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의 비경을 찾아- 미국 24
로키의 비경(秘境)을 찾아 떠나다.
7월 24일 캘거리행 비행기를 타러 토론토 공항을 찾아가는 새벽,
동녘에 "잘 다녀오라" 전송이라도 하는듯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토론토의 하이킹 클럽 "산울림' 남녀 회원 18명과 함께 9박 10일간의 '로키' 산행을 떠나는 아침이다.
고희가 넘은 70대가 7명, 60대가 8명, 나머지 3명만이 50대다.
수년간의 주말산행으로 다져진 실버들의 의욕이 공항의 새벽을 불끈하게 했다.
4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캘거리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미리 예약된
렌트카 3대에 나누어 타고 캘거리 한국식품점에 들려 식품을 구입하고
미국 국경을 통과하여 몬태나(Montana)주 세인트 메리(St. Mary)에 있는 KOA(캠핑장)를 찾아 떠났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미국 몬태나 국경을 넘어가는 5시간이나
달리던 89번 고속도로 양 옆으로 펼쳐지는 알버타의 대초원은
풍요와 평화로움이 바로 '이것이로구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아스라한 로키의 산맥, 끝없는 초원의 지평선 안에는
노오란 유채꽃 만발한 농장, 알곡이 커가는 밀 보리밭, 알버타 검은 암소들의
풀 뜯는 모습이 알버타주에 주 지방세금이 없는 것을 실감케 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딸이었던 캐롤라인 알버타 공주의 이름을 딴 알버타에는
또 하나의 로키가 있다. 알버타 남부와 미국 몬태나주 북부가 만나는 접경에
워터튼 국립공원이 있다. 로키산맥이 평원과 만나는 곳에 위치한 워터튼은
세계 최초로 한 지역을 두 나라가 동시에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미국에서는 글레이셔 국립공원(Glacier NP.) 이라 부르며
공동명칭은 글레이셔 - 워터튼 국제평화공원(Glacier Waterton International Park)이다.
우리가 몬태나 St. Mary 캠핑장을 찾아가는 것은 국경을 넘나들며
로키의 비경을 찾아 걸어보겠다는 욕심 탓이리라.
로키 여행은 관광버스를 타고 바삐 찾아다니기 보다는 캠핑을 하면서
트레일을 걷거나 레저 스포츠를 즐겨야 보다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가 서부 개척시대를 생각하며 로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상상만 하여도 가슴 설레이는 일이 아닐런지.
로키는 자연의 파노라마,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장관일진데
끝없이 밀어닥치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울렁이고,
어디를 가나 어느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나 절경이다.
나는 여행 첫날 하루, 흔들리는 차안에서 1000여 번의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바람에 어깨 통증으로 여행 첫날밤 잠을 설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만년설을 정수리에 이고 서 있는 3000m를 넘는 거대한 바위산,
잘 어울리는 에메날드빛 호수, 억만년을 이어오는, 지금도 활동 중인
빙하와 자연의 생태가 어울린 모습은 말 그대로 절경이요 감탄뿐이다.
미국 국경 검문소
붉은 색 부분이 몬태나
이제, 우리 일행은 미국 몬태나 주의 St, Mary 부근에 위치한 세인트 메리 호숫가
캠핑장KOA)에 있는 통나무 오두막 6채를 얻어 6박 7일 동안의 여장을 풀었다.
세인트 메리 호수가 보이는 풍경
서산에 해는 지고 간단히 저녁식사를 끝낸 일행은
내일 일정을 의논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내일 첫날 산행은 Many Glacier 캠핑장에 가서
왕복 17km의 산행으로 2600여m의 Grinnell Lake 트레일을
걸어 올라가 Grinnell 호수와 빙하의 비경을 찾아야 한다.
로키의 비경을 찾아
2. 태고의 빙하 Grinnell Glacier를 향하여
2010년 7월 25일 서부 로키 남단 등정 첫날이다.
일행 18명은 설레는 가슴을 진정하며 새벽부터 서둘러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여 미국 몬태나의 글레이셔 국립공원에 있는
Many Glacier 캠핑장 주차장을 찾았다.
동양인 등산객은 우리 일행뿐이고
백인들만 보인다.
(등산로 초입에 보이는 Swiftcurrent Lake와 Many Glacier Hotel)
Many Glacier에는 Iceberge Lake trail과 Grinnell Lake trail 두 코스가 있다.
우리는 첫날 가벼운 산행으로 오르막길이 심하지 않은 아이스버그 트레일을 걷기로 되어 있었으나
그 길은 로키의 회색곰(Grizzly bear)이 등산객을 습격하여 등산로가 일시 폐쇠되어
오르막길이 급한 왕복 18km의 그린넬 레이크 트레일을 걸었다.
태고의 빙하 Grinnell Glacier와 그린넬 호수를 올라가는 길은 꽤 가파른 길이다.
Swiftcurrent Lake 중간쯤에 오르니 유람선 선착장이 있고, 이 유람선을 타고 올라가면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죠셰핀, 에메랄드빛 호수에 가까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그림같은 이 호수를 내려다 보며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로키는 어느 곳을 가나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의 신기루 같다.
시야에 들어오는 거대한 바위산을 향해 올라가면 어느새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어는 누구나 발길을 멈추게 하여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몬태나주는 속칭 'Treasure Bonanza(노다지)' State,
하늘이 크게 열려 있다 해서 일명 'Big Sky'란 별명이 있다.
로키는 야생화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여기에서는 곰, 산양, 무스, 로키의 엘크, 꽃사슴들의 무리를 이곳 저곳에서 볼 수 있다.
야생동물들이 주인이고, 인간은 한낱 스치는 길손에 불과하다.
그린넬 호수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그림 같은 에메날드빛 죠셰핀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등산로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데, 숲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깨알 같은 모래가 훤히 드려다 보이는
물가에서 꽃사슴 가족이 물장구를 치고, 듬직한 뿔을 머리에 인 엘크 사슴은 은물결 반짝이는
빙하의 물이 고인 호수의 큰 주인인양 뒷짐지고 서 있다.
선경이 어디메뇨? 바로 이 곳이 선경이 아닐런지.
Prairie Crocus
에메날드빛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산자락에는 온갖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Beargrass(곰잔디풀), Indian Paintbrush(인디안 페인트붓꽃)가 인상에 깊게 남는다.
(인디언 페인트 부러쉬)
여인의 옥같은 젖무덤을 떠올리게 하는 베어그라스,
아직 피다 만 꽃봉오리 끝이 연적 같은 젖꼭지다.
줄기가 길게 자란 잔디풀 가운데 꽃대를 세우고 피는
Beargrass는 로키의 초식동물들이 즐겨 먹는 풀이라고 한다.
정상의 빙하에서 눈 얼음 녹아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괴어 그린넬 호수가 되었다.
하얀 Beargrass꽃이 잘 어울리는에메날드빛 죠셰핀 호수
Grinnell Lake는 1887년 George Bird Grinnell이 발견했다고 한다.
4시간 동안 숨소리를 아껴가며 올라온 Grinnell Glacier.
아직도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태고의 빙하다.
여기에서 조금씩 녹아 흘러내리는 얼음물이 괴어
Grinnell Lake와 josephine Lake를 이루고 있다.
♬ Silver Pasture-Ralf Bach
첫댓글 와~~아 작년에 카나다에서 록키산맥을 다녀 왔는데......록키산맥 대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