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 화석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 조건이 썩지 않는 장소에서 온전한 상태로 죽는 것이다. 이런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땅속 깊은 곳에서 진흙과 모래에 파묻혀야 한다. 땅속 깊은 곳에 묻히면 세균도 없고 곰팡이도 없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토사가 단단한 암석으로 변하기까지 까마득한 세월이다. 수억 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 생물은 사라지고 그중 일부가 광물로 남는다. 하나의 화석이 되기까지 엄청난 확률이 있다. 우리는 짧은 기간에도 기억의 화석이 있다. 지난날 생각나는 일이 많다. 그중에 노래와 꽃들로 연결되는 이야기다. 직접적으로 먹고사는 이야기보다 돈이 안 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아마 생각해 보면 이것이 삶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셈이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수 없다. 낭만적이고 흰 구름 떠가는 곳에 꿈을 꾸고 산다. 내 마음의 화석이 된 사람과 꽃을 그리워한다. 이룰 수 없는 꿈과 사랑도 어찌 보면 인생에서 크나큰 과정이다. 땅 위에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기에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중에 아름다운 사연이 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장 가깝게 있는 꽃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해야겠다. 마음의 흐름이 사물이든 물질이든 흘러보내야겠다. 가을이면 코스모스다. 가을 소녀가 금방 나타날 것 같은 그리움이다. 내 하나의 소녀는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다. 코스모스 위에 흰 구름 떠가는 그리움으로 항상 떠나지 않고 있다. 코스모스는 국화과다. 가을에 국화과가 많다. 논두렁 사이 노랑 고들빼기와 산언덕에 보랏빛 얼굴 쑥부쟁이 그리고 가을의 끝자락 감국은 가을 냄새를 풍기는 대표적인 들국화다. 요즘은 산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가을 소풍 가는 길에 꽃들이 많다. 간신히 사람 하나 지나가는 산길에 꽃들이 많았다. 특히 산국화가 많았다. 진한 국화의 향기는 지금도 내 마음의 향기로 남아있다. 옛날 그 모습으로 살아있는 화석은 올가을에도 똑같이 핀다. 세월은 짧지만 그리움은 길다. 라디오에서 내 곁에 떠나지 않는 그 소녀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오늘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화석이 나를 지탱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구는 거대한 자석이다. 지상의 동식물들은 서로 끌림으로 살아가고 있다. 만남과 관심 그리고 배려심이다. 여기에서 이야기가 나온다. 엄청난 만남의 확률 속에서 우리는 매일 낭만적인 여행을 하고 있다. 1억만 년 전에 화석처럼 살고 있다. 생각하면 하루를 천년처럼 살면 가능한 이야기다. 곧 펼쳐질 코스모스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 기억의 화석이 오늘도 살아있는 간절한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