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가사에 있던 ‘마귀’는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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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6번 ‘예수 부활하셨도다’가 최초로 출판되었던 ‘다윗의 노래’(Lyra Davidica)의 악보. |
「가톨릭 성가」 136번 ‘예수 부활하셨도다’는 부분마다 알렐루야를 반복하면서 부활의 기쁨을 좀 더 크게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성가다. 이 선율은 대략 14세기쯤 보헤미아 지방에서 기원한 것으로, 매우 긴 역사를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본래 가사는 “그리스도 오늘 부활하셨다”(Surrexit Christus Hodie)라는 라틴어 가사였으며, 처음 이 성가를 수록한 책은 1708년 영국 런던에서 출판된 「다윗의 노래」(Lyra Davidica - 전체 이름은 「다윗의 노래」 또는 「독일어와 라틴어 찬미가에서 번역하거나 새로 작곡해 쉬우면서도 좋은 선율로 만들어 수록한 성가와 찬미가 모음집」)이다. 따라서 현 성가책의 작곡자 표기는 이름이 아니라 이 성가의 출처가 된 책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출판된 「정선 가톨릭 성가집」에 처음 등장하는데, 아마도 1965년 출판된 성공회 성가집에서 선율을 가져와 수록한 듯 보인다. 1975년 출판된 「새 전례 성가집」에 이어 현행 성가책에도 수록되었다.
그러나 가사는 조금씩 바뀌어 전에는 3절까지였지만, 4절로 확장되기에 이른다. 여기서 공통적인 점은 모두 가사를 쓴 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 성가 연구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이 가사의 변화를 통해 부활에 대한 가르침의 중심 이동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가사를 지닌 1971년과 1975년 성가집에 수록된 가사는 이러하다.(알렐루야 생략)
1. 기쁜 찬양 드리자 알렐루야 하늘나라 임금께 마귀 권세 승리자 죄인 구원하셨다. 2. 찬란하온 오상은 태양같이 빛나네. 가슴 위의 그 상처 천국 드는 문이다 3. 구원받은 교형아 주께 감사드리세 영원행복 주셨네. 영원무궁 찬송해.
이와 달리 현행 가사는 부활에 관한 네 가지 측면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는데, 1절-기쁨과 환호, 2절-죽음과 천국, 3절-부활선포, 4절-우리 삶 속의 의미이다. 현행 성가집에서는 ‘마귀’나 ‘교형’같은 단어들을 제외하면서 전혀 다른 가사로 바꾸었고, ‘오상’이나 ‘상처’를 ‘희생’이라는 좀더 추상적인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현행 성가집의 공통된 특징의 하나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표현보다 더 문학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를 사용해 품위있는 모습을 형성해 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구체성의 상실로 인한 현실과의 괴리와 교조적인 모습을 띠게 됐다.
가사 구성은 ‘부활승리구원감사와 찬송’의 구조에 ‘선포 새 희망’이라는 도식이 추가되면서 부활 및 구원에 대한 감사와 환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활 사건에 대한 선포의 사명과 우리 삶의 의미를 덧붙이고 있다.
따라서 모든 성가가 사실 다 그러하지만, 이 성가는 특별히 모든 절을 다 불렀을 때 이 성가가 전하고자 하는 부활의 의미를 온전히 되새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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