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봄이 되면 가장 먼저 바빠지는 곳이 인삼밭이다. 일년생 묘삼을 캐서 일일이 새밭으로 옮겨 심자면 어디서 그렇게 많은 할머니며 아줌마들이 나왔다 싶을 정도로 손길이 분주해진다. 그 다음날은 비닐하우스다, 상추나 오이, 호박같은 온갖 채소 모종을 하느라 종일 바쁘다. 하루해가 아까울 정도로 점심이나 참은 그냥 밭에서 해결한다.
돈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뜰에 나무를 베고 물레를 새로 잡고 공터에 가마솥을 걸고 하는 일까지 사람 품이 아니고선 시골 생활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마음 사람들끼리 품을 나눈다. 품앗이라고도 하는데, “품을 앗아간다”라는 뜻풀이보다는 “품을 서로 나눈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요즘 세상에서 돈 갖고 안되는 일이 없다지만, 시골에서는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살아야만 하는 농사에서는 돈도 물론 필요하지만, 품의 가치가 더 높다. 품 다음에 돈이 따른다. 그게 또한 인심이다.
농사도 많은 일들은 기계나 농약이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고는 있지만, 사람의 품이 꼭 필요한 곳이 많이 있다. 모종을 심는다거나 씨앗을 뿌리고 냉이를 캐는 일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일을 도모할 수 없다.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품보다는 돈의 가치가 높게 친다. 보일러가 고장나거나, 도배를 한다거나, 수도나 화장실에 문제가 있다면 전화 한 통화면 해결된다. 그리고 돈만 지불하면 품을 서로 나눌 필요도 없다. 그저 돈을 통한 거래일 뿐이다.
도시공동체라 해서 육아나 먹거리 등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곳도 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개별성이 더 강하다. 개별을 전제로 한 공동이다. 물론 도시와 시골은 그 생활 패턴 자체가 다르지만, 3월이 되면서 느끼는 것은 잎이 돋고 꽃이 피면서 돈의 가치와 품의 가치가 서로 존중되는 사회가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첫댓글 인삼 재배에도 많은 애로사항이 뒤따르는군요
그러기에 인삼의 약효가 그만큼 뛰어나나 봅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