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제회 보유재산 무엇이 문제인가::)
전국 수백곳에 달하는 지구대(파출소) 부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
체의 소유가 아닌 ‘사단법인 경찰공제회’가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단체의 전신인 일제시대 조선경찰협회가 적극적으로
이들 부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조선경찰협회는 일제시대
당시 민간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토지를 ‘기부’나 ‘증여’형식
으로 수탈해왔고, 이렇게 얻은 땅은 ‘재산찾기’에 나선 경찰공
제회의 소유로 고스란히 이전된 셈이다. 경찰공제회는 이렇게 얻
은 땅을 ‘재산증식’을 위해 활용할 필요가 있었고, 자체 파출
소 부지가 필요했던 경찰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면서 경찰공제회
소유 전국 100여곳의 파출소땅과 서울도심 요지의 경찰소유 ‘금
싸라기땅’과의 맞교환이 이뤄질 수 있었다.
◈땅 교환 어떻게 이뤄졌나〓경찰공제회는 지난 96년 첫교환에서
보유하고 있던 서울 홍제동 땅을 서울경찰청 기동단과 접하고
있는 지금의 공제회건물(무궁화회관)부지 281평과 교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99년 12월에는 전국의 파출소 20개필지(1만6499㎡·
약 5000평)와 기동단 3306㎡(약 1000평)를, 2001년 6월에는 파출
소 83필지(4만6392㎡·1만4000여평)와 기동단 2050㎡(620여평)를
각각 교환했다. 이로써 경찰공제회는 현재 서울경찰청 기동단부
지 7900여평중 1901평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땅은 서울시내 동대
문시장 상권 중심가에 위치해 기동단 이전시 막대한 부동산 가치
를 가진 땅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현재 공시지가로 평당 1200만원 정도지만, 도시계획시설구역이
풀리고 거래가 이뤄진다면 평당 최소 4000만원을 호가할 것이란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제회 지분을 공시지가로만 계
산해도 228억원, 실제가치는 764억원에 이른다. 공제회는 기동단
이 이전할 경우 이곳에 가칭 ‘경찰복지회관’을 건립, 예식장
등으로 활용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공제회는 기동단 부지와
교환한 파출소 필지를 제외하고도 현재 전국에 28개필지에 1만 4
968㎡의 파출소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일제시대 파출소땅 어떻게 갖게됐나〓경찰공제회는 그동안 일
제시대 조선경찰협회 소유의 땅을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펼쳐
왔다. 이들은 특히 경찰공제회 전신인 대한경무협회 등의 정관에
기록된 연혁을 법원에 제출, 입증해 땅을 되찾기도 했다. 1920~
30년대 일제치하 경찰통치의 최선봉에 있던 조선경찰협회는 일본
인 경찰관과 한국인 경찰관들로 구성돼 민간인들이 보유하고 있
던 토지를 ‘기부’나 ‘증여’형식으로 수탈해온 것으로 나타났
다. 주로 부산, 경남, 대구, 경북 등 영남지역에 집중된 이들 파
출소 부지는 모두 민간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파출소 부
지가 국가소유로 귀속되지 않고, 경찰 친목단체의 소유로 등기이
전된 과정이 더욱 의혹을 던져주고 있다. 이들 파출소 땅의 등기
부 열람결과 당시 조선경찰협회에서 매입한 것도 있지만 ‘기부
’나‘증여’받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조선경찰협회가 발간한 ‘
경무휘보’ 1931년 1월호(285호)에는 조선경찰협회 회장이 각지
부장앞으로 보낸‘기부행위시행령세칙통지의 건’에서 ‘토지’
와‘건물’을 추가한다고 돼 있다.
◈파출소땅은 전형적인 일제수탈의 결과물〓공제회측은 파출소부
지의 획득경위와 관련, “과거의 일이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
선경무협회 등에서 경찰관들의 숙소로 사용할 목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가 구입해야 할 경찰숙소를
경찰협회 회원들이 낸 돈으로 구입했다는 것과 곳곳에 그렇게
많은 숙소가 필요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일제시대 당시 투자목적으로 곳곳에 분산된 소규모의 땅들을 매
입했을 가능성도 그다지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성공회대 한상구 연구교수는 “1920∼30년대 경찰은 관사신축,
순사 자전거까지 기부받는 등 기부가 사실은 수탈의 전형이었다
”며 “당시 주민들이 자기지역의 상권활성화 목적으로 경찰서를
유치하기 위해 부지를 제공했다는 내용도 당시 조선, 동아, 시
대일보 등에서 발견된다 ”고 설명했다. 조선경찰협회의 부동산
자산이 국유화되지 못한 것에 대해 재경부측은 국유재산과 이광기
사무관은 “1930년대 당시 경찰국가를 표방한 일본인들은 대부분
기부형식의 수탈 행위를 일삼아왔지만 법적으로 수탈이라고 볼
증거는 없다”며 “귀속재산처리는 일본인이거나 일본인이 운영
하는 법인일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방승배·이종석기자 bsb@munhw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