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 깎는 정밀공법 37년 기름밥으로 익혔죠"
◆세계로 뛰는 强小기업 / 삼양감속기◆
전동 모터로 기계를 돌리기 위해서는 모터의 힘을 톱니바퀴 뭉치를 이용해 기 계에 전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어릴적 장난감 탱크를 만들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장난감 탱크를 움직이려면 뒷바퀴축에 우선 건전지와 모터를 얹어야 한다. 모터가 돈다고 탱크가 움직이 진 않는다.
모터에 여러 개의 톱니바퀴로 된 기어뭉치를 연결해서 모터의 동력을 바퀴축에 전달해야 탱크가 앞뒤로 움직인다.
모터에 연결되는 기어뭉치의 이름이 바로 감속기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컨베이어 공작기계 등 힘을 필요로 하는 산업용 설 비에 모터와 함께 핵심기계 장치로 사용되는 감속기는 단순히 속도를 줄여주는 장치가 아니라 동력을 전달하는 톱니바퀴 뭉치를 일컫는다.
감속기 제조공정은 바퀴, 원형막대 등 여러 가지 모양의 쇳덩어리에 옥수수처 럼 생긴 '호핑(Hopping)' 기계를 사용해 톱니 모양을 만들어내고 이를 열처리 한 후 정밀 연마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감속기 제조공장의 기술력은 그래서 톱 니바퀴를 얼마나 빨리 깨끗하게 깎아내는가에서 나온다.
남동공단에 위치한 삼양감속기(대표 이원영)은 최근 기존 절삭 속도보다 3배나 빨리 톱니바퀴를 깎아낼 수 있는 '신병기'를 비밀리에 개발해 냈다.
7000평이 넘는 공장 한 귀퉁이에 숨겨져 있는 이 신병기는 공장 현장팀이 7개 월이 넘게 서너 차례 이상 실패를 거듭한 뒤 비로소 만들어낸 야심작. 선반에 새로 개발한 초경재질을 응용한 초경팁 절삭 유닛을 붙여 만들어냈다.
이원영 대표는 "20년 이상 기름밥을 먹은 기계쟁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 "라며 "독일 일본 등 선진국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신기술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잡은 삼양감속기는 1967년 문을 열어 37년째 감속기 외길 을 걷고 있다.
조립공정도 착착 자동화를 진행하고 있다.
범용 가속기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제품 표준화와 함께 대량생산을 위한 자동화라인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기어틀 뭉치를 망치로 두들기고 그리스를 주입하고 톱니바퀴 생성 비율을 자동 점검하는 라인이 모두 자동화되고 있다. 수작업으론 하루 480개밖에 못 만들었 지만 자동화라인 도입으로 하루에 900개까지 생산할 수 있다. 자동화라인에선 127종의 감속기 작업이 가능하다.
선반으로 쇳덩어리를 깎아내는 전형적인 굴뚝공장이지만 삼양감속기는 독일 일 본 등 세계 최고의 감속기 회사에 맞서나가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기술연구소엔 KAIST 박사 출신 연구소장 등 순수 연구 인력만 11명. '슬기터' 로 명명된 연구소에선 본테클로리(이탈리아), 헬리켈웜(독일), 스미모토(일본) 등 세계 최고 수준 감속기가 낱낱이 분해돼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최근엔 현대모비스와 협력 체제를 구축해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초정밀 핵 심 감속기 개발에 착수했다.
사람 키만큼 큰 대형 기어(지름 1.6m)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작기계를 도입해 그 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엘리베이터용 대형 감속기를 생산, 국내 엘리베이터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감속기 시장을 80% 점유한 삼양감속기는 지난해 매출 47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잠정 매출액은 500억원대에 달한다.
2007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이 가운데 30% 이상을 수출에서 올리는 글로벌 아웃소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1위라는 현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제2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며 "중국 말레이시아 이란에 초도물량 수출에 성공한 데 이어 앞으로 독일 일 본의 정상급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감속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 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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