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거쳐 넘어온 새해(2025년) 예산안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P 통신은 1일 확정된 새해 예산이 러시아 정부의 웹사이트에 게재됐다며, 전체 예산의 32.5%가 국방비로 책정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가 당초 3년치(2025~2027년)의 기본 예산을 편성해 지난 9월 의회에 넘긴 예산안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중인 러시아 정부의 예산 편성및 지출부문에서 의회의 개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다.
러시아 국방부/사진출처:주한러시아 대사관 페북
우크라 국방부/홈페이지 mil.gov.ua
새해 예산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역시 국방비 규모다. 2025년도 국방 예산은 13조5,000억 루블(약 1,450억 달러, 약 174조8,250억 원 상당)로, 올해(2024년) 국방비 10조8,000억 루블(약 1,160억 달러)에서 23% 이상 늘어났다. 새해의 재정 지출 규모가 올해와 거의 같은 41조5,000억 루블(약 4,462억 달러)여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28.3%)보다 4%포인트(P) 늘어난 32.5%로 추정되고 있다. 서방 외신이 국방비 지출 비중이 '역대급'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로, 새헤에는 종전(혹은 평화협상, 휴전) 가능성이 높아져 군사작전의 변경에 따라 예산 지출이 항목별로 요동칠 수도 있다.
◇러시아의 국방예산을 능가하는 '비밀 지출'
지난해(2023년) 12월 새해 예산(2024년) 확정 당시, 러시아 반체제 성향의 매체 메두자(meduza.io)는 '불특정 항목의 비밀 지출'(Засекреченные расходы) 예산이 2022년 3조7천억 루블에서 2023년 6조5천억 루블로, 2024년 11조1천억 루블로 매년 두배 가까이 증액됐다고 전했다. 이 예산이 올해(2024년)에는 이미 국방예산 규모를 넘어선 상태다.
이 큰 돈은 대체 어디에 쓰였을까? 현지 경제학자 알렉산드르 수술리나는 "특수 군사작전 개시와 함께 크게 늘어난 점을 들어, 이 예산은 군사작전 비용(전비)으로 일부 충당되고, 2022년 9월 합병된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 관리에 필요한 비용도 (예산에)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 점령지인 도네크츠주 마리우폴의 재건 사업 모습/사진출처:러시아 SNS ok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지난 9월 말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에 대한 사회 보장과 군사작전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한가'라는 언론의 질의에 "2025~2027년 예산안에는 푸틴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이 모두 반영됐다"면서 "특히 군사작전의 임무 수행을 위한 사회적 영역과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상당한 자금이 편성됐다"고 답변한 바 있다.
서방 주요 언론이 전망하듯이 영토와 평화를 교환하는 방식(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는 대신 국가 안보를 확보하는 종전안/편집자)으로 벌써 2년 10개월 가까이 끈 전쟁이 종식된다면, 전체 예산의 30%가 넘는 국방예산의 상당 부분이 이 '불특정 항목의 비밀 지출'로 전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직접 전투를 치르는데 드는 예산 수요보다는 점령지 재건 사업에 더 큰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헤에도 전쟁이 계속될 경우, 막대한 전비가 필요하고, 올해처럼 추가 편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추가 편성 규모는 공개되지 않아, 올해 러시아 국방비의 지출 총액은 여전히 미확정이다. 새해 국방예산이 전년 대비 몇% 늘어났다는 외신 기사도 실제로는 부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새헤에도 국방비 지출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 우크라이나새해 예산 및 국방비 규모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월 28일 의회에서 넘어온 새해 예산안에 서명했다. 국방예산은 2조2,300억 흐리브냐(약 550억 달러)로, 전년도(2024년)에 비해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승인된 우크라이나의 올해(2024년) 국방 예산은 예산 전체의 절반인 1조6,900억 흐리브냐(당시 환율로 약 470억 달러, GDP의 약 22%)였으나, 부족한 군 급여 지급을 위해 5,000억 흐리브냐를 추가로 배정(9월 18일)한 바 있다. 따라서 올해 국방비 지출은 2조2,000억 흐리브냐 안팎으로 추정돼 새해 국방비가 증액된 게 거의 없는 셈이다.
◇러-우크라 재정적자
국가두마(하원)의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사진출처:두마(의회) TV 영상 캡처
전쟁 중인 러-우크라의 재정적자는 새헤에도 불가피해 보인다. 러시아는 3년치 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적자를 새해에는 GDP 대비 0.5%, 2026년 0.9%, 2027년 1.1%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는 재정적자를 통상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출자금으로 확충해둔 국부자금에서 충당해왔다.
우크라이나의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재정적자는 GDP의 19%로 추정되는데, 이를 메우려면 약 35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9월 G7 국가가 동결된 러시아 해외 자산(약 3천억 달러)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하더라도, 키예프는 이미 384억 달러를 서방의 재정 지원 몫으로 잡아놓았기 때문에 제정적자를 메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 대안으로 세금 인상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소비세 등 각종 세금을 인상하고, 군동원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대기업들로부터 출연금을 받기로 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