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은 거의 중국에서 보낸 것 같군요. 덕분에 카페에 글도 못 올렸는데, 여러분들이라도 좀 올리지 영 썰렁해요~.
올 여름방학은 줄곧 중국대륙을 횡단하며 지내서 이동거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몸도 아주 피곤하고 개학을 위해서 남은 기간은 잘 먹고 양생에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천성 성도, 쳥두에서 열린 회의는 역사학 관련 회의였고, 이틀 전에 귀국한 북경회의는 사회과학자들이 주로 참여한 회의였는데 북경회의가 특히 인상깊네요.
이번 북경회의는 스폰서가 북경현대자동차라서 첫째날은 북경시 順義에 있는 북경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이 방문이 북경회의에 참석하게 된 중요한 동기라서 두근두근하면서 갔지요. 그리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많이 배웠습니다. 이 공장은 가동 2년 반만에 중국내 판매실적 2위라는 경의적인 기록을 수록 중입니다. 원래 4위를 목표로 했는데 훨씬 상회한 셈이지요. 이전의 중국 자동차 시장의 패자는 上海大衆, 즉 상해에 공장을 두고 상해시와 합작투자한 독일의 폭스바겐입니다. 폭스바겐이 독어로 people이란 뜻이니 왜 대중인지 알겠지요? 폭스바겐은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이나 된 메이커로 국민차라는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최근에 유럽에도 없는 싸구려 모델을 줄곧 중국에 팔아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미지가 상당히 추락하였고 상대적으로 현대차는 그 반사이익을 받은 측면도 큽니다. 물론 중국에 자동차 회사가 수십개나 되는데 그것만으로는 현대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북경현대는 2002년 10월에 설립되었습니다. 외국자동차회사는 중국에 진출하면 모두 특정 지역과 시정부와 합작해야만 합니다. 廣州本多(혼다), 上海大衆(폭스바겐), 上海GM 이런 식이지요. 따라서 현대도 북경시와 합작하여 북경현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북경이 수도가 아닙니까. 그런면에 현대의 약진에는 파트너를 잘 만난 덕도 큽니다. 도시 브렌드의 효과가 크게 작용해서, 차 이미지가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10월에 회사가 설립되었는데 12월에 바로 소나타의 생산이 개시됩니다. 법인 설립 두 달만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을 함으로서 중국을 깜짝 놀라게 하지요. 이 때문에 "북경속도"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합니다. 현재 자동차 부품의 40%가 현지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관세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부품의 대부분은 한국 현대자동차의 협력 부품업체가 같이 중국에 동반 진출하면서 중국에서 만는 부품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한국과 마찬가지의 품질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북경현대공장의 주위에는 많은 협력업체의 중국 현지공장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2004년 1월에 엘란트라(현지 이름이 그렇고 실제 모델은 아반테XD)의 판매가 개시되는데, 이때부터 놀라운 성장이 시작됩니다. 엘란트라가 인기 몰이를 하면서 중국 전체 차종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중국가정의 가장 이상적인 승용차"로 선정되는 등 중국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에 2005년 3월까지 그해 1/4분기에 승용차메이커로서 판매실적 1위를 차지하여 중국인과 자동차 메이커들을 깜짝 놀라게 하게 되지요. 현재는 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5년 6월에는 투싼을 출시하여 현재 32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북경현대의 지분은 현대자동차가 50%, 북경기차투자공사(북경시)가 50%인데 중국정부는 법적으로 외국회사가 50% 이상의 지분을 갖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계약은 30년 합작으로 20만평의 부지에 딜러를 통한 간접판매 형식을 취해 현재 255개의 딜러가 전국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직원 4천여명 중에 주재원 60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인입니다. 이 공장이 위치한 순의구는 시내 중심인 천안문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상대적으로 시내 가까이 위치해있습니다. 북경은 서울의 18배로 경기도에 거의 필적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지요.
2002년의 판매액은 0.24억불에 불과했는데 2004년에는 20억불을 기록, 2년만에 100배에 육박하는 신장율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30억불, 23만대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네요. NF소나타가 9월 중에 출시될 예정인데 이에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대비하여 북경시는 노후한 옛 택시(빨간색)을 상급기종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당연히 시의 합작 대상인 북경현대에 우선권을 주어 2005년 3만5천대 교체목표 중 65%인 22500대를 현대자동차로 하기로 했습니다. 4대 중 3대가 현대차인 셈입니다. 색깔도 청화대 미대와 합작으로 음양오행설에 기반하여 하부는 노란색으로 하고 봄의 녹색, 여름의 홍색, 가을의 남색, 겨울의 자주색으로 디자인을 하였다고 합니다. 현재 북경에 가면 옛 빨간 차와 함께 산뜻한 이중색의 소나타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에요. 현재 현대차가 택시로 달리고 있는 곳은 북경 뿐이 아닙니다. 항주에 1,314대, 광주에 406대를 비롯, 장사(호남성), 중산(광동성) 등지에도 현대차 택시가 있습니다.
2003년에 자동차업계순위 13위, 점유율 2.4%였던 현대차는 2004년 5위, 점유율 6%, 2005년 1-7월 2위, 7.9%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상해대중이 20년, 상해GM이 8년, 광주혼다가 7년의 역사를 가진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입니다. 현재 순위는 상해GM이 10%로 1위, 북경현대가 7.9%로 2위, 광주혼다가 7.8%로 3위로, 2위와 3위 차이는 아주 근소하고 전년도까지 1위였던 상해대중이 몰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4위로 처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승승장구가 계속 이어질지는 노력 여하에 달렸습니다. 우선 자동차 가격의 하락으로 마진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또 세계최대메이커인 도요타는 기술유출을 막기위해 중국에 아예 공장을 세우고 있지 않지만 수입세를 크게 물고도 상당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WTO가입으로 내년까지 중국은 완성차 수입관세를 25%로 내리고, 부품 관세를 10%로 내려야 하므로, 앞으로 자동차 가격은 더욱 하락하고 특히 수입차의 가격경쟁율은 더욱 강해 질 것입니다. 따라서 현지생산의 잇점은 약화되겠지요.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경쟁도 심합니다. 상해 폭스바겐은 이익율이 3%에 불과하고, 장춘 一汽(중국자동차회사)와 합작한 폭스바겐은 적자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또 현대차 성공의 요인에는 시장을 읽는 눈이 정확했다는 점, 그리고 운이 큽니다. 소나타, 엘란트라를 시장에 투입할 때마다 마침 그 등급의 자동차시장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내년은 소형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여 베르나를 투여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서비스입니다. 처음에 중국시장에 소개된 한국차들은 밀수차이거나 이전에 한국정부가 500대를 무상 기증하고 이후 에프터 서비스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능에 대한 회의 등 부정적 인식이 강했답니다. 그래서 현대차는 대리점을 선택할 때, 서비스를 책임질 것을 전제로 하여 지점서비스를 강화하게 됩니다. 거기다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선전으로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되게 되지요.
문화적 차이 역시 현대가 풀어야할 숙제였습니다. 처음 합작이 시작되었을 때, 중국측에서 현대 최고책임자에게 필요할 거라고 차를 제공했답니다. 캐딜락이었데요. 현대 책임자는 중국에 차 만들어 팔려는 사람에게 남의 회사 차를 타게 하다니라고 했더니, 중국측 왈 중국의 領導(지도급인사)들은 모두 캐딜락을 타고 그래야 사업도 된다는 것이지요. 현대 책임자는 당장 소나타로의 교체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또 이 분이 중국에 와서 놀랜 것은, 노동자의 천국일 줄 알았던 중국이 엄청난 계급사회라는 면입니다. 현재 현대공장의 일반 노동자와 부장급 관리직의 급여차이는 7배나 됩니다. 한국현대는 아무리 커야 2배가 되지 않지요. 한국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은 어디나 그러하고 급여 등 인사관리는 중국측이 담당하고 있어서 현지의 룰에 따라야 합니다.
그래도 현대공장의 일반 노동자 월급은 타직종에 비해 상당히 센 편이서 모두 하고 싶어하지만 그 수급구조는 또 중국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상당히 정실에 의하지 않을까 추측되는데, 전통시대와 마찬가지로 동향관계나 인적관계가 꽤 중요하리라 봅니다.
다시 현대차 책임자의 회고담을 듣자면 중국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간부식당과 일반노동자식당이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그 분은 첫날 일반 식당에서 점심을 하자, 중국측에서 첫날이니 그러려니 했답니다. 그러나 며칠이나 계속 일반 식당에서 점심을 하자 간부식당에 갈 것을 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분은 계속 일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고집했고, 결국 이후 간부식당은 없어졌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도 많지만 지면상 이쯤에서 접지요.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이었는데 여러분은 어땠는지? 보안상 공장 내부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1분에 1대꼴로 생산되는 자동차를 보는 것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최첨단으로 기계화된 공장의 모습에 국내산업 공동화, 기계화에 따른 노동력시장의 축소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정열을 바쳐 노력하는 현지 현대책임자들의 진지하고 성실한 눈빛만은 "일하는 사람의 투명함"이었습니다. 사진란에서 몇 장 사진을 올려 놓으니 구경하세요.
첫댓글교수님 돌아오셨군요~^^좀 오래 글이 안올라온다 했더니,중국을 다녀오셨네요.중국으로 진출한 현대라..본문중에 보니 중국현지에서 40%의 부품을 조달한다고 돼있네요.저렇다면 중국으로의 부품기술이전이 상당히 빨리 일어날 것 같습니다.중요한 건 좀 천천히 개방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 사회주의국가 중국역시 간부와 노동자간의 임금차이가 상당히 크네요.연공서열에 따라 굉장한 임금차이가 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요..그것은 언젠가는 (분배에 있어서)굉장한 문제(아 벌써 그런가요-_-)로 대두 될 것 같습니다.공산주의 국가자나요~아 교수님 푹 쉬시고 건강한 2학기 맞으시길 빕니다^^
첫댓글 교수님 돌아오셨군요~^^좀 오래 글이 안올라온다 했더니,중국을 다녀오셨네요.중국으로 진출한 현대라..본문중에 보니 중국현지에서 40%의 부품을 조달한다고 돼있네요.저렇다면 중국으로의 부품기술이전이 상당히 빨리 일어날 것 같습니다.중요한 건 좀 천천히 개방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 사회주의국가 중국역시 간부와 노동자간의 임금차이가 상당히 크네요.연공서열에 따라 굉장한 임금차이가 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요..그것은 언젠가는 (분배에 있어서)굉장한 문제(아 벌써 그런가요-_-)로 대두 될 것 같습니다.공산주의 국가자나요~아 교수님 푹 쉬시고 건강한 2학기 맞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