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옴]
노랑 리본
옛날에 본 미국 영화 한 편이 생각납니다, 오랜 세월 감옥에서 복역한 어떤 남자가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버스는 흥겨운 노래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지만 이 남자는 무거운 침묵만이 계속 흐르고 있었습니다. 버스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무슨 사연이 있는 듯한 이 남자에게 물어보았죠.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요. 남자는 어렵게 말문을 열더니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3년간 감옥에 있다 오늘 출소를 했습니다. 출소하기 전에 아내에게 편지를 한통 썼지요.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기다리고 있다면 마을 언덕위에 있는 참나무에 노랑 리본을 걸어 달라”고요. “버스 안에서 나무에 노랑 리본이 걸려있는 것이 보이면 나는 버스에서 내릴 것이고, 노랑 리본이 없다면 당신이 나에게 마음이 떠난 것으로 알고 나는 계속 버스를 타고 멀리 갈 것이다.” 라고 편지를 썼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버스에 있던 사람들은 그 남자의 고향 마을 입구에 버스가 거의 다 달았을 때 모두 숨을 죽이고 언덕위에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버스가 마을 입구를 돌면서 언덕 위에 있는 나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죠. 그 참나무에 수 백 개의 노랑 리본이 나무 전체에 가득 차있었습니다. 버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고, 모두 자기 일인 양 기뻐하며 얼싸 안았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고향에 내렸습니다.」
저는 오래 전 이 영화를 보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주체할 길이 없었습니다. 감동이었지요! 그런데 리본의 색깔에도 저마 다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1. 블루리본 : 검열에 반대할 때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리본.
2. 화이트리본 : 남자의 여자에 대한 폭력을 반대하는 리본.
3. 블랙리본 : 무정부주의운동이나 노동자운동에 쓰이는 리본.
4. 회색리본 : 장애아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리본.
5. 노랑리본 : 무사귀환을 염원하고, 정크메일을 금지하자는 리본.
6. 갈색리본 : 전 세계적으로 맥주 마실 권리를 강조하는 리본.
7. 레드리본 :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교육을 강조하는 리본.
벼라 별 리본도 많네요. 그런데 노랑 리본이 ‘무사 귀환’을 상징하게 된 것은 4세기 무렵 유럽에서 만들어진 ‘그녀는 노랑 리본을 달고 있었다(She wore a yellow ribbon)’란 노래에서 처음 유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연인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노랑 리본을 달고 있는 여성의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지요.
이후 이 노래는 신대륙으로 이주한 유럽 청교도들을 통해서 미국에까지 퍼지게 됩니다. 미국에서 노랑 리본의 의미가 크게 확산된 계기는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인 ‘피트 하밀’이 뉴욕포스트에 게재한 ‘고잉 홈(Going home)’이란 제목의 글입니다.
「출소를 앞둔 한 죄수가 아내에게 편지를 썼지요. 차마 아내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던 그는 자신을 용서한다면 집 앞의 참나무에 노랑 리본을 달아놓아 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편을 기다려왔던 아내는 그 동네의 모든 참나무에 노랑 리본을 주렁주렁 달아 놓았고, 출소 후 이를 본 남편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로 제작된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1973년 ‘토니 올랜도와 돈’이 만든 노래 ‘오래된 참나무에 노랑 리본을 달아주세요(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가 미국과 영국에서 크게 히트를 기록하면서 더욱 유명해졌지요.
이후 1979년 이란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던 미국인 50여명이 인질로 억류된 ‘이란 인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 인질로 붙잡힌 한 외교관의 아내가 남편이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염원을 담아 노랑 리본을 집 앞 나무에 매달았고,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국 전역에 인질들의 조기 석방과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랑 리본 캠페인이 확산됐던 것입니다. 노랑 리본은 그 후에도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 전쟁터로 떠난 군인들과 사랑하는 가족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상징으로 사용되어 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