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나씨의 준비서면을 보면, 자신은 무의식적으로라도 바람의 나라를 도용해서 쓸 일이 없다고 확신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음, 이 분은 '무의식'이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헬렌 켈러라고 하는 미국의 유명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병을 앓아, 청각과 시각을 잃어버린 여성이지요. 이른바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의 장애를 한 몸에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설리반이라고 하는 인생의 스승을 만난 후에 조금 서툴긴 하지만 말문을 열게 되기도 하는 그녀는 인간의 고귀함을 보여주는 귀감이었죠.
그런 그녀에게 조금 슬픈 일화가 있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지요.
젊은 시절 그녀에게 글을 써보라는 원고 청탁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나뭇잎에 보물을 숨겨 결국 낙엽을 만들어내는 요정들에 대한 동화를 써내지요. 그녀의 동화는 평단과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고 동화 작가로서 미래를 구상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정도의 상황까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쓴 소설이 표절이라는 의혹을 받은 것이죠. 이미 오래전에 한 동화작가가 그 것과 똑같은 내용의 동화를 써서 발표했던 겁니다.
원작과 헬렌의 동화를 보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헬렌 켈러의 동화는 베껴쓴 것이 분명해보였으니까요. 결국 그녀는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좌절하고 맙니다. 헬렌 켈러는 끝까지 자신이 쓴 동화라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이를 본 설리반 선생님은 이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녀는 헬렌 켈러의 옆에서 그녀의 성장과정을 쭉 지켜보았고, 헬렌이 읽었던 책들은 기실 설리반 자신이 헬렌에게 읽어주었던 책들이 전부였습니다. 점자책이 활성화되지도 않았던 시대이니만큼, 과연 어디서 헬렌이 그 것을 읽었느냐가 의문의 핵심이었지요.
결국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진실이 알려졌습니다. 헬렌이 병을 앓기전, 친척어른 중 한명이 헬렌에게 이 동화를 읽어주었던 것이었죠. 한 번 들었을 뿐인 이야기를 헬렌은 무의식적으로 계속 기억하고 있었고, 결국 수십년이 지나 그 이야기를 그대로 쓰고 말았던 것입니다. 자신의 이름으로요.
헬렌 켈러의 경우에는, 원작자가 사정을 듣고 기분좋게 그녀를 용서해주었습니다. 물론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의 진심어린 사과가 먼저였지요. 결국 헬렌 켈러에게 이 사건은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무의식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저는 송지나 씨가 '무의식'이라는 말을 너무나 가볍게 쓰는 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임으로 한동안 즐기셨고, 만화로도 봤던 작품에 대해 그렇게 단언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바람의 나라는 전혀 접해본 적이 없다는 주장을 하셨다면 차라리 이해가 갑니다만, 저렇게 자기는 보기는 했지만 '무의식'으로라도 도용할 일이 없다고 장담하실 수 있는 걸까요? 적어도 진짜 창작자라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평소 그 분의 작품을 볼 때, 결코 누구못지 않은 지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지성이라고 하는 것도 자신이 원할 때만 발휘되는 것인가 봅니다.
저는 송지나 씨가 '무의식'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아마 그 분에게 이 말은 너무 어려운 단어인가 봅니다. 그러면 열심히 배워야지요. 달리 무슨 수가 있겠습니까?
첫댓글책을 한 권도, 단 한 장도 안 본 분도 아니고 게임도 해봤다는 분이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셔서 저도 놀랐어요. 차라리 "의식적으로 쓰기를 피했다"면 같은 내용을 쓸 확률이 줄었겠죠. 누구도 100%를 장담할 수 없는 부분에서 너무 단호하게 부정하시니 외려 의심하게 되더군요.
첫댓글 책을 한 권도, 단 한 장도 안 본 분도 아니고 게임도 해봤다는 분이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셔서 저도 놀랐어요. 차라리 "의식적으로 쓰기를 피했다"면 같은 내용을 쓸 확률이 줄었겠죠. 누구도 100%를 장담할 수 없는 부분에서 너무 단호하게 부정하시니 외려 의심하게 되더군요.
무의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데...
자신은 무의식적으로라도 바람의 나라를 도용해서 쓸 일이 없다 <- 자기는 다른 음악 안들으니까 표절이란 있을 수 없다 라는 문희준의 발언이 생각나는건 왜일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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