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천원기 기자] 정유화학 업계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정제마진 악화와 PX(파라자일렌)사업 부진, 원화 강세 등으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자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은 그동안의 '정유' 중심에서 '석유화학'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석유화학과 신소재 개발에 투입되는 금액도 수조원에 달해 사실상 종합 화학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2월 한국석유공사 울산비축기지 내 일부 부지를 매입한 에쓰-오일은 모두 8조원을 단계별로 투입해 복합 석유화학 공정 처리시설을 설립한다. 1단계로 2017년까지 중질유 분해시설과 복합 석유화학 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2단계로는 고분자 석유화학시설을 구축할 방침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 2만9099㎡ 부지에는 자동차, 가전, IT용 신소재를 연구·개발하는 석유화학기술센터를 건립한다. 에쓰-오일은 센터 건립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올초 생산기획본부와 기술본부를 통합하고 고객지원부문은 영업전략부와 합병하는 부서통폐합을 진행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서를 통폐합한 것”이라며 “마곡단지에 조성되는 기술센터가 신소재 개발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사업의 무게 중심을 석유화학과 신소재로 이동시키면서 LG화학과 삼성정밀화학 등 기존 석유화학업체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미 두 회사 모두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리튬이온분리막(LiBS)을 비롯한 정보전자소재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PX사업의 경우 울산과 인천에 신규로 생산시설이 들어선다. 내부적으로 시장을 계속 감시해 생산량을 조절할 계획”이라며 “더불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유업체들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데는 실적 부진 장기화라는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5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5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정유부분에서 마진이 계속 줄고 있어 석유화학 분야를 비롯해 신소재 분야로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