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현재 현대(73승48패) 삼성(70승45패) 기아(70승46패)가 0.5게임차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 얼마나 전력을 집중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게 우승을 위해 가장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칫 1위를 향해 무리수를 두다 다 지은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막판 피나는 혈전이 어느 팀에 유리할까? 10경기를 남겨놓은 현대는 후반기 막바지에 위태로운 행보를 걷고 있다. 9월 10경기에서 3승7패로 저조하다. 투타가 극심한 피로 현상을 겪으며 동반하락했다.
정민태~쉐인 바워스~김수경으로 이어지는 3인선발의 꼭지점인 에이스 정민태는 최근 들어 구위가 급격히 떨어져 불안감을 주고 있다. 탄탄한 수비진도 피로 때문에 실책이 속출하고 있다. 방망이도 덩달아 힘을 못쓰고 있다. 1위 자리도 위태롭다. 혈전을 치를 여력이 얼마나 남았느냐가 문제다. 현대로서 다행인 것은 시즌 전적에서 열세인 삼성과의 경기는 이미 끝났다는 것. 최고의 고춧가루 군단으로 떠오른 한화와 3게임, LG·롯데와 2경기씩 남겨놓았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탓에 이번주 화·목·일요일에 경기가 잡혀 있지 않아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삼성은 16경기를 남겨놓은 것이 1위 탈환을 위해 유리하면서도 불리하다. 6할 승률만 올리면 1위는 떼논 당상이지만 경기일정이 빡빡해 부담스럽다. 23일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기아와의 4연전의 결과가 중요하다.
이승엽 마해영으로 이어지는 막강화력이 건재하지만 마운드가 삐걱거린다. 붙박이 선발은 김진웅과 배영수밖에 없다. 에이스 임창용이 1군에 복귀했지만 구위가 여전히 못 미덥다.
3위 기아는 9월에 9승4패로 선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1위 탈환은 다소 버겁다. 13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김진우와 다니엘 리오스가 건재하지만 마운드의 중심 최상덕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김성한 감독은 무리수를 두지않겠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3위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 해 부담스러운게 사실. 선수층이 젊어 체력면에서는 유리하다.
한화는 99년 페넌트레이스에서 매직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두산을 꺾은 뒤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잡고 대망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당시 이희수 감독은 리그 1위가 어렵다고 판단되자 일찌감치 선발 송진우 이상목 정민철 등 3명의 선발진을 푹 쉬게 하며 체력을 비축시켜 포스트시즌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막판 1위를 향한 총력전은 부상과 피로라는 적을 동반한다. 1위가 힘들다고 판단될 때는 일찍 포기하고 체력을 비축하는 것도 방책이다.
이환범기자 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