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때문에 1억 손해보게 생겼다" 한동훈 장관에 친서 보낸 중국인
[단독] 예고·유예 없는 투자이민제 변경에 피해 호소... 법무부 "향후 법령개정에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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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외국인 공익사업 투자이민제 설명자료 |
ⓒ 법무부 |
법무부가 예고나 유예기간 없이 외국인 공익사업 투자이민제의 투자기준금액을 2~3배로 올리는 바람에 이민을 준비하던 외국인이 금전적 피해를 입게 생겼다며 조치를 호소하고 나섰다.
<오마이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최근 중국인 A(37)씨는 '한국 법무부가 공익사업이민투자제 기준금액을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큰 손실을 입게 생겼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앞으로 친서를 보냈다. 같은 내용으로 국민신문고와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도 글을 올렸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익사업투자이민제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투자자들이 안전하고 간편하게 투자하고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2013년 5월부터 시행했다. 법무부가 지정한 공익사업 투자 상품에 기준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영주 자격을 주는 방식이다.
먼저 사전심사를 받은 뒤 투자금을 송금하면 한국 정부에서 국내 입국을 위한 비자(공익투자자 비자)를 발급하고, 투자자가 한국에 오면 투자금 예치 확인 후 거주(F-2) 자격을 부여한다. 그로부터 투자자가 5년간 투자 상태를 유지하면 대한민국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제도 도입 당시 공익사업투자금은 일반 5억 원, 고액 15억 원, 은퇴자 3억 원이었다.
A씨는 해당 제도를 통해 한국 영주 자격을 얻고자 공익투자금 5억 원 상당(미화 38만9968불)을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송금했다. 이후 5월 19일 인천국제공항 글로벌인재비자센터에서 '입금확인증'을 받고, 열흘 뒤에는 칭다오에 있는 대한민국영사관으로부터 공익투자자 비자를 받아 6월 중순 입국했다.
이후 사전심사를 마무리하고 공익사업투자이민자 등록 신청을 마치기 위해 범죄·결핵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준비한 뒤 6월 30일 인천공항 글로벌인재비자센터를 방문했다.
그런데 글로벌인재비자센터 측에서는 A씨에게 공익사업투자이민 등록을 못 해준다고 했다. 전날부로 규정이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센터를 찾기 하루 전인 6월 29일,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공익사업투자이민제를 개선한다"며 투자금액 기준을 올렸다. 일반은 5억 원에서 15억 원, 고액은 15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상향하고, 은퇴자 투자이민제는 없앴다. 이는 발표 당일부터 적용됐다.
법무부는 "그간 공익사업 투자이민제도는 외국인이 납입한 투자금을 중소기업에 저리로 대출해 기업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성과를 냈으나, 제도 도입 후 10년 간 투자 기준금액의 변동이 없었고, 일정 기간 투자금 예치만으로 영주권 취득이 가능해 그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이에 투자 기준금액을 현실화하고 제도 전반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직장·부동산 다 정리... 선량한 외국인 피해자 생기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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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A씨가 법무부 외국인 공익사업 투자이민을 위해 송금을 받고 받은 투자금 입금 확인서. |
ⓒ 윤성효 |
갑작스런 규정 변경에 A씨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공익사업투자이민제가 발표되기 이전에 투자금 송금을 완료하고, 법무부 인천공항 글로벌인재센터에서 투자확인증으로 확인을 받았으며, 비자와 입국허가까지 얻었는데 모든 준비가 하루아침에 물거품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이민을 위해 중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고, 부동산 등 중국 현지 재산을 급하게 처분하면서 당시 가치보다 싼 값으로 팔아 손실을 입은 상황. 투자이민이 불발되면 투자원금은 회수할 수 있지만, 투자금 송금 시 지불한 송금대행 수수료(1500만 원), 공익사업투자이민 비자발급과 한국 내 행정처리 대행비용(1000만 원) 등은 돌려받을 수 없다.
그는 친서·진정서를 통해 "최소 6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이 정도의 손실은 절대 회복이 불가능한 금액이며, 이 손실은 진정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불행으로 몰아넣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의 규제나 규정은 그 대상자들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이미 형성된 권리를 보호하며,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포함돼야만 합리적 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전에 시행하던 대한민국의 공익사업투자이민제도가 불법이거나 반사회적 제도가 아닐진대 새로운 정책의 시행을 발표 당일 즉시로 한다는 것은 정책집행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사료된다"고 비판했다.
A씨는 "공익사업투자이민자는 대한민국의 적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정부와 한국 정책을 신뢰했기 때문에 자국에서의 전 재산을 처분하고, 직업과 인적네트워크를 정리하고 한국이민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의 새로운 공익사업투자이민정책은 공익투자를 진행 중이던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한국 정부(법무부)가 행사하는 폭력이며, 횡포다. 진정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아무런 잘못없이 치명적 피해를 당하면서도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익사업투자이민제 같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정책의 변경은 일정 기간의 홍보와 경과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한국의 행정에 익숙치 않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규제나 규정의 변경에는 더 세심한 배려와 숙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케이팝(K-POP), 영화, 드라마,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의 바람을 타고 세계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좋은 감정들이 생겨나고 있는 시점이다"라며 "이번 법무부의 새로운 공익사업투자이민제도가 한국정부와 한국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냐는 한국의 몫이나, 이 정책으로 선량한 외국인 피해자가 생겨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A씨의 공익사업투자이민 관련 서류 준비를 도운 이휘용 행정사(김해)는 "최근 A씨와 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들이 더 있다"며 "투자이민을 준비해왔거나, 투자금을 절반 정도 넣어놨는데 갑자기 기준이 바뀌면서 계획이 틀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정사는 "기준을 바꾸는 정책이면 사전 홍보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면서 "A씨는 이미 투자금 송금을 마쳤으며, 공익투자자 비자를 받아 현재 한국에서 공익투자 등록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억울한 사례자로, 선량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합리적, 합법적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 "민원 내용, 향후 법령 개정에 참고할 것"
법무부는 18일 한동훈 장관 명의의 답변서를 통해 "제출해주신 소중한 의견을 잘 읽었다. 공익사업투자이민제도의 투자 기준금액을 상향함과 함께, 변경된 기준의 시행(6월 29일 0시) 이전까지 관할 출입국외국인관서의 사전 심사와 공익투자 전용계좌에 투자금 예치를 완료한 경우 종전 기준을 적용하는 경과규정을 시행하고 있음을 안내해 드린다"고 했다.
즉, A씨는 6월 29일 0시를 기준으로 투자금 예치를 이미 마쳤지만, 사전심사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전 기준을 적용해줄 수 없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제출해주신 민원 내용은 향후 관련 공익사업투자이민제도 관련 법령 개정 업무에 참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