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함께한 산친구들
대구에서 가까운 눈산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다가
삼도봉, 물한계곡으로 유명한 ‘岷周之山’(1241.7m)으로 결정을 한다
후미진 곳에 위치하여 매니어만 찾는 곳이었으나
이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 오염되는 모습이 아쉽다
겨울, 봄, 여름 순으로 인기가 있는 명산이다
여러 산행길 중, 오늘은 각호산 북쪽에 자리 잡은 도마령을 들머리로 하여
각호산→민주지산→쪽새골→황룡사→ 한천주차장을 날머리로 넉넉잡아
약 10km,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다
버스는 헉헉거리며 영동의 해발고도 800m인 도마령에서 멈춘다
서둘러 준비를 끝내고 상룡정이 있는 꼬부랑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늘도 아마 힘든 산행이 되겠지
실망이다. 파아란 하늘아래 새하얀 눈으로 사방이 덮여 있고
눈꽃이 만발한 상황을 기대했는데...
아름다운 은백색 비단길을 상상하며 걷고 있는 횐님들이 발걸음에 무게를 느끼는 것 같다
산 아래에서 불어보는 세찬 바람이 울 여성 횐님들의 도톰한 볼을 발갛게 물들인다
오늘따라 더욱 여인다워 보인다. 즐거운 고난의 시작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울 가슴은 숨이 차서 헐떡거리지만
주변은 상고대로 인해 하얀 멋을 조금씩 더해간다
산대장의 움츠렸던 어깨가 다소 풀린 것 같다
1시간 정도 땀을 흘리고 나자 ‘角虎山’(1176m)이 다가온다
이 산에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생긴 이름의 산이라나
각호산에서 새 세상이 열린다
환상적인 조망,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휘몰아쳐 이어지는 다소 부족하나마
아름다운 설경 능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불완전한 순백이다.
눈이 조금만 더해지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美의 극치이련만!
육산인 각호산은 정상만 두 개의 암봉이다
남쪽으로 민주지산이 우뚝 솟아 있고 석기봉(1205m)과 삼도봉(1177m)이
동남쪽으로 이어져 있다
왼쪽으로는 물한계곡이 보인다
조금전 올라온 비포장의 구불구불길과 불당골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민주지산 길은 오르락내리락 능선길이다
연속되는 잔설 속에 행복한 추억 만들기에 동참한 우리는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매서운 동장군의 호령에도 아랑곳 않고 풍광을 즐기는
산친구들 모습이 아름다워 살포시 안고 싶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새 신랑, 새 신부보다 매혹스럽다
민주지산이 빨랑 오라고 유혹하다
산행객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면서 횐님들은 앞서 가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쿵덕쿵덕 심장박동 소리가 멀리 떨어져 뒤따라가는 내 귀를 진동한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있지만 힘든 모습들이다
나로선 다섯 번째 민주지산 정상에 오르는 경험을 가져본다
정상석만 있는 볼품없는 민둥산이지만,
저 멀리 하얀 파노라마 조망이 괜찮다
눈 벼락을 맞은 덕유산(1611m) 연봉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억눌렸던 가슴이 후련해진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이 곳에 머무르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운치요, 달콤한 맛이 아니겠는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치곤 너무나 값진 풍경이다
산은 계절에 따라 다가오는 색감이 다르다지만,
한 겨울의 설산은 그 자체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예술품이라고 되내겨 본다
민주지산을 조금 지나,
석기봉과 삼도봉을 두고 물한계곡으로 빠지는 쪽새골로
내려서는 울 횐님들의 발걸음이 가볍지 못하다
돌아보고 다시 돌아보지만 아쉬움만 더한다
하산길 옆의 얼어 붙은 계곡 전경이 초라해 보인다
산행코스는 도마령 -각호산 -민주지산- 물한계곡으로 진행한다
도마령 전경...넓은 공간이 인상적이다..
각호산 등산 안내표지판
각호산 오름길...1분 정도 오르면 정자가 나타난다.
저 멀리 제일 끝에 보이는 산이 덕유산이다..설천봉의 모습도 보이고..스키 활주로도 보이고
단체사진을 준비해본다..카페에 올리기 위하여..
상용정 오름길에 아래를 찍어본다
상용정 정자의 단청모습
산친구 황병의님의 추모비...산친구들이 명복을 빈다...
산친구들이 오름길을 오른다...숨이차도 즐거운 표정이다..
서서히 상고대가 나타나면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후미 회원님을 챙기시는 여산대장님
서서히 상고대가 나타나면서 흥분은 시작되고
각호산에서 민주지산 능선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장 찍고..
이 배경에서 사진을 찍지 않으시는 분이 없습니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뻗은 주능선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산 전경
처음에는 산이름이 민주지산이라고 하여 민주주의, 민주....이런쪽으로 연관을 지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민주지산'(崏周之山)의 한자(漢字) 이름을 보면
민(崏)은 산맥을 뜻하고,
주(周)는 두루 혹은 둘레를 뜻하므로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산이라고 말할수 있다.
오늘 넘어갈 주능선의 상고대를 넋을 잃고 쳐다봅니다..
전 회원님들 사진을 찍기 바쁩니다..
각호산 정상석
회원님들이 각호산에서 밧줄을 잡고 하산합니다...정체가 약간 있습니다..
산세가 아름답다..이쪽이 천태산 쪽인가...방향은 삼도봉쪽 밖에 모르겠다..
이러한 밧줄 구간도 간간히 나온다...
상고대를 찍어본다...
3단 꽃바구니 꼽는 나무에 스치로폴을 붙여 뒷 부분에 사용을 하는데
그 모습과 흡사하다. 이런것을 흉내낸 것으로 생각된다
특전사 출신 대위 출신 산대장님과 산에서 만난 부산에서 오신
특전사 부사관 출신(군복 무늬)산님 서로 모르지만 군대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나도 707 출신인데...ㅎㅎ
바람에 눈꽃이 날리고....눈이 내렸으면 좋았을 걸...
민주지산 대피소 모습....
출입구 부분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음...아마 산님들과 비박을 즐기시는 분들이
잊어버리고 내려가셨으리라 맏는다....
이 대피소가 생기게 된 이유를 아시는가...
그 애절한 사연을 적어본다...
추풍령 남서쪽으로 25km쯤 거리,
즉 충북 영동군 상촌면과 용화면에 큰 산이 해발 1천2백49m로 우뚝 솟아 있다.
소백정간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꼽히는 민주지산이다.
원시적인 숲과 험준한 산세로 전문 등산가들에게만 애호를 받아오던
이 산이 지난해 4월초 갑자기 군내외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3월중 대대전술종합훈련을 마치고 천리행군에 나선
육군특전사 흑룡부대 23대대 대원 6명이
4월1일 바로 이 산에서 기상악변으로 인해 숨져갔기 때문이었다.
당시 일부 신문방송매체는 이 사고에 대해 훈련준비 미비와
무리한 훈련진행의 결과라고 보도했다.
과연 이것만이 이날 민주지산에서 일어난 사고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최강의 정예'로 이름난 특전사대원의 생명을 앗아간
민주지산에서는 이날 어떤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육군특전사 흑룡부대 23대대는 98년 3월16일
C-130수송기를 탑승,
공중강하훈련을 시작으로 4월6일까지 대대전술종합훈련에 돌입한다.
27일까지 충청남·북도와 전북 일대에서
침투·타격·생존 등 종합훈련을 마친 대대는
28일 오전 특전부대 훈련의 꽃으로 불리는
9박10일의 천리행군에 나선다.
천리행군이 '훈련의 꽃'이라지만 그것은 극대화된 인내의 결실,
그것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칠갑산을 출발해 계룡산·민주지산·속리산·백악산을 거쳐
단양에 이르는 천리행군 코스는 철저하게
험난한 지형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28일 대대의 첫 걸음은 순조로웠다.
31일 저녁에 부슬부슬 내린 비도 일시적이나마 행군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밤새 빗줄기는 굵어졌고 대대원들은 텐트속에서
비를 완전히 피할 수도,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도 없었다.
이윽고 운명의 4월1일. 날이 밝으면서 빗줄기는 훨씬 약화됐고
기상대의 기상예보는 예상 강우량 외엔 특이사항이 없었다.
그러나 대대가 민주지산의 8부능선을 넘을 즈음,
비는 갑자기 눈으로 바뀌어 버렸다.
기온도 따라서 급강하했다.
산 아래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는데
대대의 행군로에는 강한 바람과 눈발이 점점 거세지기만 했다.
4월에 폭설이라니,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기상이변이었다.
역행군하기에는 늦은 상황.
대대장 등 지휘부는 민주지산을 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다.
대원들은 정상을 통과하지만 빗줄기에 이미 몸이 젖어 있던 탓에
급격히 체력이 저하, 기온을 영하 20도 이하로 느끼고 있었다.
이른바 '저체온증'이라는 것이다.
대원들은 서로를 끌고 당기며 악전고투한 끝에 산을 넘고,
대대장을 비롯한 일부는 정상 부근에 임시구호소를 설치하는 등
탈진한 부하·동료를 돌보며 아침을 맞고 비로소 구조대를 만난다.
그러나 끝내 사망 6명, 부상 7명이라는 불행한 결과를 빚고 만다.
그것은 훈련이 아닌 '전투'였다.
삼가 고인분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민주지산을 산행하시는 산님들께서도
생각나시면 이 흑룡 부대원의 명복을 꼭 빌어주십시요
대피소에 나무를 태우고 있어 여성회원님들은 전부다 대피소 안으로 구경가고...
대피소 위에 있는 적설량을 보여주는 눈
위에서 찍은 대피소 전경
대피소 앞의 회원님을 찍어봅니다..
석기봉과 삼도봉 방향의 주능선
정말 동서남북이 전부다 산입니다...
물한리(?)...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하산길에 추위를 말해주는 계곡의 얼음
물한리 주차장앞의 대형 산행안내 표지판
생각보다 눈은 적었지만
그냥 모르고 다녔던 민주지산의 아픈 사연을 듣고
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신 흑룡부대원들을 생각하며
약간은 무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한 것 같다
다시한번더 부탁을 드립니다..
혹시 민주지산을 가시거든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어주십시요
첫댓글 즐거운 산행 사진으로 즐감하였습니다.
민주지산에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군요.. 2주전 산장 청소하고 왔는데 뿌듯하네요^^
민주지산을 다시금 생각 하게 합니다.감사합니다
민주지산 젊은 영혼들이 깃들어 있는곳..주 능선의 상고대가 멋지네요..^^
몰랐던 민주지산의 아픈기억을 갖고있는 산이군요 한번가봐야겠네요
이 대피소에서 만큼은 술마시고 떠들고 어지럽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산행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