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드컵 열기가 뜨겁습니다. 손에 땀을 쥐고 흥미롭게 경기에 몰두하다 보면 직접 해 보고 싶은 욕망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축구는 잘하면 약(건강)이지만 잘못하면 독(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속 상태에서 몸끼리 부딪치는 ‘준격투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마추어가 축구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나친 의욕과 승부욕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동네 축구는 월드컵 축구가 아니라 레포츠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네 가지 필수 체력 길러주는 종합운동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운동 중 하나다. 별다른 장비 없이 공과 약간의 공간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또 평소 잘 쓰지 않는 발을 가지고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축구는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네 가지 체력, 즉 심폐지구력·근력·유연성·균형감각을 모두 강화시켜 주는 종합운동이다.
유연성은 스트레칭·준비운동 과정에서, 나머지 셋은 훈련과 경기 도중 길러진다.
축구는 또 민첩성·순발력을 길러 준다. 공을 다뤄야 하므로 발과 눈의 협응력(協應力)도 향상되게 마련이다. 하지를 많이 사용하므로 하체가 단련되고 장딴지가 굵어진다. 협동심도 배양된다. 팀워크가 축구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풀어 준다. 또 하체 근육이 튼튼해져 성적(性的) 기능이 향상된다.
무산소운동과 유산소운동이 공존한다. 볼 주변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움직임은 무산소운동이다. 이런 고강도의 무산소운동은 경기 도중 득점 찬스를 만들거나 골을 넣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볼을 직접 다루지 않을 때는 마치 조깅하듯 유산소운동이 이뤄진다. 종료 휘슬을 불 때까지 선수들이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유산소성 체력 덕분이다. 축구는 심폐 기능을 좋게 하는 유산소운동 90%와 순간적인 힘을 키워 주는 무산소운동 10%로 구성되는 운동이다.
축구는 심폐지구력과 근력·유연성을 길러주는 종합운동이지만 모든 동작에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깊은 태클은 다치기 쉽다. 12일 한국과 그리스전에서 차두리 선수를 태클로 저지하는 그리스 수비수(사진 위). [포트엘리자베스 AFP=연합뉴스]
선수들 평균 90초마다 14m 전력 질주
국가대표나 프로축구선수는 전·후반 90분 동안 보통 9∼11㎞를 뛴다. 동네축구에서도 3∼8㎞를 달린다. 이 중 볼을 가지고 뛰는 거리는 2% 미만이다. 경기 도중 전력 질주하는 거리는 평균 14m이고 약 90초마다 한 번씩 일어난다. 휴식은 2분마다 3초가량 취한다.
경기 중 달리는 거리는 포지션별로 다르다. 4·4·2나 4·3·3 포메이션을 쓰는 팀에선 미드필더가 가장 주행거리가 길다. 수비와 공격의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소탱크’라는 별명을 가진 박지성 선수에게 미드필더는 최적의 포지션인 셈이다. 4·5·1 포메이션을 갖춘 팀에선 ‘원톱’인 스트라이커가 미드필더와 비슷한 거리를 소화한다.
선수들이 달리는 데 가장 중요한 도구는 축구화다. 축구화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하고 부상 예방을 위한 필수 장비다. 최근 축구화는 계속 경량화되고 있다. 150g도 채 안 되는 축구화까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소가죽을 소재로 많이 이용하지만 고급은 캥거루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축구화에서 경기력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징이다. 대개 징의 수가 적으면 급정거하기 쉽고, 많으면 스피드를 내는 데 유리하다. 수비수는 주로 6개짜리, 공격수는 13개짜리를 신는 것은 이래서다.
경기에 나서기 전 물이나 이온음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수분이 부족하면 탈수로 인한 근육통이 올 수 있다. [중앙포토]
부상 잦은 부위는 무릎·하지·발목 순
드리블·슛·태클·해딩·점프 등 모든 동작에서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선수는 1000시간당(훈련시간 포함) 6~7건꼴로 부상을 당한다. 이 중 90%는 발목을 삐는 정도의 작은 부상이다. 나머지 10%만 한 달 이상 치료를 요하거나 경기에 나가기 힘든 큰 부상이다. 격렬한 운동인 축구는 수많은 운동 종목 가운데 스키 다음으로 부상하기 쉬운 운동이다.
부상은 대개 상대팀 선수와의 충돌에 의해 발생한다. 달리기·킥을 할 때 몸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나 장력에 의해서도 부상을 입는다. 경기당 평균 5건의 부상이 발생하며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다발한다. 공격수보다 수비수의 부상이 더 흔하다. 흥미롭게도 부상의 절반 이상은 파울성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지션별로는 미드필더의 부상 위험이 가장 높다. 다음은 수비수·공격수·골키퍼 순서다. 미드필더는 ‘중원의 지배자’로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드리블·페인트모션을 자주 취해야 하므로 무릎 연골·발목 인대 부상 위험이 높다. 공격수와 수비수는 공중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점프·헤딩을 하다가 부상을 입기 쉽다.
부상이 잦은 부위는 무릎·하지·발목·대퇴·머리·목·얼굴·상지·골반 순서로 알려져 있다.
조기축구회원 등 일반인이 축구를 즐기다가 가장 흔히 다치는 부위는 발목이다. 선수들처럼 근육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드리블하거나 속임동작(페인트) 등을 하려고 발목을 쓰다가 삐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론 장딴지·무릎 아래 다리 부분의 부상이 잦다. 대부분 발에 차인 결과다.
공을 두고 두 사람이 함께 발을 대다가 무릎 인대(안쪽 인대·전방 십자인대)가 손상되기도 한다. 서로 다치지 않게 부딪치는 기술이 없어서다. 헤딩하다 코피가 나거나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평소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던 중년 남성이 준비운동(장딴지 근육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지 않고 공을 차다가 잘못되면 ‘뚝’ 소리와 함께 아킬레스건(힘줄)이 끊어진다. 점프한 뒤 발이 땅에 닿을 때 무릎 관절과 인대가 찢어질 수 있고 넘어지면서 손바닥을 땅에 대다가 팔목 뼈가 골절되기도 한다.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너무 이른 아침에 힘줄이 충분히 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차면 아킬레스건 손상을 입기 쉽다.
헤딩을 하다가도 곧잘 부상을 입는다. 헤딩은 공의 속도와 상관없이 머리와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축구선수의 90% 이상이 한 번쯤 머리 부상을 당했고 10%는 뇌진탕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마가 아닌 정수리로 헤딩하면 척추에 충격을 줘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깊은 태클이나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다치기 쉽다. [포트엘리자베스 AFP=연합뉴스]
스트레칭으로 유연성 높이고 물은 충분히
발목이 삐는 것을 예방하려면 평상시 발목을 움직여 영어 알파벳을 쓰는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릎을 30도 각도로 구부렸다 펴는 운동을 허벅지가 뻐근할 때까지 수시로 하면 균형감각이 향상되고 근력이 강화된다.
경기에 나서기 전엔 맨손체조 등 충분한 준비운동, 스트레칭, 수분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스트레칭은 몸을 지탱하고 있는 근육·힘줄을 천천히 신장(伸張)시켜 유연성을 높이고 운동 중 부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
물·스포츠음료(이온음료)는 경기 2시간 전에 500mL, 30분 전에 200mL를 마시고 경기 중에는 15분마다 한 컵씩 마시는 것이 좋다. 하프타임에는 물 400∼500mL를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경기가 끝난 뒤엔 물보다 과일주스·스포츠음료 등 탄수화물(에너지 보충)이 든 음료가 더 낫다. 갈증이란 예고 없이 탈수가 먼저 올 수 있어서다. 또 “경기 중 물을 마시면 잘 뛰지 못하는 등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속설은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합이 끝날 즈음에는 지쳐 근육에 경련(쥐)이 오고 심한 탈수로 인한 근육통이 생긴다. 워밍업·스트레칭을 소홀히 하면 경기 종료 뒤 2∼3일간 계단을 오르기 힘들고 온몸이 뻐근한 지연성 근육통(DOMS)에 시달리게 된다.
35세 이상이면서 평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부터 경기에 나서는 것은 무리다. 자신의 운동 능력에 맞게 지구력 운동을 3∼6개월 꾸준히 실시해 체력이 개선된 뒤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 안전하다. 윗몸 앞으로 굽히기에서 손끝이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 유연성이 떨어지는 사람의 경기 참가도 부적절하다. 당뇨병·고혈압·동맥경화·뇌졸중 등 성인병이 있는 사람도 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심장·혈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사전에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술 수준이 낮은 동네 축구에선 경기 규칙을 엄격히 지켜 서로 부상당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특히 부상 위험이 높은 백태클과 해딩을 할때 미는 푸싱 파울은 금물이다. 승부욕이 넘쳐 이런 동작을 시도하는 사람에겐 심판이 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다친 부위는 20~30분 냉찜질 해야
축구를 하다 부상을 입으면 부상 부위에 얼음 팩을 대거나 압박하고 손상 후 2∼3일간 휴식을 취하며 부은 부위를 높게 올려놓아야 한다. 일반인은 물론 선수들도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찜질이다. 다치면 곧바로 열 찜질을 하거나 뜨거운 탕에서 몸을 푸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이다. 다친 뒤 즉시 열 찜질을 하면 손상 부위의 염증이 더 심해져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따라서 열 찜질이 아닌 20∼30분 냉찜질을 해야 한다. 냉찜질은 손상 후 통증을 감소시키고 손상 부위의 혈관을 수축시켜 출혈을 막고 부기를 가라앉힌다. 부상을 당한 후엔 무조건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다친 부위를 제외한 다른 부위는 정상적으로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축구선수가 알아 둬야 할 수분 상식
●경기 후 체중이 1% 빠졌다면 물 5컵을 보충한다.
●경기 전후의 체중 차이가 900g 이상이면 곤란하다.
●경기 다음 날 소변은 평소보다 양이 줄어선 안 되고 색깔이 노랗지 않아야 한다.
●경기 도중 수분을 보충하는 것은 경기력에 도움을 준다.
●적당량의 탄수화물과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는 스포츠 드링크가 권장된다.
경기 당일의 음식 섭취법
●평소 자기가 즐기던 음식을 소량, 허기를 느끼지 않을 만큼 섭취한다.
●경기 전 1∼4시간 이내엔 음식을 먹어선 안 된다.
●경기 도입 직전 마지막 순간엔 소량의 탄수화물 공급만이 필요하다.
●당지수(GI)가 낮은 식품이 좋다.
●고기는 절대 안 된다는 법칙은 없다.
●견과류·양배추·양파·순무·고추 등은 피한다.
●경기에 대한 스트레스로 속이 불편할 때는 죽 등 유동식이 좋다.
자료: 을지병원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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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병원 정형외과 이경태 교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수 교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양윤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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