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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백년의 약속)-33
전투에서 절대고수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대 다수의 대결이라면 의미가 퇴색하겠지만
세력과 세력의 전투에서 절대고수가 가지는 의미는 엄청나다.
역사적으로 몇 배 이상의 전력(全力)차이를 극복하고 승리하는 전투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상대보다 부족한 전력(全力)을 가지고도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월등한 전략(戰略)과 전술(戰術)로 상대를 함정(陷穽)으로 유인하여
승리를 쟁취(爭取)하는 경우와
비록 머릿수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상대보다 월등한 실력과 무기로 승리를 쟁취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특출한 전략과 전술도 없으며
무기에서도 열세(劣勢)지만
승리를 쟁취(爭取)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절대경지의 힘으로 상대를 압도(壓倒)하는 특출한 장수가 있는 경우다.
절대고수는 상대의 사기(士氣-싸우려 하는 병사들의 씩씩한 기개)를 떨어트리고
아군(我軍)의 사기를 높여준다.
더구나 병사들의 싸움이 아니라 무림인들의 싸움이라면
절대고수의 존재는 더욱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풍운일행은 숫자만 놓고 보자면 무림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무림군이 풍운일행보다 수십 배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운을 비롯한 십이사는 한명, 한명이 절대경지에 이른 고수들로
비록 무림군보다 숫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개개인 실력이 월등하게 앞서 처음부터 싸움이 되지 않는 전투였다.
극마지경에 이른 풍운의 수라마령신공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神)의 무공으로
얼핏 보면 간단한 손동작에 불과하지만
그의 손짓 한번에 건물이 산산조각으로 부셔지고
지축(地軸)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振動)과 거대한 버섯구름을 피어올랐다
현원자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풍운일행에게 돌격(突擊)하던 무당의 무사들이 바람에 날아가는 낙엽처럼 사방으로 날아가고
주위에 있던 폐가(廢家)의 건물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말도 안돼...어떻게 이럴 수가...”
청명검을 잡은 현원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 하지만 놀라기는 풍운도 마찬가지다.
풍운은 비록 전력(全力)을 다한 공격이었다고 하지만
자신의 일수(一手)에 돌격(突擊)하던 무사들 대부분이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날아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자신이 아무리 극마지경에 이르고 마지막 차크라까지 각성했다고 하지만
이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압~ 이가섭라비검술”
이막수의 손에 있던 단검(短劍)이 전광석화(電光石火)같은 속도로 날아가며
풍운일행에게 돌격하던 무사들의 다리를 베어버린다.
“마령월광도법 도파(刀波)~”
사우의 도(刀)가 도영(刀影)을 뿌리자
도영(刀影)들이 물결처럼 갈라지며 무림군 무사들에게 날아간다.
“으악~”
“윽~ 내 다리...악~”
여기저기에서 무림군 무사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다리를 잡고 쓰려지는 무사들과 가슴을 잡고 쓰려지는 무사들이 속출(續出)한다.
“운랑...지금이 기회에도 포위망을 돌파(突破)하세요.”
풍운이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니 뒤에 있던 무경이 소리를 지른다.
풍운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현원자를 향해 돌격(突擊)했다.
“빌어먹을...그래. 오늘 끝장을 보자. 누구 죽던지 끝장을 보자고...”
현원자의 몸이 순간적으로 하얀색으로 변하고 청명검이 빛나며 일자나 늘어난다.
현원자가 무당의 태청강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려 청명검에 불어넣은 것이다.
“태극혜검(太極慧劍)”
현원자의 청명검이 돌개바람처럼 회전하니
수많은 검영(劍影)들이 피어나 풍운의 전신(全身)을 향해 날아간다.
풍운은 등줄기가 사늘해지는 살기(殺氣)와 엄청난 힘을 머금은 검영(劍影)들이 날아오자
극성의 수라기를 팔에 모는 상태에서 검영(劍影)들을 향해 날아간다.
“수라마령신공...착(捉-잡다), 봉(封-봉하다.)”
풍운의 손이 좌우로 흔들리자 풍운을 향해 날아오는 검영(劍影)들이
마치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양 때들처럼 허공에서 흔들리더니
풍운의 앞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보인다.
현원자는 이를 갈며 공처럼 튀어 올라 풍운의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마수마랑...죽어라.”
청명검이 다시 사늘한 빛을 뿌리니 하얀 빛의 덩어리가 풍운의 단중(가슴)혈을 향해 날아온다.
“일사님 조심하세요. 검강(劍剛)입니다.”
풍운의 뒤에 있던 마수가 현원자의 공격을 보고 고함을 지른다.
“끝을 보자는 건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사실 풍운은 지금까지 현원자을 상대함에 있어 손을 사정을 두고 있었다
. 만일 풍운이 현원자를 죽이려 했다면 수라마령신공의 벽(劈-쪼개다)결로 상대했을 것이다.
현원자를 죽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착결과 봉결으로 수비에만 치중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원자는 그것도 모르고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보자는 식으로
수비도 없이 오직 공격만하니 풍운도 더 이상은 손을 사정을 두지 않기로 했다.
“가라..수라마령신공 벽(劈-쪼개다.)”
풍운은 잡고(?)있던 현원자의 검영(劍影)들을
자신의 앞을 막는 무림군무사들에게 던져 버리고
수라마령신공의 벽(劈)결로 현원자의 검(劍)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으악악~”
“크윽~”
천지(天地)가 진동하는 폭음과 함께 풍운일행에게 달려오던 무림군 무사들이
폭죽처럼 터져나가며 주인을 잃어버린 팔다리와 몸통들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 또한 풍운을 향해 돌격(突擊)하던 현원자가
붉은 피를 토하며 실 끊어 연처럼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현원자...현원자님.”
멀리 점처럼 보이던 그림자가 순식간에 날아와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 현원자를 잡아 바닥에 착지하고
그림자의 뒤를 따라온 또 다른 그림자가 풍운을 향해 날아온다.
“낙영검법(落英劍法)”
바람에 벚꽃이 날리듯 붉은 검영(劍影)들이 풍운을 향해 날아온다.
풍운은 다시 수라마령신공의 벽(劈)결로 검영(劍影)들을 후려쳤지만
부드러운 힘을 가진 검영(劍影)들은
물이 바위틈을 파고들듯 수라기(修羅氣)에 힘에 저항(抵抗)하지 않고
빈틈을 찾아 풍운의 운월(어개)혈을 파고들었다.
풍운은 깜짝 놀라 장막(掌幕)을 치고 급하게 물려났다.
“펑~ 퍼퍼퍼펑~”
풍운을 향해 날아오던 검영(劍影)들이 장막(掌幕)에 막혀 불꽃처럼 터져나간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홍인과 화원명이었다.
홍인이 현원자를 구출하고 화원명이 풍운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낙영검법으로 풍운을 막은 것이다.
“현원자..현원자님 정신 차려요.”
“쿨럭~ 쿨럭~”
홍인이 현원자를 흔들자 홍인의 품에 안겨있던 현원자가 핏덩이를 토하며 힘들게 일어난다
. 다행이 죽지는 않는 모양이다.
“헉~ 헉~ 홍인님..저놈...욱~인간도 아닙니다. 악마(惡魔)에요.”
현원자는 부르르 경련(痙攣)하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무당의 절대기재로 어릴 적부터 온갖 영약(靈藥)과 대법으로 내공을 가꾸고
무당파가 자랑하는 태극혜검까지 완벽하게 익힌 자신이 전력(全力)을 다했음에도
풍운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했으니
현원자가 보이기에 풍운이 인간이 아니라 악마(惡魔)로 보였을 지도 모른다.
“홍인님..무사들을 후퇴시키세요.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全滅)합니다.”
화원명이 착지하며 홍인에게 소리를 지른다.
화원명은 풍운을 밀어내고 주위를 살펴보니
무림군 무사들이 금막비의 유성우(流星雨), 이막수의 단검(短劍)
, 마수의 강선(剛煽), 천유의 화살, 귀왕사영이 날리는 온갖 암기들 때문에
풍운일행에게 접근조차하지 못하고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무림군은 머릿수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개개인의 실력차가 너무나 극심(極甚)하여
상대조차 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퇴...후퇴하라. 전열(戰列)을 정비하라.”
홍인도 장내를 살펴보고 곧바로 후퇴명령을 내리니
풍운일행에게 돌격하던 무사들이 썰물이 빠지듯 물려나며 풍운일행을 넓게 포위한다.
“멈추세요.”
풍운도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홍인과 화원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홍인의 후퇴명령에 무림맹 무사들이 후퇴하자
일행에게도 공격을 멈추라고 명령하니
공중을 선회(旋回)하고 있던 유성우를 비롯한 무기들이 각자의 주인에게 돌아왔다.
란은 화산과 개방 그리고 칠대세가 무사들을 이끌고 폐가(廢家)에 도착해
허약(虛弱)한 포위망을 재빨리 정비하며 홍인일행에게 다가왔다.
“운랑..무림군의 포위망이 견고(堅固)해지기 전에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당령과 같이 있던 무경이 풍운에게 다가오며 속삭인다.
무림군의 군사인 란까지 왔다는 것은 무림군전체가 왔다는 것이다.
또한 병법에 능통(能通)한 란이 왔으니
시간을 끌면 포위망이 단단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무림군이 포위망을 재정비하기 전에 신속하게 돌파(突破)하자는 말이다.
“알았어. 홍인과 화원명이 버티고 있는 전방은 포기하고 동쪽을 돌파하자.”
풍운을 비롯한 십이사일행은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돌진(突進)하자
란은 화산과 개방의 무사들을 동쪽으로 이동시켰다.
“홍인님과 화원명님은 마수마랑을 막으세요. 빨리요.”
란의 말에 홍인과 화원명이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선두(先頭)에 달리는 풍운을 향해 달려갔다.
“보리패엽신공..현전파”
홍인의 몸이 황금색으로 빛나고 금색으로 빛나는 강기(剛氣)가 풍운을 향해 날아간다.
홍인이 금강반야신공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보래패엽신공으로 풍운을 공격한 것이다.
“낙영검법-풍화봉산”
현원자의 검(劍)이 순간적으로 수십 개로 늘어나
꽃봉오리가 만개(滿開)하듯 원을 그리며 풍운의 가슴을 향해 날아간다.
화원명은 풍운이 극강(克剛)의 무공인 수라마령신공을 쓴다는 것을 알고
강한 힘으로 상대하기 보다는 부드러운 검공인 낙영검법으로 풍운을 공격한 것이다
. 풍운을 향해 두 가지 각기 다른 성질의 강기(剛氣)가 날아오자
후미(後味)에 있던 천유가 활에 두 자루 화살을 먹인다.
“핑~쉬아아앙~”
천유의 화살은 풍운의 옆을 지나 화원명과 홍인의 목을 향해 날아간다.
“지금이야. 치고 나가.”
천유의 말에 금막비와 이막수가 눈빛을 교환하더니 풍운 앞으로 치고 나간다.
풍운이 홍인과 화원명을 공격하길 망설이자 금막비와 이막수가 나선 것이다.
금막비의 손에 있던 유성우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산과 개방무사들을 향해 날아가고
이막수의 양팔에서 번쩍하는 빛과 함께
두 자루 단검(短劍)이 화산과 개방무사들을 향해 날아간다.
“위험해.”
풍운은 금막비와 이막수가 앞으로 나서자
선천강기를 끌어올려 금막비와 이막수의 앞을 막았다.
풍운은 홍인과 화원명의 합공으로부터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
수라기(修羅氣)가 아니라 선천강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풍운의 양팔이 하얀색으로 빛나다가 금빛 강기(剛氣)와 검영(劍影)들을 향해 날아간다.
“콰아아아앙~”
“그윽~”
“음~”
“크아아악~”
“피해라.”
“저게 뭐야. 엎으려.”
거대한 폭음과 함께 두 마디 짧은 신음소리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고함소리에 폐가(廢家)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홍인과 화원명 그리고 풍운의 충돌로
그들 주위에 있던 폐가(廢家) 건물들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흔적도 없이 날아가고
충돌의 여파(餘波)에 휘말려 뒤로 밀려나는 무림군에게
유성우와 단검이 날아가 무사들의 다리나 팔을 베어버리고 있다.
그리고 화원명과 홍인은 풍운과의 충돌로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자신들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천유의 화살을 막으려 했으나
천유의 화살은 강기(剛氣)막도 종이처럼 찍어버리는 위력을 가지고 있어
홍인의 어깨와 화원명의 어깨에 파고들었다.
그나마 홍인과 화원명이 화살을 쳐내 방향이 바뀌어 목숨을 구한 것이다.
“운랑! 지금이에요. 진격(進擊)하세요.”
“내가 뒤를 맡는다. 모두 먼저가.”
무경의 말에 풍운은 이막수와 금막비를 앞으로 밀어내고 자신이 뒤로 돌아갔다.
포위망이 뚫렸으니 먼저 가라는 것이다.
“일사님...같이 가야죠.”
“제 걱정은 하지 말고 가세요. 도치와 악무룡을 데리고 빨리 가란 말입니다.”
이막수와 금막비는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다.
풍운은 자신들이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남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마도 부상자(負傷者)인 도치와 악무룡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이사님! 우리 먼저 가죠. 우리가 있어야 짐만 될 겁니다.’
금막비가 전음으로 이막수에게 말하자 이막수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일사님...저희들 먼저 가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자~ 가자.”
풍운이 빠지자 십이사들은 재빠른 동작으로 이막수와 금막비가 선두로 나서고
사우와 곽지향이 좌우를 그리고 천유와 미림이 후방을 수비한다.
당령 및 귀왕사영과 함께 있던 무경은 당령의 손을 잡았다.
“령언니..먼저가세요.”
“예? 무슨 말씀이세요? 같이 가시는 거 아니에요?”
“저는 운랑과 함께 갈게요. 악무룡님과 도치님 잘 부탁해요.”
무경은 당령을 손을 놓고 풍운의 겉으로 달려왔다.
“무경? 뭐하는 거야. 빨리 가.”
“저는 운랑과 함께 남겠어요.”
“뭐야? 무슨 소리야. 빨리 가라고 했잖아.”
“늦었어요. 벌써 저만큼 갔는걸요.”
무경의 말대로 금막비일행은 무림군의 포위망을 뚫고
폐가(廢家)를 벗어나 저 멀리 달려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무경 혼자서 그들을 쫓아간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당신도 고집이 세군. 할 수 없지.”
풍운은 무경의 손을 잡고 음양비로 날아올라 금막비 일행이 지나간 자리에 착지했다.
무림군이 금막비일행을 추격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란은 풍운일행의 합공(合攻)에 순식간에 홍인과 화원명이 부상을 당하고
, 화산과 개방의 무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고,
포위망이 뚫린 틈으로 금막비일행이 도망가니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할말이 잃어버렸다.
예전부터 십이사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영창평원에서 오천이 넘는 무림맹 무사들의 포위망을 뚫고
무림맹으로 진격하여 무림맹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사람들이다
. 하지만 지금의 무림군은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에서 고르고 고른 고수들로
예전에 영창평원에서 사호팔랑이 상대했던 오천의 무림맹 무사들보다
오히려 월등한 전력(戰力)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무림군의 전력(戰力)으로도 사호팔랑을 상대할 수 없단 말인가?
란은 비틀거리며 물려나는 홍인과 화원명을 바라보다가
자신들의 앞을 막고 있는 풍운과 무경을 바라보았다.
“빠드득! 잘났군.그게 당신들의 힘인가? 하지만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며 오산이야.”
란은 한없이 당당하게만 보이는 풍운과
이런 난장판 속에서도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풍운의 겉에 있는 무경을 보자
자신도 주체할 수 분노가 치밀었다.
무엇에 대한 분노(忿怒)인지는 모른다.
풍운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고 아가씨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다.
백도 무림의 희망이라는 홍인과 화원명의 합공에도 끄떡도 하지 않고
무림군을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너무나 간단하게 상대하는 풍운의 당당한 모습도 화가 나고,
풍운의 옆에 그림자처럼 달려 붙어 있는 무경에게도 화가 난다.
란도 마양의 서찰을 받았다.
하지만 서찰을 태워버렸다.
아기씨의 행복을 위해 잊으려 했다.
풍운에 대한 분노도 잊어버리고, 아가씨에 대한 사랑도 잊으려 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철저한 방관자의 모습으로 아가씨와 풍운을 바라보려 했다.
현재 자신이 처한 본분에만 충실하려 했다.
그런데...풍운과 아가씨를 보자 화가 난다. 너무나 화가 치밀어 미쳐버릴 것 같다.
란은 홍인과 화원명을 부축해서 자리에 앉혔다.
“모두 물러나 마수마랑을 포위하세요.”
“쿨럭~ 쿨럭~ 군사...빨리 놈들을 추격(追擊)해.”
청명검에 의지해 힘들게 버티고 있던 현원자는 란의 명령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도망친 놈들은 포기합니다.
보셨으니 아시겠지만..지금 전력(戰力)으로 사호팔랑 모두와 싸운다는 것은 멍청한 짓입니다.
아예 전멸(全滅)할 각오가 아니라면 그만두는 편이 좋아요.
그 대신 마수마랑은 오늘 확실하게 끝냅니다.
일단 현원자님은 제가 시간을 끄는 사이 흐트러진 기를 바로잡으세요.”
란은 현원자도 자리에 앉히고 무사들을 독려(督勵)해 풍운과 무경을 겹겹이 포위했다.
“홍인님과 화원님 두 분도 치료부터 하세요.”
“헉~ 헉~ 안돼요? 란님 혼자서는 놈을 막을 수 없습니다.”
화원명은 란이 걱정되는지 다리에 박힌 화살을 뽑아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나 하세요. 저도 제 한 몸 지킬 능력은 있어요.”
“마수마랑은 홍인님과 제가 힘을 합쳐도 상대하기 힘든 고수에요.
그런데 란님 혼자 어떻게 감당하시겠다는 겁니까?”
란은 화원명의 어깨를 잡았다.
“고마워요. 그래도 걱정해주시는 분은 화원명님 밖에 없군요..
화원명님...조심할게요. 그러니까 먼저 치료부터 하세요.”
란은 화원명을 뒤로하고 풍운과 무경에게 다가갔다.
“왜 다른 놈들처럼 도망가지 않았죠. 동료들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인가요?”
란은 풍운과 다섯 걸음정도 떨어진 곳에서 풍운을 보며 질문한다.
“언제라도 도망칠 자신이 있기에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란님 말씀대로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당신 눈에는 여기 모여 있는 우리들이 허수아비로 보이는 모양이죠.”
“물론 아닙니다. 모두들 대단한 분들이죠. 다만 제가 도망치는 재주가 뛰어날 뿐입니다.”
“흥~ 이제는 희롱(戱弄)까지 하는 군요.”
“잠깐만...란...운랑은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건데..왜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풍운과 란의 대화를 듣고 있던 무경이 안타까운 마음에 한마디 거들었다.
풍운은 거짓 없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데
란은 풍운의 말을 꼬아서 자신을 희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란은 고개를 돌려 무경을 바라본다.
“아가씨...아가씨는 왜 도망가지 않으셨죠.
옆에 있는 마수마랑에 대한 믿음 때문인가요?
그가 아가씨를 지켜줄 거란 믿음 때문에 도망가지 않으신 건가요?”
“란...왜 그래. 평소답지 않게 왜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예전의 넌 안 그랬잖아.”
“예전의 나?..제가 변했다고요? 변한건 제가 아니라 바로 아가씨에요.
그리고 아가씨는 그런 말씀하실 자격도 없어요.
아무리 사랑이 좋아도 어떻게 가문을 배신할 수 있죠?
어떻게 저버리고 저놈에게 달라붙을 수가 있어요.”
“란...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야.
약간의 찬바람만 맞아도 병에 걸리고, 너무나 허약한 몸뚱이 때문에 걷지도 못했어.
그나마 태어났기에 차마 스스로 죽지도 못하고
구차한 목숨이라도 부지하기 위해 향상 약을 달고 살았어.”
“............”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삶이라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나야.
그게 사는 거니. 그건 사는 것이 아니었어.
그런데...운랑이 그런 나를 살려주셨어.
사랑?...그래! 운랑 사랑해! 세상 누구보다도..
.내 생명보다 사랑해. 세상을 모두 준다고 해도 운랑하고 바뀌지 않을 거야.
하지만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 뭔지 아니!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는 나에게 운랑은 새로운 삶을 주셨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란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네가 나라면 어떻게 하겠어.
변했다고?...당연히 변했겠지.
가문을 버렸다. 그래 버렸어.
가문보다 더 소중한 분의 겉에 있기 위해 버렸어. 그게 잘못 된 거니. 내가 잘못한 거야.”
다 끝나셨어요.
그럼 이제 제가 말하죠.
저도 마수마랑이 아가씨의 병을 치료해 준건 고맙게 생각해요
. 또한 아가씨의 심정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 어떻게 이렇게 변하실 수 있는 거죠
. 가문을 버려요? 아가씨를 나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을 버려요?
친자매처럼 같이 지내던 저를 버려요?
아가씨에게는 가문보다...부모님보다...저보다 마수마랑이 더 소중한 겁니까?
좋아요. 그것도 인정해 줄게요.
더 소중하다고 쳐요.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어떻게 똑똑하신 분이 일을 이렇게 처리하시죠.
가문을 버리지 않고도,
부모님을 버리지 않고도 마수마랑의 겉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왜 그 생각은 안하시는 거죠. 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으시는 거죠.”
“운랑이 원하시지 않으니까?...
나 때문에 운랑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란은 고개를 면사가 흔들리도록 고개를 흔들었다.
마수마랑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과 자신을 버린다.
그럼 부모님은 뭔가? 자신은 뭔가?
마수마랑이 힘들어하는 것은 가슴 아프고 자신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괜찮다는 말인가?
어떻게 자신을 나아주고 키워준 부모님과 20여년을 같이 살아온 자신보다
불과 수개월 전에 만난 마수마랑이 더 소중할 수 있단 말인가?
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죠.
아가씨는 아가씨에게 충실하고 저는 저에게 충실하면 돼요.
아가씨는 마수마랑을 사랑하시니 그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저는 무림군의 군사로써 무림맹을 쑥대밭으로 만든 사호팔랑을 처단하는데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겁니다.”
“란...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운랑은 너와...”
“잠깐...무경! 그만해. 란님의 말씀이 맞아.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둘만 만났을 때 해결하면 돼.
지금 란님은 예전에 무경과 함께 있던 란님이 아니라 무림군의 군사야.”
풍운은 무경의 말을 중간에 자른다.
무경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란과 풍운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운명의 끈으로 연결된 두 사람이 왜 이렇게 만나야 하는가?
왜 서로의 심장에 칼을 거누는 상황이 벌어졌단 말인가?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말을 군요.
아가씨는 물려나라고 하세요. 아가씨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저하고 싸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왜요? 자신이 없으세요. 아니면 같잖은 년이 덤비니까 기가 막히세요.”
풍운은 말없이 잠시 란을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휴~~ 란님...믿지도 않겠지만 모르겠지만 저를 포함한 우리 십이사는..
.당신들을 적(敵)으로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십이사 중에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모용세가에 받아야 할 빛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이지 백도 무림전체에 대한 감정은 아닙니다.
저는 여기 모인 분들과 싸우고 싶지도 않고 란님을 다치게 하고 싶지도 않아요.”
“말은 잘 하는 군요. 당신들 손에 죽어간 무림맹 무사들에게 그 말이 통할 것 같아요.
그들의 가족에게 통할 것 갔냐고요.
그들에게 당신들은 철천지원수이며 남편과 자식을 죽인 악마(惡魔)일 뿐이에요.”
“..............”
“준비하세요. 최선을 다해 상대해 드리죠.”
란은 품속에서 작은 단검(短劍)을 하나 꺼내 손에 쥐었다.
“휴~ 지금 혼자서 저와 싸우시겠다는 말씀인가요?”
“당신과의 대결에서 다른 사람은 방해만 될 뿐이에요.
차라리 혼자 싸우는 편이 편하죠. 제가 먼저 공격하죠.”
란의 몸이 순간적으로 풍운에게 다가오며
그녀의 손에 있던 단검(短劍)이 풍운의 심장을 향해 날아온다.
바로 제갈세가의 천기신행(天機神行)이라는 신법과
대천성검법(大天星劍法)이 한번에 펼쳐진 것이다
. 풍운은 칠성둔형으로 란의 검(劍)을 피하는 동시에
수라마령신공을 응조공으로 응용하여 란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
란은 단검(短劍)을 잡고 있는 손을 교묘하게 비틀어 풍운의 손을 피하는 동시에
자궁혈(목)을 찌르고 반대편 손을 펼쳐 풍운의 가슴을 향하게 했다.
“운랑....피해요. 칠현무형검(七絃無形劍:무형기검의 일종)이에요.”
풍운과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던 무경은 란의 공격을 보고 풍운에게 소리를 쳤지만
란의 손가락에서 출발한 무형의 강기(剛氣)는 풍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끙~”
풍운은 란의 단검(短劍)만을 신경 쓰다가 무형의 강기(剛氣)를 피하지 못하고 당했다.
풍운은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고통에 허리를 굽히며 한발자국 물려나니
란의 단검(短劍)이 풍운의 백회혈(머리)을 향해 날아온다.
풍운은 칠성둔형으로 란의 공격을 피하려 했으나
란은 마치 풍운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하고 있었다는 식으로
풍운이 피하려는 방향으로 검(劍)을 찔려 온다.
풍운은 너무나 당황하여 음양비로 빠르게 물려나니
란은 풍운을 쫓아오며 대천성검법과 칠현무형검으로 연속으로 공격한다.
“퍽~ 퍽~ 퍽~ 타~ 타~ 타~”
무경은 초조한 심정으로 주먹을 쥐고 있었다.
한사람은 사랑하는 풍운이고, 한 사람은 자매처럼 가까운 란이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풍운과 란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라 육안으로 식별(識別)이 불가능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풍운은 수라마령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란의 연속공격을 힘들게 막아내고 있었다
. 란은 마치 수레바퀴가 돌아가듯 대천성검법과 칠현무형검을 번갈아 사용하며
풍운의 허점만을 교묘하게 공격한다.
풍운은 이를 악물었다
. 이대로 시간이 가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기세(氣勢)에서부터 란에게 압도(壓度)당해고 있기 때문이다.
란은 한번 잡은 승기(勝氣)를 놓치지 않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신의 이동방향과 공격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미리 그곳을 공격함으로 반격(反擊)할 틈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풍운은 순간적으로 선천강기를 끌어올려 손바닥을 세웠다.
란의 단검(短劍)이 풍운의 비어있는 허리를 향해 날아온다.
풍운은 란의 단검(短劍)을 무시했다.
“음양검법 천인천검류”
풍운의 손바닥이 거대하게 변하더니 란의 전신을 향해 날아갔다.
수도(手刀)로 음양검법의 천인천검류를 펼치니 선천강기의 힘이 폭발하며
거대한 기(氣)의 덩어리가 란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 란도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물려나면 끝이다
. 기세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란도 선천강기를 끌어올려 검(劍)에 주입하니
단검(短劍)이 시리도록 차가운 한기(寒氣)를 뿌린다.
란도 물러나지 않고 거대한 기(氣)의 덩어리를 베어갔다.
“으흑~”
“음~”
기(氣)와 기(氣)가 충돌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양쪽으로 교차한 무경과 풍운의 짧은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풍운과 란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무경은 풍운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주르르 밀려나며 바닥을 구른다.
그리고 잠시 후에 무경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무림군의 무사들도
무경과 마찬가지로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으며 폐가(廢家)의 담들이 힘없이 무녀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무경은 멀리서 들리는 엄청난 폭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폐가(廢家) 주위에 있던 나무와 집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고 있다.
인간의 귀는 너무 작은 소리도 듣지 못하지만 너무 큰소리도 듣지 못한다.
풍운과 란의 선천강기가 충돌하면 생긴 소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없을 만큼 큰소리였던 모양이다.
란과 풍운이 다시 움직인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아무런 움직임도 없던 란과 풍운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를 향해 돌아선다.
무경은 란과 풍운이 너무나 천천히 움직여 답답할 정도였다.
란을 바라보는 풍운의 입이 벌어지고 눈동자가 커지며 모든 동작이 멈춰진다.
그와 반대로 란의 손에 있던 단검(短劍)은 천천히 란의 손을 떠나 풍운의 심장을 향해 날아간다.
“안돼...피해요.”
무경은 온힘을 다해 풍운에게 소리를 쳤고
멍하니 있던 풍운이 무경을 돌아보려 몸을 움직이는 사이에
란의 손을 떠난 단검(短劍)은 풍운의 심장이 아니 옆구리에 파고들었다.
“윽~”
무경에게 돌아가던 풍운의 몸이 제자리에서 몇 바퀴 회전하더니 그대로 쓰려진다
. 설명은 길었다.
하지만 란과 풍운의 기(氣)가 충돌하고 풍운이 쓰려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刹那)의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운랑...운랑.”
무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풍운을 향해 달려가고 란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더니 피를 토한다.
과도한 선천강기의 사용으로 기(氣)가 역유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가 보이지 않는다.
향상 쓰고 다니던 면사는 풍운과 충돌하면 날아가 버린 것이다.
란은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피를 토하고 있었고
풍운에게 달려간 무경은 바닥에 쓰려진 풍운을 일으켜 세웠다.
“끙~ 쿨럭~ 쿨럭~무림십대기병 외에 내 몸에 상처를 남긴 놈은 이놈이 처음이군.”
풍운은 몇 번의 기침으로 피를 토하더니 옆구리에 자루만 남기고 깊숙이 박힌 단검(短劍)을 잡았다
. 만일에 무경이 소리치지 않았다면 단검(短劍)이 풍운의 심장에 박혔을 것이다.
“운랑...운랑...괜찮아요.”
“이정도로 쓰려지진 않아. 그런데 방금 그 무공은 뭐지. 처음 보는 무공 같던데?”
“저의 가문의 진산무공인 소리비도
(小莉飛刀: 과거 소리(小莉)라는 별호를 가졌던
제갈세가의 한 선조가 창안한 천하제일(天下第一)
의 비도술술이에요.”
“대단하군. 윽~”
풍운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옆구리에 박힌 단검(短劍)을 뽑아내니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무경은 재빨리 자신의 상의를 찍어 풍운의 상처를 묶어주려 했다.
“날 줘~ 내가 직접 할게. 그것보다 란님은 어때”
풍운은 무경에게 받는 천으로 상처를 묶고 자리에서 일어나 란을 바라보니
란은 지금도 허리를 숙이고 피를 토하고 있었다.
풍운은 복잡한 눈으로 란을 바라보고 있으니 란이 천천히 일어나 다시 기침을 한다.
“쿨럭~ 쿨럭~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아직 더 싸울 수 있어요.”
란이 입가에 뭍은 피를 소매로 훔치며 고개를 들었다.
란이 고개를 들자 세상의 모든 것이 숨이 죽인다.
란이 쓰려진 모습을 보고 일어나던 홍인과 화원명이 석상(石像)처럼 굳어버렸고,
충돌의 여파(餘波)로 쓰려졌다가 급하게 일어나던 무림군 무사들도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새벽부터 무사들의 함성소리와 폭음소리가 끝이질 않던 폐가(廢家)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정적만이 흘렸다.
풍운의 진정한 모습은 아름답다.
무림사미란 불리는 황보혜경이나 당령도,
무림사봉이라 불리는 하후소하나 초벽하도 풍운의 아름다움에는 감히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흡정마녀의 무공을 익혀 요염(妖艶)함이 하늘을 찌르는 수혜나 궁아라도
풍운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풍운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풍운의 아름다움이 강인한 힘을 가진 아름다움이라면
그녀의 아름다움은 한없이 따뜻하고 성스러운 아름다움이었다.
도저히 인간이라도 볼 수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인...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움도 그녀의 아름다운에 비교할 수 없는 여인...
감히 필설(筆舌)로 표현하는 것이 죄스러운 여인...
그런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이 풍운의 앞에 있었다.
풍운은 복잡한 눈으로 란을 바라보다가 눈을 돌려 하늘을 바라본다.
“운명의 끈!...하늘이 정해준 운명!...그런 말을 믿지 않았어요.
하지만...이젠 믿어야 할 것 같군요. 흥~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오네요
. 하늘의 장난도 아니고...나보고 어쩌라고...”
란도 풍운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 무슨 소릴 하는 것일까? 왜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일까?
무엇이 운명의 끈이고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란 말인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죠. 놀리는 건가요.”
“제가 어떻게 감히 당신을 놀리겠습니까?”
“흥~ 가식적인 대답은 집어치워요. 오늘 당신과 나 둘 중 하나는 이곳에서 죽을 운명이에요.”
“글쎄요...당신이 저를 죽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을 죽일 수 없습니다.
당신과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군요. 이만 물려갈게요.”
“누구 맘대로 가겠다는 거죠. 제가 보내줄 것 같아요.”
“제가 말했죠...도망치는 재주는 타고난 놈이라고..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동안 강녕(康寧)하세요.”
풍운은 겉에 있는 무경을 안고 음양비로 날아올랐다.
“감히 어딜...”
란의 손에서 출발한 하얀 강기(剛氣)가 풍운을 향해 날아간다.
란이 선천강기로 풍운을 공격한 것이다.
풍운은 선천강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려 하늘로 솟구치더니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어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란은 한바탕 기침을 하더니 차가운 눈으로 저 멀리 날아가는 풍운을 바라본다.
“빠드득~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란은 다시 기침이 나와 손으로 입을 가리다가 면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그놈이 내 얼굴을...아니겠지.”
란은 고개를 흔들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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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겁게 보고 갑니다~^^
즐감!!!!!
감사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역시 도망가는 데는 선수구나???
감사히 읽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