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로 뻗은 가지
담장 안쪽은 여러 가지의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조금이라도 많은 햇살을 받기 위한 가지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일찌감치 복잡한 자리를 벗어나 담장 밖으로 가지를 뻗은 홍도화가 안쪽보다 먼저 꽃을 활짝 피웠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점점 가지의 세력이 왕성해져 지나가는 차량에 방해가 될까 염려되었다. 그래서 일부러 차를 탔을 때를 가정해 담장 가까이로 걸어가 봤다. 다행히 차량엔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여서 가지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집안에선 보이지 않지만 담장 밖에선 꽃의 아름다움을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가지의 영악함이 나를 뛰어넘었다.
어쩌면 담장 넘어로 뻗은 가지가 나를 닮을 듯도 하다.
사회성이 부족해 늘 힘들어하는 내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시골 구석에 한옥을 지어놓고 혼자 유유자적하는 것과 비슷해서 그렇다.
홀로 있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면서 때론 외롭다는 생각을 한다. 이럴 때 누군가 날 찾아와 준다면 함께 다과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누가 오지 않아도 괞찮다. 꽃이 있고 강아지가 있고 물고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견딜만하다. 정말 외로울 땐 기타 줄을 튕기면서 노랠 부른다. 주님을 향한 사랑의 고백을 올려드린다.
나도 언젠간 담장 너머로 뻗은 가지처럼 내가 아닌 타인들에게 에너지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지만 나로 인하여 내가 소유한 것들로 인하여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참 좋겠지 속으로 생각을 해본다.
홍도화가 피는 사월 어느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