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는 무더위에 밥에 물말아 입에 넣기 바쁘게 삼키다가
문득 아침 일이 생각났다.
아내의 수영장 가는 날은 놀이터같은 일터로 나오며 동행을 하는데
나서기전의 잠시 여윳시간에 늘 그러하듯 티비뉴스를 보고 앉았노라니
새로산 막대걸레를 들고 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밀고 다니던 아내가
갑자기 중얼 중얼 긴듯 아닌듯 혼잣말처럼 나를 흉보기 시작했다.
'OO언니 아저씨는 집안 청소는 걸레질까지 다 해준다는데....'
'ㅁㅁ언니 아저씨는 세탁기도 잘 돌리고 정리정돈도 잘한다던데...'
'누구는 쇼파에 닿기만하면 바로 뿌리를 내리니....'
뉴스에 몰두한듯 억지로 외면을 하니 코앞에 들이대고 사용법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고개만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하곤
오늘도 갑자기 죄지은 넘이 되어 집을 나섰었다.
점심을 무심히 먹다가 아침의 그 일이 생각났다.
'나는 그러면 그렇게 안좋은 남편인가?'
'자잘한 것(?)은 잘 안하지만 굵직한 것은 다 하잖아?'
1식 3찬에서 2찬으로 줄었어도 투정 안하고 밥도 잘먹는 남편이고
그래도 1년에 두어 번 친구들과 며칠씩 여행을 가도
군소리 안하고 용돈까지 보태 주며 도시락싸서 출퇴근하는 남편이며
새벽에 깨면 혹시라도 잘자고 있나 둘러보는 남편이기도 한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OO언니나 ㅁㅁ언니는 비실비실 몸이 부실한 언니들이지 않은가?
내 잘한 것을 끄집어 내어 부족한 반찬대신 한참을 곱씹다가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아직 그다지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옆에 있어주니
감사한 마음으로 걸레질을 해야지......^^
첫댓글 굵직굵직한 것들을 해결해주는 남편이 최고입니다
저는 매일 퇴근하면 청소기돌리고 걸레질하고 설겆이하고
분리수거 등 자잘한 일들은 하는데 가장 굵직한 것을 못해주어
아직도 아내를 직장에 다니게 합니다
ㅎㅎ 저도 그런 굵직한 것은 이제 못해줘요.
저의 굵직한 일은 형광등 갈기, ...앗? 생각해보니 별로 없네요.ㅜㅜ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이듯
생각을 바꾸니
일등 남푠이 됩니다~ㅎ
생각은 가끔 바꾸고자하는데 몸이 쇼파에서 잘 안일어나 집니다.ㅜ
그저 겨우 2등 남편이라도 되려면 걸레질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
어쩜
연속극 한 장면을 보는 듯
이렇게 실감나게 글을 쓰실까
도종환의 가구라는 시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놓여있다
장롱이 그러듯 오래 된 습관들을
담은 채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긁직한 것들을 해결해 주시는
남편들이란 걸
아내분들은 다 알고 있어요
실실거리면서
잼지게 읽었습니다
우리집 거실을 보는 듯하여 ㅎㅎ
가구들끼리 수시로 속닥거리며 비밀얘기를 하는 걸 시인은 몰랐나봅니다.
분명 그러길래 울 아내가 수시로 가구들을 이리 저리 옮기는 것 같거든요~^^
청소를 하시되
부인 맘에 안들게
대에~~충 하셔요
그럼 포기합니다 ㅎㅎ
참고로 저는 남편이 퇴직후
청소를 목숨걸고 해재껴
하는동안 피신가요
도움이 안되드려 어쩌나요ㅋ
현명한 대처방법 감사드립니다.^^
(그냥 쌈을 붙이세욧~!! ^^ ㅜㅜ)
지난 달에도 온갖 창문틈의 묵은 때를 땀을 뻘뻘 흘리며 깨끗하게 청소했더랬는데.....
생각이 안나서 말도 못하고....ㅜ
집안 일은 부부가 구분없이 보는대로 하면
무난하게 넘어가더라구요. 그저 서로가
아프지않고 건강하게 있으면 또한 행복이고...
글 잘 읽었습니다. 화이팅~!!
맞는 말씀입니다.^^
같이 일할 때는 몰랐었는데 혼자 일한 지가 꽤 되니
저도 모르게 아내가 집에서 노는 걸로 인식하고 있나 봅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그래도 어제 저녁 주방서 뭔 일을 하다가 저를 부르면 번개처럼 달려가 심부름을 하곤 했는데....^^
아내분 경상도 말로 포시랍구로 뭔 잔소리를 그렇게 ㅎㅎ
둥실님 잘하시는 중이시구만요 저는 그런 신랑도 없는데 ㅎ 없어서 좋다는 이 나이들이
하도 많아서 저도 잘 산답니다
저 잘하고 있는거 맞는거죠?
이리 편들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잔소리 안들으실려면 롯봇청소기
사 드리세요.
저희집도 몇년전에 퇴직하고 집안일 돕겠다고 청소를 가끔 하더니 귀찮은지
꾀를 부리더군요.
잔소리 하는것도 싫어서 롯봇청소기 사야겠다 하니 비싸다고 못사게 하는걸
제가 그냥 저질렀습니다.ㅋ
헌데 롯봇청소기가 청소 하는거 보더니
남편이 더 좋아 하더군요.
은근 청소가 부담스러웠나봐요~^^
저는 차라리 열심히 걸레질을 하겠습니다.
하나씩 사다보면 갖가지구실로 다 바꾸려 할텐데 제가 감당이 안될 것같아서요.^^
둥실님, 이하동문(以下同文)인가 싶습니다, 하하
함께, 힘내자고 힘차게 첫번째 추천(推薦)드립니다., ^&^
함께 마음나눠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왜이리 궁둥이는 점점 눈치없이 무거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살을 조금더 빼야겠습니다.^^
건강한 가을 맞이하세요.^^
저희는 와이프가 청소기를 돌리면 저는 밀대로 걸레질을 합니다.
역할 분담이 확실합니다.
멀고도 먼 남편의 길~
저도 조만간 그 길을 뒤따라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