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된다.
불광동 연신내 시장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파트다.
“이곳은 거의가 임대아파트에요.
저도 자그만 평수의 아파트를 임대를 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혼자서 살아가시면 평수 넓은 것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오늘 정말 여러 가지로 너무 폐를 끼쳐드렸습니다.”
“그런 생각하지 마십시오.
혼자서 적적하게 올라오는 것보다 저야말로 정말 기분 좋게 잘 왔습니다.
저녁도 함께 해주셔서 맛있게 잘 먹었고요.“
”저야 말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내일 정오쯤 만나면 어떻겠습니까?“
”네!
괜찮으시다면 제가 이곳으로 모시러 오겠습니다.“
“자꾸 그러시면 제가 미안하지요.”
“어차피 나오는 길이니 모시러 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내일 정오까지 이곳으로 나오세요.“
아파트 단지 앞에서 차를 세우며 말을 한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우민희는 김형우의 차가 꼬리를 남기고 사라져 가는 것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고 그 자리에 서 있는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푸근한 감정이다.
차의 꼬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간다.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텅 빈 집이다.
그러나 오지 않을 수도 없는 곳이다.
우민희는 이곳으로 이사를 온지가 이제 한 달 정도가 된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터지는 듯 아파오지만 어차피 이미 끝난 일이고 날아가 버린 집이다.
평생을 혼자서 살아오면서 아끼고 아껴가며 장만한 집이었다.
친구 아들이 취직을 하면서 도장을 눌러준 보증서 한 장.
그것으로 인해 집을 날아가게 한 것이다.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재정보증서의 도장!
회사의 공금을 횡령하고 도주한 친구 아들이다.
부모의 집과 자신의 집을 재정보증을 한 뒤에 입사를 한 직장이다.
그동안 참으로 성실했고 믿음직하게 생각하던 친구아들이었다.
우민희는 그 모든 것을 잊기 위해서 산사에 들어가 삼일동안 머물면서 심한 마음고생을 덜어내느라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집을 빼앗기고 단칸방으로 옮겨 앉으면서 이곳에 임대아파트를 기다렸다가 들어온 것이 한 달 전이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친구도 이미 아들로 인해 집을 날려버리고 셋방으로 옮겨 앉았으니 가서 악다구니를 쳐 본들 나올 것이 하나도 없다.
천성이 남에게 모질게 하지도 못하는 우민희는 그저 가슴만 앓고 있다.
이제 환갑이 지난 나이로 어디에 가든 써주는 곳도 없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마음을 정리하면서 작은 돈벌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이 시장이 가까이 있으니 무엇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혼자서 무슨 짓이든 하면 입에 풀칠이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산사로 올라갔던 것이다.
아직은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이 얼마간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 돈으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집은 열 댓 평짜리 작은 평수다.
그러나 혼자 살아가기엔 불편함이 없다.
주방 겸 거실이 있고 방과 욕실이 있고 베란다가 있어 불편한 것이 없다.
우민희는 옷을 벗고 잠시 샤워를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포식을 한 우민희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람을 만나 포식까지 하고 나니 부러운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이 울린다.
“응? 누구지?”
휴대폰에 뜬 번호를 보니 어머니다.
“엄마?”
“그래, 너는 내가 전화를 해야만 하니?”
“미안해요.
어디를 좀 다녀오느라고 그랬어요.“
“넌 이 어미 생일이 다가와도 그리 모른 척 할 것이냐?”
“엄마!
아직 나흘이나 남았는데 왜 그러세요?“
“미리 와서 준비를 해야 할 것이 아니냐?
아무도 없이 혼자 사는 네가 와서 일을 해야지 누가 할 것이냐?“
우민희는 가만히 큰 한숨을 내 쉰다.
“더 긴 말 하지 않겠다.
내일 당장 내려오너라!“
“엄마, 내일은 일이 있어 갈 수 없습니다.
모래 내려갈게요.“
“혼자서 뭐가 그리 바빠?
여러 소리 하지 말고 내려 와!“
“네! 모래 아침에 일찍 출발을 하겠습니다.”
“알았다!”
어머니의 퉁명스러운 대답이다.
무슨 일만 있으면 늘 미리 내려가서 모든 일을 해야만 하는 우민희다.
언니와 여동생이 있고 남동생이 둘씩이나 되어서 모든 일들은 우민희 혼자서 모두 감당을 해야 하는 처지다.
그것은 혼자 산다는 이유도 있지만 못살고 있는 자신이 받고 있는 서러움이다.
다른 형제들은 모두 제 각각의 삶에 남들이 보기에도 부러울 정도로 살아가고 있다.
언니는 특히 제일 잘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언니는 무슨 때만 되면 늘 윗사람으로서의 행세와 가진 자의 위세가 당당한 사람이다.
어머니의 선물도 듬뿍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것으로 준비를 해 온다.
여동생 역시 일이라고는 손에 물 한 방울도 묻히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언니나 동생은 친정에 가도 밥상도 차려주어야만 수저를 들 정도다.
두 올케들 역시 그런 시누이들에게는 아주 곰살맞게 대한다.
그것은 어머니가 하시는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민희다.
우민희는 늘 뒷전에서 묵묵히 일을 한다.
누가 상대를 해 주는 사람도 알뜰하게 챙겨주는 사람도 없다.
자식도 남편도 없이 살아가는 우민희다.
그런 형제들과 같이 친정에 쓰는 돈 역시 넉넉할 수가 없다.
늘 몸으로 때우며 묵묵하게 일을 한다.
우민희는 다른 형제들에 비해 학교도 제일 못 다녔다.
위로는 언니 하나에 아래로 세 명의 동생이 있는 우민희다.
언니가 대학을 입학하고 아버지가 사업에 부도가 난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우민희는 대학을 갈 수가 없게 된다.
언니는 이미 대학생이기에 악착스럽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우민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민희는 일 년 재수를 한다는 생각으로 학업을 뒤로 미루고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은 쉽게 일어서지를 못한다.
대학을 갈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돈을 모으며 일을 하고 있었지만 바로 밑의 남동생이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었기에 자신이 대학을 간다는 것을 생각할 수가 없다.
민희는 모은 돈을 동생의 입학금으로 준다.
그렇게 그때부터 민희는 동생들을 위해서 학비를 대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지나고 나자 민희는 학업에 대한 꿈을 접는다.
서서히 아버지의 사업은 조금씩 나아지지만 민희의 꿈은 이루지 못한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민희가 무엇을 하려고만 하면 집안의 경제가 바닥을 드러낸다는 말을 하시며 곧잘 재수 없는 년이라는 표현을 하시곤 한다.
“저년을 가질 때만 해도 네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서 집안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아니?
입덧을 하는데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고 그 고생이란 말도 하지 못한다.“
어머닌 곧잘 형제들이 모이는 자리만 되면 십팔번으로 하시는 말씀이다.
민희는 그런 어머니의 말씀이 가슴에 하나씩 못으로 와서 박힌다.
그런 어머니의 말이 싫어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일찍 결혼을 한다.
스물네 살이 되던 해 언니보다 먼저 결혼을 한다.
하는 것도 없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순종을 한 것이다.
떳떳한 직장을 얻지도 못하고 있는 민희의 모습이 어머니 눈에는 가시였다.
늘 모든 꾸중은 맡아서 들어야 했던 민희였다.
사소한 일에도 어머닌 크게 역정을 내시며 마땅치 않다는 음성으로 꾸짖곤 하신다.
민희 역시 아무런 내색을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집에 있기가 싫다.
서로 사랑한다는 마음도 없이 중매로서 결혼을 한다.
그러나 남편은 생각보다 자상하고 민희를 아껴준다.
결혼생활 삼년은 민희로서는 참으로 행복하고 편안한 삶이었다.
그러나 아이도 없이 남편은 사고로 이 세상을 등지고 만다.
민희어머닌 역시 그 모든 것을 팔자도 세게 타고 난 년이라고 윽박지르며 그때부터 둘째 딸에 대한 조그만 배려도 없다.
가진 것이 없는 결혼생활이었기에 민희는 혼자서 살아가려고 온갖 일을 한다.
더 이상 친정에 신세를 지고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결심을 한다.
언니의 결혼은 호화롭고 대단하다.
자신의 결혼식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언니는 부잣집으로 시집을 간다.
그런 언니 앞에 어머니는 참으로 온순하고 자상하고 따뜻한 친정엄마다.
언니가 아이를 가지고 입덧을 할 때마다 친정으로 와서 여왕대접을 받는 것도 모두 언니가 남자를 잘 만나 잘 살고 있는 것이 어머니를 흡족하게 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동생들 역시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승승장구 잘 나가고 있다.
막내 여동생 또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다니면서 대단한 기세를 펼치고 있다.
그런 형제들을 보면서 민희는 늘 주눅이 든다.
무슨 때가 되면 가지 않을 수도 없다.
엄마는 늘 전화를 해서 민희를 부른다.
만만하게 일을 시켜야 할 사람이 며느리도 아니고 둘째 딸 민희기 때문이다.
또한 민희의 요리 솜씨는 어디를 내 놓아도 사람들의 혀를 내 두르게 할 정도로 솜씨가 대단한 것이다.
그런 민희를 당신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불러서 일을 시키곤 하는 엄마다.
민희는 엄마의 전화로서 한껏 고조가 되었던 기분이 우울해진다.
이번 엄마 생신에는 아무것도 해 드릴 것이 더욱 없다.
집을 날려버린 것을 알고 얼마나 많은 수모를 형제들에게 당했는지 생각하니 긴 한숨만 절로 새어 나온다.
그들은 아예 바보처럼 민희를 대하곤 한다.
고스란히 날려버린 전 재산이다.
그러나 민희는 그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자신이 주어진 대로 살아가겠노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민희를 형제들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또한 그런 민희가 친정의 모든 일들을 맡아서 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생각하며 아무도 민희의 심정을 헤아려주려는 사람이 없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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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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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