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시이
김 성 문
조상을 모시는 제사상, 나라나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 지내는 고유상, 명절 차례상 등에는 과일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의 제사상에 올리는 과일 중 한자로 대추는 조, 밤은 율, 감은 시, 배는 이로 필수 과일이 되었다. 이것은 지역과 가문에 따라 놓는 순서와 위치도 차이가 있다. 이 과일들에는 어떠한 영양분이 있길래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꼭 가짓수나 개수를 지켜야 하나.
어릴 때 동네에 대추나무가 드문드문 보였다. 대추나무만 보면 대추가 제사상에 제일 으뜸 과일로 올리기 때문에 귀한 느낌이 들어 소중하다고 생각하였다.
귀한 대추를 먹고 혼난 일이 생각난다. 경산 고향에 있는 사과나무는 성장에 알맞은 기후를 찾아 경상북도 북쪽 지역으로 이사 가고, 그 땅에 온통 소중한 대추나무가 제 잘난 듯 차지하였다. 하루는 친구의 대추밭에 가서 친구와 같이 달콤한 파란 대추를 마음껏 먹었다. 그런데 이튿날 복통과 거품 설사로 엄청 고생한 결과로 대추도 많이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즈음은 대추로 만든 주스와 볶아서 만든 칩을 먹고 있다. 혈액 순환이 잘 되고 활력이 생기며 피부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밤은 술을 좋아할 때 술안주로 상용하였다. 숙취 해소가 잘되고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 노상에서 파는 군밤은 간식거리로는 일품이다. 밤은 영양분이 풍부하여 어린이의 발육에도 좋다고 한다.
비타민 A, B, C가 풍부한 감은 곶감이나 홍시로 많이 섭취한다. 어릴 때 홍시를 많이 먹고 변비 때문에 갖은 고생을 하였다. 요즈음은 관장약이 있어서 쉽게 해결되나 그 당시는 의약품 혜택을 잘 못 받던 때라 아랫배가 바윗덩어리처럼 단단한 것을 부모님의 도움으로 해결한 것이 기억난다.
배를 먹으면 속이 시원하다. 숙취 해소가 잘되고, 이뇨 작용이 좋아 소변을 시원하게 본다. 다양한 영양소가 있다고 한다.
네 가지 과일에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그래서 우리의 제사상에 올리는가. 예서에는 어떠한 과일을 몇 개 올려야 한다는 것은 없고, 한 가지에서 여섯 가지의 가짓수만 있다.
『주자가례』에는,
“과일 중 먹을 수 있는 것이면 쓰지 아니할 것이 없다.” 라고 한다. 그때 생산되는 과일을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일 명이나 순서는 우리나라에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 연유를 찾아볼 수 있는 전거(典據)는 성호 이익 선생의 『성호사설』에 보면 복숭아를 제사상에 추천하는 글에 대추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공자가 한 말이 ‘과일 품종 여섯 가지 중에 복숭아는 하품이라서 제사에 쓰지 않는다.’라고 했으나, 제사상에 올리는 과일은 대추, 밤, 복숭아, 마른 매실, 개암나무 열매이다.”
우리의 관습에 대체로 복숭아를 제사에 쓰지 않은 이유는 “귀신 쫓는다.”라는 속설 때문이다. 그러나 복숭아를 제사에 쓰는 가문도 있다.
과일 놓는 순서를 꼭 고집하는 속설이 있다. 대추는 씨가 하나이니까 임금을 뜻하여 제일 먼저 놓는다. 밤은 세 개씩 들어 있으니 삼정승을 뜻하여 두 번째, 감은 씨가 여섯 개이니까 육조 판서라서 세 번째, 배는 씨가 여덟 개라서 팔도 관찰사이기에 네 번째라는 속설이다. 다른 속설로는 꽃피면 모두 열매가 맺는데 많이 맺는 순서가 ‘조율시이’이기에 그렇게 진설해야 한다는 속설도 있다. 모두가 근거 없는 속설이다.
과일 놓는 순서가 ‘조율시이’나 ‘조율이시’를 따질 것이 아니라, 후손 된 도리로서 정성을 다하면 좋겠다. 정성을 다하되 조상으로부터 진설해온 방식은 무시할 것이 아니라 가가례(家家禮)대로 하면 된다.
이번 설 명절에는 동생 가족들이 '코로나19'로 참석하지 못하고 가족끼리 차례를 올렸다. 차례상에 과일 놓는 방법을 아들이 묻는다. 1년에 서너 번 제사를 모셨는데 직접 올려보지 않아서 잊어버린 모양이다.
아들아, “배나 사과는 나무에서 꼭지가 대부분 어디로 보고 있지?”
“하늘을 보고 있어요.”
“그래, 위로 오도록 놓으면 된다.”
예서에 감은 배꼽 부분이 위로, 배와 사과는 꼭지가 위로 오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나무에 달린 대로 놓는다는 뜻인데, 건곤(乾坤)의 이치에 따른 듯하다.
제사상에 쓰는 과일의 가짓수나 개수도 예서마다 다르다. 기준이 없는 것 같다.
옛날의 신분제가 무너지고 근대화를 거치면서 허례허식이 지나쳐서 거나하게 제사상이나 차례상을 차리는 예도 있다. 이제는 너와 나 모두 형편대로 제사상을 차려서 제사를 정성껏 모시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제수를 무리하게 차리지 않고 당일 제사에 참사하는 사람들이 먹을 만큼만 차린다.
'차례(茶禮)'는 글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식이라는 뜻이다. 율곡 이이의 『제의초』에서 차례는 제철 음식을 올리되 별다른 게 없으면 떡과 과일 두어 가지 올리면 된다고 했다.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과일도 간소화해서 올려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매체를 통한 이름난 종가의 차례상을 보면 떡과 과일 몇 가지, 포 정도로 소박하게 올리고 있다.
과일은 놓는 순서와 종류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가례대로 하되 형편에 맞게 과일을 올리면 되겠다. 과일은 가짓수나 개수가 문제가 아니라 올리는 사람의 정성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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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이글은 누구보다 우리 시댁에서 봐야하는데 ㅋ
제사상에 한가지라도 빠지면 큰탈 나는줄 아세요.먹지도 않는 것 까지 올려서 나중에는 쓰레기통으로 가는줄도 모르시니. 조율이시니 조율시이니 그게 저는 중요하지 않고 명절이라는 핑계로 형제들이 모여 서로 얼굴보는게 좋았어요.
조 선생님 의견 정말 존중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면 해결 되어요
전통 예서에는 없는 것을 세 과시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