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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을 좁히면 로마 건축 내에서 다시 ‘정형 대 비정형’의 대별 경향을 찾아낼 수 있다. 정형주의는 정형성을 요구하는 상황, 혹은 정형성으로 귀결되기 쉬운 상황에 따른 건축물에 해당된다. 기원전 2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입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그리스 고전주의 원형, 구조기술에 충실한 실용건물,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위한 공공건축 등이 대표적 예이다. 모두 규범이 개인의 취향보다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상황들이다. 비정형주의는 이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개인의 장식욕구가 반영된 장식주의, 제국 내 속주에 속하는 지역주의, 황제의 개인취향이 반영된 건축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아주 넓게 보면 그리스의 정형주의에 대비되는 로마 건축만의 특징도 여기에 속한다. 이런 비정형 경향을 통칭해서 고대 바로크라고 부른다. 구체적 건축기법으로는 장경주의, 장식과 오더, 자우형태와 자유구성, 연속 공간, 유기구성, 조각 페디멘트, 돌출 오더와 쌍기둥, 북아프리카 지역양식 등을 들 수 있다.
장경주의 – 연극무대처럼 극화된 극장형 신전
 장경주의는 말 그대로 건축을 연극 무대처럼 꾸미는 경향으로 주로 로마 신전에 나타난 건축기법이다. 신전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감상하는 대상으로 정의한다. 이것이 바로크인 근거는 ‘극화’에 있다. 무대 위 감상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평범하거나 정적이어서는 안 되고 눈길을 끌 수 있게 극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 종류 가운데 신전을 장경주의에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신전이 이런 방향에 잘 맞기 때문이다. 열주와 페디멘트 등 건축 요소로 봐도 그렇고 사람들이 모여서 제를 올리는 기능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당시의 종교의식은 경건한 신앙 행위라기보다는 즐거운 축제에 가까웠고 흥을 돋우기 위해 신전을 하나의 무대처럼 꾸민 것이다.
이를 위해 신전에 시각적 집중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기법을 동원했다. 높은 기단 위에 올린 뒤 정면을 강조해서 2차원 면처럼 느끼게 했다. 열주는 정면에만 한정되었으며 나머지 세 면은 벽 구조가 중심이 되고 그 위에 오더를 반원 벽기둥으로 덧붙였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포룸 같은 시내에 세워져 초점 역할을 하면서 인공성이 크게 늘어났다. 독립 영역을 갖는 등 주변에서 분리되어 독립 오브제로 존재했다. 오더의 비례가 가늘어지고 장식이 증가함으로써 오더의 생명을 잃고 장식부재가 되었다. 이상을 종합하면 로마 신전은 도시 속 볼거리로서 소품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장경주의를 구성하는 중심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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