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쑥국
동생의 돌연사를 엄마에겐 알리지 않았다
장례를 다 마친 다음 청심환과 함께
동생이 사고사한 사실을 고해바쳤을 때
아득한 비몽인지 사몽인지
맨 정신이 아닌 것은 확실하였으나
술 한 잔 달라시며 의외로 담담하셨다
내가 울면 니는 더 큰 소리로 울거제?
그래서 니 앞에서는 절대 안 울기라
울음을 안으로 꾹꾹 밀어 넣어 삼키신다
밤새 엄마의 목에선 쉰 울음소리 가득 차올랐다
다음날 엄마는 동생의 납골당을 찾는 대신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 마구 행패를 부리셨다
마을에서 풍수로 알아준다는 지관 모셔다가
자식 앞길 훤히 열어 달라 명당에다 묻었건만
이놈의 영감쟁이 그걸 어째 막도 못 하고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식하나 건사 못하냐
말이다 묘를 확 파 뒤집을 것이여
엄마가 오늘 한 봉지의 쑥을 불쑥 내미신다
집구석이 이리 쑥대밭이 될라고
너거 아부지 산소에 잔디는 없고 쑥만 푸짐하더라
다시는 이놈의 쑥이 돋아나지 못하게
뿌리까지 없애려고 확 뒤집어놓았다
인제는 별일 없을 끼다
진짜로 괜찮을 끼다
어쩌지 못해 멈춰선 세월의 한 모퉁이에서
남은 가족 어린새끼들이나 쑥쑥 자라나라며
쑥으로 돋았을 아버지의 아픈 쑥국을 끓이면서
나는 아버지의 안부를 여쭙는다
아부지! 지는요 괜찮심니더
견딜 만큼만 아프고, 이길 만큼만 힘듭니더
아부지는 그곳에서 동생과 함께
부디 편안하셔야 됩니데이
- 이향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