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쇼>가 개봉한 지 한 달. 개봉관을 잡기도 힘든 이 조그만 영화는 '공정성 1위'를 자처하는 대형 방송3사에 핵펀치를 꽂아 넣었다. '설마 사실일까' 하던 일들이 적나라하게 영화에서 드러났다. 음식점들은 1000만 원의 출연료를 브로커에게 건네고 방송에 '맛집'으로 포장돼 나온다.
그 결과는 영화의 내레이션처럼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로 드러난다. 어떤 가게는 익혀서는 안 되는 캐비어를 버젓이 불에 구워 삼겹살과 함께 내놓고(심지어 가짜 캐비어였다), 방송에서 위생불량으로 걸린 돈가스집은 곧바로 소문난 맛집으로 다른 방송사 교양프로에 소개된다. 돈만 주면, 어떤 식당이든 전국 최고의 명소가 된다. 이게 한주에 177개의 맛집,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9229개의 식당이 '맛집'으로 지상파 3사 방송에 나오는 원리다. 맛집 프로그램에 맛은 없었다.
당황한 문화방송(MBC)이 영화의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으나 법정서 패했고, 한국방송공사(KBS)와 서울방송(SBS)에서는 맛집 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영화에서 나온 문장 그대로 '역지사지 퍼포먼스'가 일어난 것이다. 항상 '까기'만 하던 방송사가 구차한 돈벌이 수단을 폭로당했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었나? 방송은 이제 좀 깨끗해졌나? 지난 2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의 영화제작사 비투이(B2E)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단 한 달 만에 한국의 문제적 인물로 떠오른 김재환 <트루맛쇼> 감독을 만나 쌓아뒀던 질문들을 했다.
김 감독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관객수와 관계없이 논란을 일으킬 것이고, 방송사의 공격은 치열해질 것이며, 과연 <트루맛쇼>는 진짜 사실만 보여주느냐는 등의 논란 말이다. 그는 그러나 "이 상황(음식점이 방송 출연을 위해 돈을 쓰고, 그 결과 메뉴에도 없는 해괴한 음식이 등장하는 상황)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제작사, 방송사 노조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화는 "리얼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간 공개되지 않은 영화 촬영의 에피소드도 일부 말했다. 하마터면 <트루맛쇼>가 벌인 기상천외한 '몰카 쇼'는 한 MBC 피디의 재빠른 눈치로 인해 시작도 하기 전에 탄로날 뻔 했다. 영화를 위해 설립한 음식점 '테이스트'는 오픈 첫날 장사를 시작하지도 못할 뻔했다. 영화에 김인규 KBS 사장은 안 나오고, 김재철 MBC 사장만 나온 이유도 따로 있었다.
김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알려줬다. "만약 방송사들이 앞으로도 계속 돈 받고 의사를 출연시킨다면" 이제 '가짜 의사'를 방송에 출연시킬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새로운 '역지사지 퍼포먼스'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