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도 ‘노 랜딩’ 등장…미국의 이상한 경제 ‘왜?’

[alps]

긴축에도 ‘노 랜딩’ 등장…미국의 이상한 경제 ‘왜?’

미국 경제가 가파른 금리인상에도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유지한 것은 금리인상 이후에도 여전히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미 가계·기업 부채의 고정금리 비중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다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 중소형 은행들의 금융불안 등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2~0.5%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추산돼 한국 경에도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SVB 사태 및 연준 긴축 시나리오에 따른 성장률 영향. 한국은행 제공© 경향신문

한국은행 조사국이 12일 발표한 ‘금리인상 이후의 미국경제 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SVB 파산 등 은행 부문의 불안으로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양호한 고용·소비지표가 잇따라 발표되자 경기 연착륙 기대가 커지고 물가도 예상보다 더디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강화되기도 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미국경제가 강한 체력을 보여주자 경기 둔화조차 없을 것이란 ‘노 랜딩(무착륙, No landing)’, 오지 않는 주인공 고도를 기다리는 〈고도를 기다리며〉에 빗댄 ‘고도 침체(Godot recession)’란 용어가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우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뒤 양적 긴축(보유자산 축소)에 나서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늘어난 유동성에 비하면 그 축소폭이 매우 작아 여전히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 있다는 점이 미 경제가 긴축의 충격을 덜 받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여건이 경제활동을 제약할 정도로 긴축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과거 금리인상기와 비교해 미 정부의 재정기조가 완화적인 수준을 유지한 점도 통화정책 긴축의 파급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이 고정금리 부채비중을 크게 높였고,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노동 초과수요가 지속되면서 가계소득이 유지된 점도 금리인상 파급효과를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 시중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민간의 이자부담은 단기적으로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VB 사태 이후 금융불안 위험과 더불어 양호한 실물경제 흐름에 기반한 물가상승 위험이 병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최근 미국 중소형 은행발 금융불안은 신속한 정책대응으로 비교적 잘 통제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금융불안 전개 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보유자산 가치가 하락한 금융기관과 상업용 부동산의 취약성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지속되면서 금융기관 규제가 강화되고 관련 업종에서 신용긴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향후 금융불안 확산 정도, 연준 통화정책 기조 등의 전개상황에 따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2~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성장률 하락은 글로벌 및 국내 성장에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연준이 긴축기조를 재강화할 경우에도 우리 성장 및 물가, 외환·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잘 점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