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악마와 싸워 이긴 것이 아니다. 마왕은 언제나 그와 함께 있었다. 그가 어둠을 물리친 것이 아니다. 어둠은 원래 거기 있었을 뿐이다. 어떤 의지도 작용하지 않았다. 깨달음은 홀연히 왔다. 새벽별이 돋듯이 저절로 왔다.
깨달음의 자리는 바로 이곳이다. 무릎 위에서 문득 손을 떨어뜨리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는 마라의 딸들을 이기지 못했다. 마라의 딸들 역시 그를 이기지 못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지신地神에게 그 점을 고지했다.
머리 위에서 보리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는 누구를 이긴 적이 없었다. 또한 누구도 그를 이긴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대지에게 자신의 변화를 알렸다. 이 작고 미묘한 파장이 마치 강물의 잔물결처럼 온 땅에 퍼졌다.
첫댓글 한 스토아 철학자가 말하길, 이 세상에서 고쳐야 할 것은 내 마음 뿐이다, 라고 합니다. 부처는 그 경지에 도달한 사람 같습니다.
너와 유라만이 내 글을 이해해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