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과 일본업체들(6)-800파운드 고릴라, 도요타
3. 렉서스 – 세계 정상을 향한 도요타의 화신 향후 국내시장에 들여올 차종이 불확실한 도요타와는 달리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국내시장에 확실한 안착을 하였다.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대전 – 통영간 고속도로상에서는 매일 캐리어에 운송되어지는 수십대의 렉서스 차량들을 목격하는데 이중 5천만원대의 ES330이 가장 많이 눈에 띄인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 수입차중 판매1위를 차지하는 차종이 바로 이 것이다. 하지만 ES330은 도요타의 ‘빵’에 비교되는 중형세단 캠리를 바탕으로 고급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 단점이 있고, 그동안의 렉서스 제품들은 도요타의 차종들과 중복되거나 일본 시장에서는 아예 도요타 브랜드로 팔리는 약점을 앉고 있었다. 즉, 한국시장을 비롯한 미국시장등에서는 이미 고급브랜드로 진입하고 있는 렉서스는 정작 일본에서는 도요타 브랜드로만 팔리고 있었다.
이처럼 단순히 도요타의 전설적인 품질이 바탕이 되는 상급 브랜드로 여겼던 렉서스는 작년부터 디자인 및 연구/개발(R&D)분야를 도요타에서 별도로 독립시켰으며 금년부터 일본시장에서 렉서스라는 별도의 판매망을 개설하여 이제서야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적인 브랜드의 길을 걷게 되었다. 또한 필자의 ‘좋은 디자인을 달라’라는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도요타의 다른 부서 영향을 많이 받아야 했던 렉서스의 디자인은 L-Finesse라는 새로운 테마를 제품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출시된 신형 GS를 시작으로 금년말이내 내년초 출시될 신형 IS에 전폭적으로 반영 되었다. 더 나아가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기함 LS의 Full Mode Change에서 그 절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바, 미국 렉서스의 임원에 따르면 ‘1세대 LS가 시장에 미쳤던 영향과 같이 신형 LS도 그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는 없던 롱휠 베이스 모델, 아우디와 같은 상시4륜 구동 채용, 5.0리터의 V8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채용이 예정되어 있다. 그 결과 LS500h는 600마력을 내면서도 동급차종 대비 ‘뛰어난’ 연비를 낼 것이라니 사양만 보더라도 매우 특이한 차량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렉서스 차종 중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채용될 RX400h가 국내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며, 도요타와 렉서스가 지속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여 수입차 시장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렉서스 차종면에서는 변형 및 차종의 확장, 엔진군의 확대를 통해 판매신장을 꾀할 것이다. 현재의 IS, ES, GS, RX, SC, LS 등은 5개 차종(미국시장의 경우 LX포함)은 발매되었거나 예정인 신형 GS와 IS를 비롯, 향후 4년 이내에 모두 풀 모델 체인지가 예정되어 있으며, IS의 경우 쿠페등 3개 이상의 변종(variation), 유럽시장을 위한 렉서스의 첫 디젤형 생산등을 통한 변종 및 및 엔진의 확대, BMW X3등과 경쟁하기 위한 RX 한 단계 아래의 소형 크로스오버차량 개발, 벤츠 S클래스등과 본격적인 경쟁을 가능케 해줄 LS의 롱휠베이스 버젼 및 10만불대의 LS 상급차종 개발설등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처럼 렉서스의 국내 시장 안착 및 위치 고정화로 인하여 도전받는 것은 국내 메이커들의 고급 브랜드화 전략이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한국 수입차 시장에 이미 진입해 있는 가운데 이들을 선호하는 고소득 층을 향후 자체 고급 브랜드로 끌어들여야 하는 국내 메이커들에게는 어려움이 뛰다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렉서스 브랜드는 이미 국내외적으로 피할수 없는 ‘큰’ 장애물이 되어 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4. 춤도 출 수 있는 ’800파운드 짜리 고릴라’, 도요타. 영어에서 절대강자를 말할 때 쓰이는 것이 ‘800파운드 짜리 고릴라’ (800 pound gorilla)이다. 요즘 이 표현은 미국 언론들이 도요타를 일컬을 때 자주 쓰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 1위인 GM을 누르는 것이 시간문제로 점쳐지는 도요타는 그 덩치와 걸맞지 않게 수 많은 소비자들의 ‘변덕스러운’ 취향을 잘 맞추어 주고 있으며, 더 나아가 최근 디자인에 대한 그들의 각종 투자는 FJ 크루저, 미국형 아발론등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도요타의 '뒤늦은' 디자인 중시는 결국 그들이 세계 자동차 업계1위가 되는데 매우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도요타는 렉서스를 통해서 이미 한국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았으며 국내외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도요타 생산방식 등은 자체 브랜드의 이미지를 한층 키워놓은 상태이다. 사실 도요타는 이미 한국시장에 들여온 경험이 있다: 1960년대에 신진자동차와 손잡아 한국에 녹다운(KD)방식으로 수출했었던 이들이기에, 도요타의 한국시장 진입은 ‘재진입’이라고 해야 함이 옳을 듯 하다. 2005년, 세계 자동차 생산대국(6~7위)인 한국 시장을 향한 도요타 브랜드의 움직임은 한국 국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매우 계산적이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며, 이미 한국시장에 진입해 있는 혼다와 마찬가지로 자사 브랜드를 투입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아니, 어쩌면 2004년 도요타 본사의 사람들이 서울의 B지점장에게 말한 대로라면 그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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