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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牛♡│ 시 선 ‥| 스크랩 내 시를 찾아가다가 / 임보
동산 추천 0 조회 115 16.10.03 12:17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내 시를 찾아가다가 / 임보

 

 

<마누라 음식 간보기>란 내 글이

담양의 어느 떡갈비집에 크게 걸려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모처럼 고향 내려가는 길에 찾아갔더니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다

 

얼마나 기다려야 되느냐고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50분도 더 넘어야 한다는 대답이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이리 붐빈 걸 보면

이 집의 남다른 비결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일정에 쫓겨 그 집의 갈비 맛도 못 보고

되돌아오면서 차 속에서 생각한다

음식 맛도 음식 맛이겠지만, 어쩌면

시가 걸린 집이어서 세상의 구미를 당긴 건 아닌지―

 

걸린 시의 작자가 찾아왔다고 주인에게 밝혔다면

혹 자리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아내는 투덜거리고, 아들 녀석은 농담 삼아

무단 게시에 대한 저작권을 운운하기도 하지만―

 

시가 밀려나고 있는 삭막한 이 시대에

손님들로 하여금 시를 생각하게 하는 그 주인이

얼마나 갸륵한 마음을 지녔는가?

고마워해야 할 것만 같다.

 

 

 

 

************************************************

 

“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가져와 한 숟갈

내밀며 간을 보라 한다// 그러면/ "음, 마침맞구먼, 맛있네!"/

이것이 요즈음 내가 터득한 정답이다.// 물론, 때로는/ 좀

간간하기도 하고/ 좀 싱겁기도 할 때가 없지 않지만―// 만일/

"좀 간간한 것 같은데" 하면/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뭣이 간간허요? 밥에다 자시면 딱 쓰것구만!'/ 하신다.//

만일/ "좀 삼삼헌디" 하면/ 또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짜면 건강에 해롭다요. 싱겁게 드시시오."/ 하시니 할 말이

없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고?/ 아내 음식 간 맞추는 데

평생이 걸렸으니// 정답은/ "참 맛있네!"인데/ 그 쉬운 것도

모르고….”

 

‘마누라 음식 간보기’ 전문이다.

임보 시인의 시를 읽는 재미는 이렇듯 상황의 디테일한

진술과 넉넉한 해학에 있다.

이 시가 크게 현수막으로 걸려있는 곳을 나도 가봐서 안다.

담양 여행 중 죽녹원에 들렀다가 광주에 있는 지인의 안내로

점심을 먹었던 ‘담양愛꽃’이란 떡갈비전문 한정식 집이었다.

청도에 가면 읍성 바로 앞에 ‘꽃자리’란 한옥카페가 있는데,

그 옆에는 원예학을 전공한 바깥주인이 운영하는 식물원이

있다.

4년 전 길 건너 석빙고 문화재취재를 갔다가 우연히 그곳에

들렀는데 어설픈 내 시가 신경림 시인 등 다른 유명 시인들의

시와 함께 나무 팻말 시화로 세워져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쑥스러워 가슴이 벌렁벌렁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나 같은 무명시인의 시도 가끔 나모르게 예기치 않은 곳에서

목격될 때가 있는데 이름이 알려진 1급 시인들의 경우야

말할 나위도 없겠다.

오래전 어느 유명 시인은 국회 화장실에 자신의 시가 걸려

있다며 민망해하면서도 그리 싫지 않은 기색이었고,

자기 시가 어느 공기업 소변기 위에 적혀있다며 뿌듯해하던

무명 시인도 보았다.

지역관광에도 일조한 이성복 시인의 ‘남해 금산’은 한때

그곳 냉차장사 구루마 판때기에도 써져있더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시가 밀려나고 있는 삭막한 이 시대’라지만

책을 뛰쳐나온 시가 등산로에서 공원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 승강장 등에서 눈만 크게 뜨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동안 말많던 스크린도어 시 작품 교체 작업이 곧 시작된다.

지금까지 현역 시인 시 65%, 시민공모 시 35% 비율로 전시

되던 것을 국내외 애송시 70%, 시민 시 30%를 원칙으로

삼았다.

소월 등 작고 시인과 외국의 명시 등도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한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은 철수하여 22% 정도

줄어든다. 대신 선정된 시에는 저작권료로 10만원을

지급한다. 이는 현재보다 100% 인상된 액수다.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문학평론가, 독서지도가,

외국 대사관 추천 등을 통해 50%를 선정하고, 시민 투표로

50%를 뽑는다.

선정과정에서 문학단체 관계자는 배제한다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 그만큼 부작용이 컸다는 반증이다.

 

왠지 쪽팔린다는 생각에 얼굴이 뜨겁고 바뀐 방침이

개선인지 개악인지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나로서는 특별한 관심 사항도 아니고 알아서들

하겠지만 이 시를 읽으며 느낀 게 하나 있다.

문학운동이랍시고 시를 소개하고 비영리 목적의 시 운동지를

발행하는 처지에서 늘 신경 쓰이던 문제가 ‘저작권’ 관련

사항이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시인이 있다.

자신의 시가 뜻하지 않은 곳에 게재된 것을 반갑게 여기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 않은 시인도 있다.

어느 편의 옮고 그름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저작권’을 내세워 불편하게 한 시인은 한 분도

없었지만 사전에 게재를 허락받는 게 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영리 무가지 형태의 발행이라지만 재정 문제

못지않게 이 부분에 대한 어려움이 적지 않다.

문학 동네에 과문하고 성격상 그런 일에 마땅찮은 나로서는

일일이 사전 허락을 얻는 공정이 솔직히 번거롭고 내키지

않는다. 형편상 재수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못해서

내내 송구하고, 때로는 보잘 것 없는 조그마한 잡지에

시를 한 편 거저 실으면서 자칫 생색내기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래저래 그냥 넘어가기 일쑤지만 늘 조마조마하다.

저작권법상 남의 작품을 사용할 경우엔 당사자에게

확인해보고 승낙을 받은 뒤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엄격하게는 시인의 시를 내건 식당에서도 그 절차를 거쳐야

했고 떡갈비라도 한상 대접했어야 옳았다.

세상의 모든 시인들이 임보 시인처럼 너그럽지만은 않다.

내게도 그게 여간 신경 쓰이는 과제가 아니다.

 

/ 권순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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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10.03 19:24

    첫댓글 권순진 시인이 관심 있게 읽고 인정어린 감상의 글을 써 주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동산이 놓지지 않고 읽어 주셨군요.

  • 작성자 16.10.03 20:50

    권순진 시인의 시평을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마침 선생님의 시가 권시인께서 활동하시는 <시하늘>카페에 소개되어
    다시 옮겼습니다...

  • 16.10.04 11:02

    뭔가 이해는 가는 것 같습니다.
    저작권이 있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 17.04.04 16:02

    선생님ㆍ간만에 인사드립니다ㆍ저도 선생님 시가 문득 생각나
    핸드폰으로 읽다읽다 이 시에 머물러 몆자적습니다ㅎㅎ
    아마도,그 음식점주인분은 '내가 임보요'하면 줄서있는 손님들 팽개치고 선생님손잡고 어서오시라하고 상다리부러지게 대접하셨지않을까 생각듭니다ㅎᆢ선생님 ㆍ건강하세요^^ㅡ청주김은정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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