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채, 어울림, 사랑으로... 예쁜 아파트 이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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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의 민족문화 사랑] 토박이 이름은 외국어 홍수 속에서도 돋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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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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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요즘 대표적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 아파트 이름들 가운데 우리는 '來美安', 'XI', 'the #', 'Lotte Castle', 'I PARK'들이 익숙한 이름이다. 대부분 영어이고, 한자로 되거나 영어+한자, 한자+한글, 영어+한글 조합들도 많다. 하지만, 순수 토박이 이름은 찾아보기가 힘든 정도이다.
2004년 한글날을 맞아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네인즈가 2000년 이후 입주한 아파트 733개 단지 22만 6087가구의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Meridian', 'SK View'처럼 외국어 이름은 412개 단지 10만8009가구로 47.8%, 건설사 이름 을 쓴 아파트는 29.2%, '美羅住' 같은 한자어 이름은 13.2%, 'e-편한세상'과 같이 외국어와 한글이 섞인 이름은 5.9%, '강변'처럼 땅이름들을 빌려 쓴 이름은 1.3%로 나타났다.
대신 토박이말 이름을 가진 아파트는 2.3%인 25개 단지 6165가구에 그쳤다. 2006년 현재 토박이말 이름으로 밝혀진 아파트는 코오롱건설의 '하늘채', 금호건설의 '어울림', 한화의 '꿈에그린', 대한주택공사의 '뜨란채, 참누리', 부영의 '사랑으로'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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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대표 주거공간이 된 아파트들 © 김영조 | 이 가운데 '하늘채'는 코오롱건설이 2000년 발표한 아파트 이름으로 '하늘'과 주거공간을 의미하는 '채'의 합성어이며, '내가 하늘이 되는 나의 무대'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금호건설의 '어울림'은 아파트 고유의 특성인 공동체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한 데 섞이다, 조화되다'라는 뜻으로 '생활과의 어울림', '자연과의 어울림', '사람과의 어울림'을 말하고 있다.
또 한화건설의 '꿈에그린'은 말 그대로 꿈에 그리던 주거 공간을 뜻하며, 인간중심과 환경친화적 자연주의 미학 아파트를 구현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밖에 '뜨란채'는 '뜰 안채'를 붙여서 연철시킨 이름이고, '참누리'는 참다운 세상이란 뜻이다.
부영의 '사랑으로'는 사랑으로 지었다는 뜻과 사랑으로 사는 주거공간을 꾸민다는 뜻일 것이다. 여기에 에이원종합건설(주)의 '파란채'는 '파랗다' 의 파란과 '집' 을 뜻하는 채에서 따온 말이며, '파란채 아파트는 소비자들이 살수록 느끼는 기분 좋은 아파트, 파란 행복이 펼쳐지는 건강한 아파트'를 추구한다고 한다.
토박이 이름들은 모두 좋은 뜻을 가지고 있으며, 참으로 예쁘고 정감어린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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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토박이말로 된 아파트 로고들 © 김영조 | 토박이말 이름으로 분류하기도 하는 대우자판의 '이안'은 '모든 가치가 이 안에 있다'는 뜻으로 토박이말인 것은 분명하나 로고를 영문으로 했기 때문에 그 순순한 의미를 잃어버렸으며, 대림 '한숲', 동구 ''햇살 따위는 확실히 확인하지를 못했다.
이밖에 우리가 순수 우리말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아파트 이름 가운데 '푸르지오'는 '푸르다'에서 따온 '푸르'와 땅을 뜻하는 영어 'geo'를 붙인 말이기에, '미소지움'은 한자말 '미소(微笑)'에 '짓다'의 이름씨꼴(명사형) '지움'을 붙인 걸로 순수 토박이말이 아니다.
어제는 560돌 한글날로 국경일로 승격된 뒤 첫 잔치를 치렀다. 늦은 2시부터는 경복궁 근정전 앞뜰에서 "훈민정음 반포 재현의식"이 있었으며, 이후 숭례문까지 "세종대왕 납시오!"라는 이름의 어가행렬이 있었다. 여기엔 유치원 어린이들이 예쁜 한복을 차려입은 채 고사리손으로 직접 만든 손팻말에 "세종대왕 한글" 같은 글씨를 써서 행렬에 참가하여 큰 손뼉을 받았다.
어린이들도 우리의 한글이 최고의 글자임을 알고 있다. 또 외국의 언어학자들은 한결같이 한글이 최고의 언어라고 극찬한다. 하지만, 한국의 어른들은 우리가 살 집에도 외국어 이름을 붙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회사 이름을 영어 투성이로 만들고, 수백 억씩 들여 영어마을을 만들고, 마치 영어를 못하면 세상을 못 살 것처럼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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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 한글+한자, 영어+한글, 영어+한자, 영어를 한글로 쓴 아파트 로고들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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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나 프랑스어 등 외국어만으로 아파트 이름을 쓴 로고들 © 김영조 | 한글날을 맞아 이제는 아파트를 짓는 건설회사들이 영어 이름의 아파트 이름을 쓰려고 하지 말고, 아름다운 토박이 이름을 아파트에 붙여주길 바란다. 아니 예쁜 토박이말 이름의 아파트가 마케팅에 큰 위력이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또 외국어 이름의 아파트가 결코 살기좋은 아파트의 대명사가 아닐 바에야 외국어 이름의 아파트를 선호하는 어른들도 반성해야만 한다.
혹시 외국어 이름의 아파트, 그것도 그대로 영문자로 로고를 쓴 아파트에 외국인들이 외국인을 위한 아파트냐고 물어오면 어쩔 것인가? |
* 글쓴이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으로 민족문화운동가입니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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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0 [06:41] ⓒ대자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